산부인과 의사들 ‘불법낙태 전면 중단’선언
산부인과 의사들 ‘불법낙태 전면 중단’선언
  • 미래한국
  • 승인 2009.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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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사회, 급진적 중단 vs. 점진적 방법 대립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시술 전면 중단을 선언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30~40대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산부인과들이 가입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칭·이하 개원의사회)가 내달부터 불법 낙태 시술을 중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이 반박 성명을 내놓고 비판하면서부터 산부인과 의사들 사이에서 내홍이 일고 있다. 불법 낙태 시술에는 두 단체 모두 반대하지만 해결 방식에 있어서 개원의사회는 내부고발 등을 통한 급진적인 방법으로, 산부인과의사회 측은 사회 여론을 수렴한 뒤 점진적인 방법으로 풀어가자는 입장이다.

 

낙태시술 신고 ‘낙파라치’ 제도도 고려

불법 낙태 추방운동을 선언한 개원의사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부터 산부인과 개원 의사들은 최선의 자정 노력을 다할 것이며 내년 1월부터 이뤄지는 불법 낙태에 대해 사법부의 엄격한 법집행을 촉구한다”면서 “(개원의사회는) 내부 고발 등을 통해 법집행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달 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불법 낙태 근절운동 선포식을 연 뒤 자정운동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병·의원 명단도 올해 연말쯤 일괄적으로 온라인상에 공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개원의사회 측은 낙태 시술 병·의원 신고 시 포상하는 ‘낙파라치’제도를 운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은 반박 성명서를 통해 “개원의사회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설립되지 않은 대표성이 없는 단체이고 대한의사협회에 공식적으로 소속되어 있지도 않은 단체”라면서 “600여 명이 가입회원이라고 하나 실제 활동인원은 20~3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의사회 측은 개원의사회의 입장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백은정 산부인과의사회 공보이사는 <미래한국>과의 통화에서 “불법 낙태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시간을 두고 사회적인 컨센서스를 모아가면서 낙태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것을 하루아침에 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 이사는 이어 “우리나라의 인공임신중절 수술, 낙태 수술과 관련된 법안은 모자보건법과 형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두 법리상의 모순점이 있어 ‘살아 있는 법문’으로 작용하도록 먼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불법 낙태는 최종적인 결과물일 뿐이며 따라서 불법 낙태가 어디에서 터지나 어디 보자는 식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피임이나 임신 등에 대한 교육을 빨리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안나 개원의사회 대변인은 <미래한국>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주장은 사회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냐”면서 “불법 낙태 문제는 내부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일단 법을 지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부인과의사회·개원의사회, 대표성 논란

사실 개원의사회와 산부인과의사회의 다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단체는 의사회 명칭 앞에 ‘개원’자를 붙이는 것을 두고도 갈등을 겪어왔다.

산부인과 의사 단체 중 가장 상급단체는 ‘대한산부인과학회’이다. 학문적 배경이 되는 ‘학회’가 모태가 되고, 여기에서 개업을 하고 봉직을 하는 다양한 형태의 의사들이 여러 형태의 모임을 만든 것.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개원을 한 의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원래 ‘대한산부인과개원협의회’라는 단체명을 썼으나 성형외과 등 다른 진료과목의 개원의들이 ‘개원협의회’가 아닌 ‘의사회’로 단체명을 바꾸면서 ‘대한산부인과개원협의회’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러나 명칭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산부인과학회’를 넘어서는 상급단체로 인식됨에 따라 산부인과 내부에서 논란이 되어왔다.

여기에 불법 낙태를 걱정하는 의사들로 구성된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이라는 단체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에 ‘개원’을 붙이고, 불법 낙태 시술 자정활동에 나서라고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자 스스로 ‘개원’자를 붙여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라는 이름으로 이번에 독자적으로 불법 낙태 시술 중단 선언을 한 것이다.

개원의사회 측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학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단체이며, 학회에서는 우리를 지지하고, 불법 낙태를 해결하자는 입장에도 동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은 “사회 보편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과연 개원의사회 측의 개혁이 일반 사람들의 위한 개혁이겠냐”고 반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불법 낙태 문제는 의사들마다 의견 차이가 있어 이 활동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개원의사회와 학회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거나 공동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낙태시술 96%가 불법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수술(형법상 낙태)’은 임신 24주 이전, 태아가 모체 밖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시기에 태아와 그 부속물을 인공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이다.

모자보건법에서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근친상간 ▲강간에 의한 임신 ▲임신이 지속되면 산모의 건강이 위험해지는 경우에 한해서만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고 있다. 미혼임신, 터울조절, 태아 기형 등을 이유로 시술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불법이다.

지난 2005년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보고서에 의하면 현행 모자보건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수술을 받은 건수는 4.4%에 불과하고 95.6%가 불법시술인 것으로 밝혀졌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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