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폭스뉴스’와 전쟁 中
오바마는 ‘폭스뉴스’와 전쟁 中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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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근간 무시하는 ‘언론통제’ 비판 고조
▲ 왼쪽부터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국장 애니타 던, 선임보좌관 데이빗 엑샐로드, 비서실장 램 에마누엘, 대변인 로버츠 깁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무실에 모여 있다.

반대자 적으로 간주해 제거하는 시카고식 정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2곳에서 전쟁을 하느라 여력이 없을 것 같은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주 제3의 전쟁을 시작했다. 바로 폭스 뉴스와의 전쟁이다”

지난 18일 뉴욕타임스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백악관의 폭스뉴스채널(FNC) 공격을 이같이 표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이 보기 드물게 자신들을 반대하는 폭스뉴스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언론통제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처음 포화를 연 것은 지난 11일 애니타 던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국장이 CNN에서 “폭스뉴스는 공화당의 팔”이라며 “그들은 공화당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폭스뉴스에 간다면 그는 방송사에 간다기보다 반대파와 토론하기 위해서 간다”고 말한 것이다. 던 국장은 이날 뉴욕타임스에서 “폭스뉴스가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 대해 전쟁을 벌이는 이상 우리는 그들을 합법적인 뉴스기관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온 보수 언론 폭스뉴스에 대한 백악관 실무자의 볼멘 소리로 여겨졌다. 하지만 며칠 뒤 오바마 대통령의 오른팔인 데이빗 엑셀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이 “폭스뉴스는 뉴스기관이 아니다. 그들의 논평가나 대다수 프로그램 모두 뉴스가 아니라 한 시각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램 에마누엘 대통령 비서실장도 “대통령도 그렇고 우리도 폭스뉴스는 뉴스기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에마누엘 비서실장은 “다른 방송들도 폭스뉴스를 뉴스기관으로 대우하지 말라”고 한 후 “폭스뉴스에 영향을 받거나 그들을 따라가지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 오마바 대통령의 생각인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 뒤 22일 재무부 한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 폭스뉴스를 제외했다. 5개 방송사가 풀(pool)로 참여하는 자리에서 폭스뉴스를 빼고 다른 방송사는 인터뷰를 허락한 것. 하지만 다른 방송사들이 폭스뉴스를 빼면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반발하자 마지못해 폭스뉴스도 포함시켰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일요일 아침 폭스뉴스를 빼고 모든 방송사에 출연했고 행정부 관리들의 폭스뉴스 방송 출연은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고위 보좌관들은 지난 25일 폭스뉴스만 빼고 다른 방송사에 출연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의료보험, 경제 등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폭스뉴스에 대한 공격은 오마마 행정부 출범 후 이뤄진 폭스뉴스의 집요한 공격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내외 정책들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 왔다. 특히, 글렌 백(Glenn Beck), 션 해니티(Sean Hannity)가 사회를 보는 의견 전달식 프로그램은 비판의 선두에 있어 왔는데 가령, 얼마 전 밴 존슨 백악관 특별보좌관을 그만두게 하는 데 이들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백악관이 공격하는 폭스뉴스 프로그램 진행자들. 크리스 월러스(폭스뉴스 선데이) / 글렌 백(글렌 백 쇼) / 션 해니티(션 해티니 아메리카) / 빌 오라일리(오라일리 팩터)
특히, 글렌 백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백인과 백인문화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가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는데 이만큼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글렌 벡과 션 해니티 프로그램을 꼭 집어내 이것 때문에 폭스뉴스가 뉴스기관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폭스뉴스에 대한 시청률은 대단하다. 1996년에 설립된 폭스뉴스는 현재 미국인 1억명이 시청하는 미국 제1의 케이블 뉴스로 케이블뉴스 원조인 CNN이 다른 케이블뉴스인 MSNBC의 시청자를 합해도 따라가지 못한다. 이번 백악관의 공격으로 폭스뉴스에 대한 시청률은 20% 이상 더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판은 폭스뉴스 보도 내용보다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언론의 반대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이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뉴스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 미국에서 옳은 것이냐는 지적이다.

보수 논객인 찰스 크라우스해머는 “백악관은 반대 목소리에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은 그 이상으로 반대세력을 제거하려고 한다”며 “민주주의에서 견제와 균형이 자유를 보장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무소부재의 정부가 출현한다”고 우려했다.

폭스뉴스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월 폭스뉴스에 나와 인터뷰한 내용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폭스뉴스의 보도를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꽉 막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의 글렌 벡은 지난 23일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을 보여준 후 바로 “자, 민주주의는 잊어라”고 말하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했다.

백악관의 폭스뉴스 공격은 이른바 ‘적 명단’을 만든 리차드 닉슨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라마르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폭스뉴스에 보이는 태도는 40년 전 닉슨 대통령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봤던 초기단계와 비슷하다”며 “그들은 자신들과 동의하지 않는 자들을 적으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에 대한 보이콧 뿐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을 반대하는 보험회사들과 미 상공회의소를 위협하는 것은 닉슨이 물러날 때 걸었던 길을 떠오르게 한다”고 밝혔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인 스피로 애그뉴를 통해 베트남전을 반대한 언론인과 반전운동가들을 이른바 ‘적 명단’에 올려 격렬하게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백악관의 폭스뉴스 공격에 대해 ‘시카고식 정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존 보헤너 하원 공화당 대표는 “그들은 사실에 근거한 논쟁에서 이길 수 없으면 사악한 정치적 공격을 하라는 식의 시카고 정치를 벌이고 있다”며 “상공회의소, 의사, 폭스뉴스 등 그들 편에 있지 않은 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백악관의 폭스뉴스 공격에 대해 실수라며 동의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루스 마커스는 “백악관의 공격은 여러 면에서 어리석은 짓”이라며 “이를 통해 백악관이 약하게 보이고 글렌 백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유치하게 보여 결국 폭스뉴스 시청률만 올라가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도 언론을 공격해서 승리한 행정부는 드물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폭스뉴스를 공격함으로써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고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등에서 승리하기 위해 초석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서도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의 폭스뉴스에 대한 공격은 계속 될 것인지 주목된다. #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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