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문제, ‘상봉 쇼’보다 근본적 해결 해야
이산가족문제, ‘상봉 쇼’보다 근본적 해결 해야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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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송종환 편집위원·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 서울대 외교학과·한양대 정치학박사 / 안기부 해외정보실장 역임


10월 16일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한 은 “우리 호의로 추석 상봉행사를 개최했는데 추가 상봉행사를 하려면 남측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담 당일 우리 측은 검토 입장을 표명하고 10월 19일 통일부 대변인은 “유관기관이나 부처 간의 협의, 그리고 대북 인도적 지원 요청에 대한 여론 등을 충분히 수렴해서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상봉 대가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이산가족 상봉이나 고위급회담 등과 맞물려 쌀 30만~40만 톤이나 비료 20만~30만 톤을 주며 금강산‘상봉 쇼’를 한 것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9·11 테러 이후 우리의 경계태세 강화를 구실로 2002년 4월부터 서울·평양 동시 교환 방문을 금강산으로 장소를 옮길 것을 고집해 진행된 대면 상봉은 이산가족의 입장에서는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의 이면에는 당시 남북한 당국이 TV 방송의 일회성 이벤트 행사로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허상 조작 의도가 있었다.

‘6·15 선언’ 이후 이산가족상봉 신청자가 12만5,000여 명이었으나, 8년여 시간이 경과하는 동안 5만여 명이 타계해 남은 신청자는 7만5,000여 명이다. 우리가 대북지원을 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선심을 써야만 이루어지는 일회성 이벤트는 몇 백 년이 지나도 모든 신청자가 상봉을 할 수 없고 이산가족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 적십자 접촉을 계기로 11월 중 서울·평양 이산가족 상봉과 내년 설 금강산 상봉 행사와 같은 이벤트 행사보다 근본적 해결 방법을 북한에 제의해야 한다.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방법으로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심인본부(尋人本部)가 개발하여 각국 적십자사에 권고하는 방식, 즉 이산가족을 대상으로 ① 생사와 주소 확인 및 통보, ②서신교환, ③ 상봉과 왕래 ④희망자의 경우 원하는 쪽으로 재결합이 있다. 이 방식은 1970년대 초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대체로 의제로 합의했지만, 실제 이행 협의 과정에서 북한이 국가보안법 철폐 등 환경 개선을 내세워 이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산가족을 설득하고 국제여론에 호소해 인권을 존중하는 국제사회 지지를 얻어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심인사업방식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남북한 적십자사가 이산가족의 생사와 주소 확인과 통보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 후 이산가족의 재결합 추진과정에 시범적으로 연로한 이산가족부터 고향을 찾아 흩어진 가족, 친척을 만나고 조상이 묻힌 산소를 둘러보고 서신교환과 상봉이 허용돼야 한다. 이렇게 되면 통일 전 동서독처럼 우리 이산가족들이 추석, 설 등 여러 계기에 북한의 이산가족을 만날 때 소포로 지원을 하고 자연스럽게 남북 화해 분위기도 조성된다.

근본적 해결을 하지 못한다면 통일 전 서독이 한 것처럼 금강산 ‘상봉 쇼’ 행사 소요 비용으로 ‘사람 사오기 구출작전(Freikauf)’을 은밀히 추진할 수도 있다. 서독의 ‘전독일문제부’가 동독 정보기관과 거래한 이 작전 덕택에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약 3,400명의 정치범이 구출되고 2,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서독의 부모에게 돌아왔으며 25만 명 이상의 서독 가정이 동독에 있던 이산가족들을 구출해 재결합할 수 있었다.

투명성 없는 쌀 지원은 ‘북한체제유지 및 강화 후원금’이 되었다. 북한이 한국과의 상생·공영을 바라거나 핵 폐기 진정성이 없는데도 이산가족 상봉 대가로 대규모 인도적 지원 조치를 검토한다면 과거 정부 정책의 연속에 불과하다.

정부는 일회성 이벤트 행사와 천재지변과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북한 동포에게 조건 없이 해야 하는 인도적 지원을 구별하여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

송종환 편집위원·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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