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제동의 ‘골든벨’을 울리는가
누가 김제동의 ‘골든벨’을 울리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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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설 확산으로 제각기 정파 이익 추구, 김제동 주가는 상승
▲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고 있는 김제동 씨 /출처 : 뉴스엔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지난 10월 12일 마지막 녹화를 끝으로 KBS ‘스타 골든벨’ MC에서 전격 하차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까지 논란이 뜨겁다.

김 씨가 하차한 것에 대해 정권의 외압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김 씨가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노제 사회를 맡은 바 있고, 그동안 김 씨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진보적인 발언을 많이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김제동 씨의 ‘스타 골든벨’ 하차에 대해 정치인들이 ‘외압에 의한 탄압’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고 있고, 주요 언론에서 이러한 논지로 김 씨 문제를 사설 혹은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외압설’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김 씨는 정말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서 골든벨에서 하차한 걸까.

KBS 측은 김 씨가 4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맡았고 인기가 예전 같지 않았던 점, 데뷔 초기와 달리 유명세가 높아지면서 제작진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김 씨 하차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 씨 이슈는 정치 유세용

그러나 김 씨의 하차 문제에 대해 각종 설과 추측 해석을 더하고 있는 곳은 야당 정치인들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 진보언론, 그리고 친노 코드로 임기 동안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받아온 전 KBS 사장 정연주 씨다.

김 씨 하차 문제는 10·28 재보선 선거 유세 현장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되고 있다. 수원 장안의 재선거에 지원 유세차 참석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김제동 씨 등 연예인까지 탄압하면서 오만과 독선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 한 석이라도 보태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외압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광위) KBS 국정감사에서 “김제동의 하차에 만에 하나라도 외압이 있다면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제동은 노제 때 내가 보고 들은 것 중 통틀어 가장 걸출한 추도사를 보여줬다. 여러 독서와 여간 내공 없이 나올 수 없는 추도사였다. 그는 인재”라고 치켜세웠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13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김제동 MC 교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치적 문제 때문에 이렇게 사라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미개한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발언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씨 하차 문제를‘정치적 외압’에 의한 하차라고 단언해 버린 것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10월 13일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폭군적 정치보복, 그 업보 어찌하려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제동 씨를 쫓아낸 뒤 KBS에서 나온 반응이 참 유치하고 바보스럽다”면서 “선수들끼리는 다 아는 그런 이야기(프로그램을 오래해 퇴출시켰다)는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정연주 전 사장은 “본인한테는 좀 미안한 이야기인데, KBS 1TV ‘아침마당’의 이금희 아나운서는 지금 몇 년째 그 프로그램 하고 있는지, 혹시 지난번 대선 때 이명박 후보 부인의 스피치를 도와준 인연 때문에 방송을 오래 해도 손을 댈 수 없는 건 아니냐”고 이금희 아나운서까지 끌어들여 외압설을 부추기고 있다.

김제동 인기 하한가, 작년 ‘연예가중계’ 하차

그러나 김제동 씨의 골든벨 하차를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제동 씨는 2002년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사전 MC로 발탁된 이후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다가 그는 ‘폭소클럽’(KBS2), ‘컬럼버스 대발견’(SBS)에 출연하면서 여기저기서 연락이 쇄도해 2003년 5월경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과 2004년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을 다룬 ‘김제동 어록’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고, 이 어록을 만화로 그린 책도 출간됐다.

하지만 그는 2007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 회당 500만 원 정도를 받는 비싼 출연료에 비해 그의 유머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한마디로 김제동은 ‘몸값은 비싸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제작비 절감을 위한 방송사의 방침에 따라 지난해 11월 KBS 연예가중계에서 하차했다. 당시 김제동 씨와 함께 윤도현, 김원희, 손범수 등 외부 MC들도 자사 아나운서 등으로 교체됐다. 김 씨가 하차한 이후 자사 아나운서로 교체된 연예가중계는 오히려 시청률이 한 자리 수에서 두 자리 수로 소폭 상승했다. 스타 골든벨에서의 김제동 씨 하차가 ‘정치적 외압’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씨는 지난해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상대로 한 최고의 코미디언.개그맨 선호도 조사에서도 2.1%(7위)에 그쳐 1위 유재석(49.9%) 씨, 2위 강호동 씨(37.2%)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오히려 요즘 그는 스타 골든벨 하차 이후 ‘정권의 탄압을 받는 약자’로 부각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도 거세다.

다음 아고라의 한 논객(ID: may…)은 “김제동 씨에 대한 막연한 지지와 KBS에 대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정작 당사자인 김제동 씨나 KBS의 정확한 입장은 확인조차 하지 않으면서 오직 ‘카드라 통신’에 의한 말장난과 말싸움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논객은 “방송에서의 출연자 결정은 방송사의 고유 권한인데 이것을 두고 시비를 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왜 누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렇다면 과거에 김제동 씨가 연예가중계 진행자에서 하차한 것은 왜 시비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연예인 거취 왈가왈부, 국회가 찜질방인가

국정을 비판해야 할 정치인들이 왜 국감 현장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MC 김제동 씨 하차에 대해 핏대를 높이냐는 지적도 있다.

조선닷컴의 누리꾼 원모 씨(ID: wc***)는 “국민들이 일개 연예인 거취에 왈가왈부하라고 (국회의원) 뽑아준 줄 아나? 국회가 무슨 찜질방 TV 앞 인가? (국회의원들) 정신 차리라”고 말했다.

누리꾼 박모 씨는 “방송국프로그램 개편으로 인한 하차에 민주당은 또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값어치를 만들려 한다. 오두방정 떨지 말고 조용하자”고 질타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금희 아나운서를 끌여들어 김제동 씨 하차를 정치적 외압에 의한 하차로 선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은 “KBS에서 맹활약하다가 상까지 타기로 내정된 심현섭을 이회창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쫓아낸 것이 당신(정연주)”이라면서 “이금희 씨가 언제 김제동 마냥 정치적 선동을 한 적이 있던가?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인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취임 이후 이회창 후보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던 개그맨 심현섭 씨는 KBS에서 얼굴을 볼 수 없게 됐고, 지난 정권에서 타 방송사에서도 거의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야인 생활을 했다. 가끔씩 그가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 출연하는 것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김제동 씨가 KBS 스타 골든벨 하차 이후에도 보수 성향의 새로운 방문진 이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MBC로 자리를 옮겨 단독 MC를 맡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KBS 1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라디오 정보센터 박찬숙입니다’의 박찬숙 전 앵커, 김동건 아나운서, 이계진 현 국회의원 등도 정 사장 취임 후 ‘세대 교체론’이 흘러나오면서 중도 하차했다.

당시 인기 라디오 앵커였던 박찬숙 씨는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약 9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었고, 김동건 아나운서도 18년 동안 ‘가요 무대’를 이끌어 왔었다. 김동건 아나운서는 “애착이 많은 방송이었다. 그러나 장래성 있는 후배들을 위해 떠날 의향은 갖고 있었다”고 발언하면서 프로그램에서 물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에는 이들을 비호해주던 국회의원들도 없었다. 

김제동, “(나를) 중도좌파 정도로만 해 주세요”

정치적 외압 논쟁의 중심에 있는 김제동 씨도 책임 소재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부주의한 발언으로 외압설을 일으킬 만한 소재를 제공한 것도 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2월 1일에 방영되었던 예능 프로그램 ‘SBS 야심만만 예능 선수촌’에서 스스로를 ‘좌파’라고 말했다. 김구라 씨가 “김제동은 좌파예요. ‘좌파 제동’이에요. 좌파가 어때서, 좌파 좋잖아?”라고 말한데 대해 김제동 씨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도 살아야 하니까 ‘중도 좌파 제동’으로 해 주세요”라고 발언했다.

그는 올해 8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정치적 발언을 해 이 내용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는 “쌍용차 파업노동자들, 이란의 대선 부정선거 항의시위대가 탄압받고 있다. 이 약자들을 잊지 맙시다”라며 이명박 정권을 이란의 독재정권에 빗대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지난해 신해철 씨와 함께 MBC ‘백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올해 5월에는 노제 사회를 보면서 비통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의 MC가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대중에게 공공연히 드러낼 때 이미 MC 자격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 전파는 공공의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인기가 시들해가던 한 연예인의 방송 하차에 대해 보수 진영과 좌파 진영 양쪽에서 각종 ‘외압설’이 난무하고 있다. 좌파 진영에서는 김제동 씨의 하차를 ‘외압설’로 확대 재생산해 현 정부 비판을 위한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일부 정치인들도 김제동 씨를 유능하고 재능 있는 연예인으로 미화해 비판의 잣대를 현 정부로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다음 아고라의 한 보수논객(ID: 10jong***)은 “김제동 씨가 무슨 좌파씩이나 되기에 우파들이 비중 있게 보아 보복씩이나 한단 말인가? 연예계 쪽에서 대중성이 좀 있다고 역시 좌파도 못되는 좌파들이 자기들 편으로 만들어 우파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하고자 정치보복이니 하며 쇼에 열중하는 것이며, 그 쇼에 일부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말려들어 일부 언론과 포털이 ‘김제동~ 김제동~’하도록 해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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