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답지 않은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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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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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회의 불법녹취에 내부 고발자 해고까지
▲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가 지난 9월 17일 국가정보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을 비판하고 있다. / 출처 : 뉴시스

박원순, “아름다운가게에 노조 생기면 종말”

지난 2001년 진보계의 좌장격인 박원순 변호사가 중심이 돼 설립한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가게’의 아름답지 못한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인사위원이 아닌 사람이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내부 비리 문제를 고발한 간사를 해고시키고, 비공식적인 간사회의 내용을 불법 녹취해 감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했다가 해고된 전 아름다운가게 회계 책임 간사 박모 씨는 아름다운가게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냈고, 지난 9월 21일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직원징계권한이 없는 이사회가 박 씨의 해고를 사실상 결정한 것은 정관 및 내규에 위배돼 부당하다. 해고 시점부터 앞으로 복직할 때까지 매달 175만원을 지급하라”는 판시를 내렸다. 또 “인사위원이 아닌 사람이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회의를 주관한 뒤 해고를 통보한 것은 적법한 자격이 없는 자에 의해 회의가 소집된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크다”면서 “박 씨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고 밝혔다.

법적 분쟁과정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만약 아름다운가게에 노조가 생겼다면 그것은 아름다운가게의 종말이 될 것”이라며 노조 설립을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원순 변호사의 이중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그는 대기업의 경영 비리를 파헤쳐온 참여연대의 초기 사무처장 출신으로 노조 등 우리 사회 진보·좌파계에서 ‘대부’로 대접받아 왔다.

내부 비리 고발자 해고 통보

사건의 전말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4년 2월 아름다운가게에 회계 책임 간사로 입사한 미국공인회계사 박모 씨(36)는 사무처장 이모 씨가 정상적인 회계처리 없이 법인카드로 수백만 원을 쓴 사실을 확인했다.

박모 씨는 용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업에 사업비를 지출하는 문제로 이 씨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그는 회사 내부 게시판에 “사무처장에게 사업비 지출을 명한 박원순 상임이사는 업무상 배임죄 및 교사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후 그는 2006년 10월, 10명의 간사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아름다운가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열었다. 당시 모임에서는 “노조를 만들어 아름다운가게의 잘못된 운영 형태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썼던 이 씨는 해임됐다. 박원순 상임이사도 사임의 뜻을 밝혔으나 이사회의 만류로 사임하지 않았다. 박 상임이사는 당시 사임서를 통해 “만약 아름다운가게에 노조가 생긴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가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아름다운가게 인사위원회는 자체 조사를 벌였고 “이 씨가 비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업무 지침이 없어 일어난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박 씨에 대해서는 “상임이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 조치를 내린다.

이에 아름다운가게 운영진은 징계가 약하다는 이유로 재심을 요구했고 인사위는 이 문제를 이사회로 넘겼다. 이사회는 박 씨에 대해 권고사직을 결정했지만 박 씨가 반발하자 2007년 5월 해고 조치했다.

이후 박 씨는 이 문제를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소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아름다운가게 측이 2006년 10월 비대위 모임의 대화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만들어 비대위가 아름다운가게 조직을 와해하려 했다며 증거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알게 된다. 박 씨는 아름다운가게 측이 “비공식적으로 열린 간사 모임을 불법 녹취해 비대위 활동을 감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문제를 제기했던 간사 들 중 상당수는 조직을 떠났고, 이 씨는 잠시 외국 연수를 다녀온 뒤 무역부 사무처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 공방은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지난 9월 21일 법원이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측, “비리 아닌 업무 부주의다”

이에 아름다운가게측도 입장을 표명했다. 아름다운가게 측은 “박모 씨가 내부고발자라서 해고된 것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모 씨가 자의적인 해석으로 핵심 인사들에게 배임죄, 교사죄, 소멸시효 등을 공개 글에서 거론, 아름다운가게와 상임이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내부 간사들을 선동한 점으로 인사위를 거쳐 해고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2006년 정상적인 회계 처리 없이 법인카드로 수백만 원을 쓴 사실을 발견했다는 박모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리가 아닌 업무 부주의와 실책이다. 이모 사무처장이 회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업무 처리 미숙으로 제때 영수증 처리를 못했다”고 반박했다. 아름다운가게 측은 그러나 “박모 간사는 이를 마치 내부 비리의 일부인양 인용하며 오해를 지속적으로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용역이 이뤄지지 않은 사업에 사업비를 지출했다는 박모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건은 2005년 진행한 ‘김우영 사진전’을 잘못 이해해 비롯된 문제”라면서 “김우영 사진전은 기획 및 논의 절차가 먼저 진행되고 예산에 대한 품의는 나중에 결정됐다. 사진작가의 타이밍에 대한 강박감과 빈민계층의 상황을 빨리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인한 과도한 추진력 등으로 인해 내부 의사결정권자들보다 미리 선행해 움직인 점들이 사유가 됐다”고 반박했다.

박원순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가 노조 설립을 반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름다운가게는 비영리공익단체로 일반회사와 구성, 성격, 구성원들의 마인드 등이 다르다. 평간사나 팀장, 국장, 처장의 기본 월급 또한 동일하다. 보직변경이 자유로운 수평관계를 지향하고 있어 대부분의 간사가 ‘비영리단체에서 노조 설립은 아이러니하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박원순 상임이사가 ‘노조가 생긴다는 것은 아름다운가게가 지향하는 평등하고 수평적인 조직관계의 목표를 상실하게 되어 종말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공식적으로 열린 모임을 불법 녹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아름다운가게 측은 “녹음자료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2006년 10월 18일 박모 씨가 개인적으로 연락해 모인 모임은 비대위가 아니다. 비대위라 칭하는 것은 박모 씨의 의견이고 참가했던 대다수의 간사가 구체적인 논의 사실을 모르고 참석했고 조직에서도 이 모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 참가했던 한 간사가 개인적인 실수로 녹음했던 것이고 나중에 아름다운가게와 박모 간사 간에 쟁점이 불거지자 해당 참가자들에게 여러 가지 자료를 요청하는 가운데 이 자료가 제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녹취 부분에 대해서 김재춘 아름다운가게 정책국장은 한 일간지를 통해 “당시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 MP3 플레이어를 실수로 떨어뜨리는 바람에 MP3가 오작동해 우연히 녹음이 된 것이 기록됐고, 이를 제출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아름다운가게, 별도 법적 대응 검토

아름다운가게 측은 “해고 정당성 부분이 아닌 해고 절차 과정에서의 정관-내부 절차상의 부분이 법원의 1심 판결에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 부분은 판결문을 받고 나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박 씨가 위자료로 500만 원을 청구한 부분을 재판부가 기각한 것에 대해서도 “별도의 법적 대응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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