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빅뱅의 서막 종합편성채널 누가 나서나?
미디어 빅뱅의 서막 종합편성채널 누가 나서나?
  • 미래한국
  • 승인 2009.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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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 준비 완료·연합뉴스는 보도채널 진출 선언
▲ 지난 10월 29일 헌법재판소의 방송법 유효 결정 이후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후속 조치 추진 일정을 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미디어 빅뱅의 서막을 알리는 방송법과 신문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29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음에 따라 향후 등장하게 될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채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 방송을 보는 일반 시청자들은 지상파 3사 이외에도 보도·시사·교양·드라마·예능 등 ‘종합선물세트’같은 종합편성채널 2-3개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보도전문채널도 YTN과 MBN 등에서 1-2개 정도 매체가 새롭게 신설될 예정이어서 기존 매체에 식상해 있던 시청자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방통위는 신규 종합편성·보도채널 도입을 위한 TF(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운영 중에 있다. 이들은 종편·보도채널 선정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신규 방송사업 정책 TFT’ 구성·운영(안)을 마련하여 보고하게 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쯤 사업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 이미 종편 준비 끝나

보수 성향의 대형신문사들에게 있어 ‘방송사업’ 진출은 오랜 숙원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국회가 미디어법 개정으로 파행으로 치달을 때도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헌재 판결 이후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종편을 따내려는 신문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종편 채널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신문사는 공식적으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MSO연합(국내 4대 케이블 TV 방송국 티브로드, CJ헬로비전, HCN, 씨앤앰)이다. 이 매체들 중에는 길게는 15년 전부터 방송사업 진출을 준비해 왔던 곳도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1995년부터 신문·방송 겸영시대를 대비해 치밀하게 내부 역량을 쌓아왔다. 유권하 중앙일보 미디어전략팀장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 외에 현재 뉴스, 드라마, 스포츠, 연예 오락 등 모든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국내 미디어사는 JMnet(JoongAng Media Network)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월간 <신문과 방송> 10월호 ‘신문사의 방송 진출 출사표’ 기고문 中)

실제로 JMnet의 계열사들의 이름을 들어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다. QTV·J골프 등의 케이블 채널 3개, 중앙일보·중앙SUNDAY등 5종의 신문, 뉴스위크·포브스 등 13가지의 잡지,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 제작사 Drama House,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Seol&Company), 시나리오 제작사 에이 스토리(A Story), 대형복합상영관 씨너스(Cinus), 각종 공연 및 이벤트 입장권 판매회사 티켓링크(ticketlink) 등의 계열사가 있다. JMnet 측은 17년간(1964-1980)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동양방송(TBC)의 성공적인 노하우를 이어 받았기 때문에 그들의 혈관 속에는 방송 DNA가 흐르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자회사 터너 브로드캐스팅은 회사 지분의 49%를 JMnet에 투자했다.

국내 최초의 ‘신방 겸영’ 방송이었던 동아방송(DBS)을 운영했던 동아일보도 종편 채널 사업자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일보와 미디어 자회사로 구성된 동아미디어그룹은 지난 8월 17일 ‘방송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추진위에는 120여 명의 임직원이 포진해 있다. 동아일보 측이 자사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콘텐츠와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술 및 서비스. 동아일보는 2000년부터 온라인 TV, 인터넷 방송을 운영해 왔고 지난해 12월부터 동아일보 기자들이 출연, 제작하는 일일 뉴스 프로그램 ‘동아 뉴스스테이션’을 방송하고 있다. 동아일보 측은 “자회사인 동사이언스가 과학 교육 및 다큐멘터리 제작 등으로 차별화된 방송 경험을 쌓았고, 온라인 교육 자회사 디유넷이 교육방송 분야에서 개발 제작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다”며 콘텐츠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도 자체적으로 연예 뉴스 및 동영상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조선일보도 2007년부터 케이블 비즈니스 채널 ‘비지니스 앤’을 운영하며 방송 경험을 쌓았다. 조선일보사 크로스 미디어팀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미국 PBS, 영국 BBC, 일본 TBS 등 세계 16개 방송사에 수출됐다. 조선일보가 종편 채널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자사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탄탄한 자금력. 우병현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마케팅팀장은 월간 <신문과 방송>에서 “조선일보의 납세 실적은 전국의 모든 신문사가 낸 것을 다 합한 것보다 많은 법인세를 내고 있다. 또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초우량 기업으로서 탁월한 미디어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측은 영상 콘텐츠의 원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자사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는 자사가 매년 주최하는 ‘판타지 문학상’, ‘차범석 희곡상’ 등에 출품된 작품들에서 비롯된다.


매경·한국일보도 종편 참여 선언

매일경제도 지난 5월부터 매일경제신문과 자사 케이블 채널 MBN이 함께 종합편성태스크포스 팀을 가동했다. 매경의 비전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고 원 아시아 전략을 통해 국가의 부를 키우자는 것. 매경 측은 “많은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매경 종편 컨소시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종편 채널에 ‘선택적 참여’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일보 측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립지’라는 사명감도 종편채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큰 동인이다. 한국일보 종편 채널의 지향점은 보도와 교양은 물론 오락 연예 프로그램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성과 배려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지난해 1월, 5년 넘게 회사를 옭아매던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한국일보측은 종편 채널에 무조건 참여하기보다 뜻을 같이하는 좋은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만나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26일 케이블TV방송국(SO)들도 MSO연합으로 종편 설립에 나설 것을 표명했다. 이들은 국내 4대 MSO인 티브로드, CJ 헬로비전, HCN, 씨앤앰으로 오랜 방송 서비스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지역 방송 콘텐츠를 제작했고 지역에서만 방송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종편 채널 운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머니투데이·이데일리·연합뉴스 보도채널 경합

보도채널 진출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방통위 방침에 따라 1-2개 정도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도채널 부문에는 온라인 매체 머니투데이와 이데일리, 연합뉴스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미디어법 개정으로 보도채널인 YTN에도 신문 및 대기업의 지분이 30%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머니투데이는 지난해 10월 경제방송 MTN을 개국해 이미 방송 제작 경험을 쌓았다. MTN측 최남수 보도본부장은 <신문과 방송> 기고를 통해 “기존 보도 채널의 자본금 규모를 고려할 때 신규 채널의 적정 자본금 규모는 300억 원 선으로 보인다. MTN의 경우 기존 자본금이 100억 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200억 원 증자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별 어려움 없이 성사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인 550여 명의 취재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연합뉴스도 지난 8월 18일 사장 직속의 방송사업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연합뉴스는 5년 전부터 기자들에게 캠코더를 지급하고 50여 명의 영상취재 전문 인력도 채용했다. 연합뉴스 측은 컨소시엄 구성에서 시너지 효과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적 성격의 재무적 투자자, 우량기업, 방송통신 시설장비 및 콘텐츠 관련 기업에 안배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온라인 매체인 이데일리도 증권방송 토마토 TV와의 제휴를 통해 지난 2007년 10월 경제·재테크 전문 케이블 방송 이데일리 TV를 개국했다.   


PD, 작가 대란 일어나나?

이미 여러 매체에서 종편과 보도채널 진출을 선언한 이상 전문가들은 종편 성공의 조건으로 간판 프로그램과 자금력을 꼽고 있다. 간판 프로그램이 있어서 시청률이 올라야 광고가 붙고 이것이 재원으로 연결되기 때문. 이러한 이유로 종편채널이 ‘상업 저질 방송’이 될 거라는 우려도 많다.

전문가들은 또 초반의 적자를 상쇄할 충분한 자본을 갖춘 사업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초기자본은 3000억에서 5000억, 7000억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마다 차이가 난다.

그러나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 대기업들이 방송시장 진출을 꺼리고 있어 종편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삼성은 종편에 진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고, LG와 SK 등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역시 종편 진출을 꺼리고 있다.

종편과 새로운 보도채널의 등장을 환영하는 쪽은 오히려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과 언론계 구직 지망생들이다. 이미 방송계 내부에서는 “앞으로 종편이 생기면 PD 대란, 작가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실제 SBS와 YTN이 개국했을 때도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에서 대규모 인력이 이동한 선례가 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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