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윗선을 밝혀라”
“그 윗선을 밝혀라”
  • 미래한국
  • 승인 2009.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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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계진출 노린 대학강사 간첩 검거
▲ 윤갑근 수원지검 2차장 검사가 10월 29일 오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이씨의 간첩활동 내용 등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수원지검과 국가정보원은 유학생활 중 북한 대남공작부 35호실에 포섭돼 17년 동안 암약하던 대학 강사 간첩 이모 씨(37. 남)를 검거했다고 지난 29일 발표했다.

이 씨는 경기도 모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2005년 2학기부터 교양과목인‘민주주의와 한국정치’를 가르쳐왔다. 인도 유학 시절, 북한 대남공작원에게 포섭된 이 씨는 각종 군사기밀을 넘겨준 대가로 고가의 선물들과 공작금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 5만6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6000만원에 조국을 판 것이다. 12년 전인 199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고영복(서울대 명예교수) 사건’에 비해 너무나 조용히 지나가고 있는 이번 사건은 우리의 안보의식이 얼마나 흐려졌는가를 보여준다. 하지만 대학 강단에 섰던 그가 제자들에게 어떤 강의를 펼쳤을까를 떠올린다면, 가볍게 여길 만한 사안이 결코 아니다.


보안수사 인력 3/4 감소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이 씨가 적발되지 않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친 요인으로 공안인력의 감소가 지목되고 있다. 좌파 정권에서 국가안보수사기관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북한의 대남 간첩공작과 국내 안보위해세력의 활동 차단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보안경찰 인력은 4500명에서 2000명으로 감소했다. 외근 요원의 60%가 탈북민 관리에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보안담당 수사 인력은 4분의 1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1997년에 70명이었던 대검찰청 공안부 인력도 2007년 말 현재 44명이며, 예산 감소와 함께 관련 기구도 축소되었다. 국정원 또한 안보수사 인력의 46%가 감축되었고 좌익전담 수사부서는 폐지되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칼럼을 통해 “친북·반국가적 활동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검거 인원은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97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사람은 877명이었지만, 2007년엔 39명이 전부였다. 1993년~1997년까지 4년 동안 군내의 좌익사범 검거인원도 199명에 달했지만, 좌파정권 10년 동안은 54건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조갑제 대표는 “기무사의 대공수사인력이 560명에서 370명 수준으로 줄어든 결과”라고 전했다. 안보수사기관의 정상화는 현 정권에 들어선 후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안경찰 200여 명이 추가로 감축됐다.

이를 우려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의견광고를 통해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국정을 관리한 두 개의 좌파 정부는 인

▲ 검찰이 지난 10월 29일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이씨로부터 압수한 북측에 전달된 자료와 북한 주체사상 등이 담긴 이적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력 감축과 좌편향 과거사 규명을 통한 수사요원의 사기저하를 유도했다”며 “안보수사기관의 무력화를 통하여 대한민국을 간첩이 마음껏 활보하는 안보위해세력의 천국으로 전락시켰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가 국가안보수사기관의 인력과 예산을 정상화시킬 것을 촉구했다. 특히 법적인 신분보장이 이루어지는 일부 판사들의 좌경화 및 친북세력 비호 차단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었다.


간첩교신 수단으로 사이버공간 활용

좌파정권 10년 동안 권력에 코드를 맞췄던 자들이 아직도 국가안보부서 곳곳에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적발된 이 씨가 민주평통자문위원과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을 역임한 것과 관련해 그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17년 동안이나 박사 간첩이 암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은 물론 그 윗선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며 “정계 진출까지 지시 받았는데, 그 모든 일을 이 씨 혼자 했을 리 없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주요 직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의문과 함께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의 추천으로, 어떻게 임명되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국가안보 수사 활동 정상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안보대책실 연구관은 “좌파세력은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신보 등 70여개의 인터넷망을 활용, 간첩교신의 수단으로 사이버공간을 활용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우리 사회 각 분야에 침투해 ‘좌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그들은 거미줄 구조의 강한 연대력과 조직 복원력을 갖추고 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제도정치권과 정부 핵심부까지 진출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사건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어 설득력이 더욱 강해졌다. 유 연구관은 이날 “좌파세력은 대부분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무차별적인 사이버 선동공세를 취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사이버 테러 단계까지 발전한 실정도 언급했다.

이 역시 지난 7월에 발생한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테러와 관련지을 수 있다. 청와대, 국방부 등 한국과 미국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 26개에 대한 사이버 테러가 북한 체신성의 소행이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비공개 증언한 내용으로, 동아일보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간첩 강사 이 씨도 웹하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용량의 주요 기밀을 전달하는 등 첨단 디지털 매체들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파악돼, 보안시스템 강화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공안가능과  안보의식 강화해야

우리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햇볕정책과 같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대남적화통일을 꿈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반공교육을 주 임무로 하는 육군 정훈장교로 복무한 이 씨에게도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2003년에 군사정보 수집을 반복적으로 지령한 것이 밝혀져, 공안당국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압수수색에서도 40여 개국에 파견된 군 장성들의 이름과 계급 등이 수록된 주외무관 명단도 발견됐다. 이는 국회의사당 모 의원 사무실에서 그가 가지고 나온 국가기밀자료라고 한다. 이 씨가 민주평통자문위원이었던 2006년에도 국정원에서 열린 ‘안보정세설명회’에 참석해 몰래 녹음한 3급 비밀 내용들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하니, 우리 국가기관의 허술한 안보의식을 알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북한이 한국으로 보낸 지령통신 중 밝혀진 것만 약 670건이다. 독일통일 전, 동독 정보기관이 서독에 잠입시킨 간첩과 협력자가 3만 명에 달했던 것에 비추었을 때, 우리나라의 공안기능과 국민의 안보의식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공안 업무는 급격히 축소됐고, 그러한 기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정계에 진출할 방법을 모색하라’는 지령까지 내린 북한의 간첩양성은 과거의 그것보다 훨씬 치밀해졌다. 어린 유학생을 포섭해 제도권 여론 주도층으로 육성하는 등 고급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장기우회침투 전략’을 펼친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 전반의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진보연합 또한 10월 30일 논평을 통해 “이 씨의 뒤늦은 검거는 대한민국의 안보가 얼마나 붕괴됐는지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지난 대선에서 좌파정권의 집권이 연장됐다면, 이 씨는 정계 진출의 꿈을 이뤘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우려를 표한 자유주의진보연합 측은 “좌파정권 10년간 자유롭게 활보했을 수많은 간첩에 대해서도 치밀하고 섬세한 수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의 말대로 ‘진보의 탈을 쓴 친북좌파’들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는 이유다. #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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