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용 시민단체 지원금, 회수해야
불법 사용 시민단체 지원금, 회수해야
  • 미래한국
  • 승인 2009.1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단] 이영해 한양대 교수·선진화개혁추진회의 상임의장
▲ 이영해 한양대 교수·선진화개혁추진회의 상임의장


며칠 전 감사원은 연간 8,000만 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543개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결과 2006년부터 3년간 전체 보조금 4,637억 원 가운데 500억여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검찰에 16개 민간단체 임직원 21명의 수사를 요청했다.

이러한 일부 민간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불법으로 횡령한 사건이 밝혀지면서 시민사회의 신뢰 전반에 잊혀지지 않을 크나큰 상처가 남았다. 감사원 조사 내용만을 놓고 보면 관련단체들의 횡령사건 전모는 시민사회 스스로가 사회적 관용의 한계를 넘어 부패의 정도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을 두고 관련단체 등 일각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부정축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사건 자체가 서류조작 등 매우 조직적이고 완벽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 전체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여론의 화살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감사 결과를 두고 시민단체 일각에서 좌파 시민단체를 탄압하기 위한 표적 감사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좌우 민간단체 모두 적발되기도 했거니와 영수증을 위조하는가 하면 컴퓨터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계좌이체 영수증 수백 장을 위조하여 거액을 횡령하는 등 중범죄 사례가 허다히 드러난 마당에 표적 감사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요즘처럼 세상이 다양화되고 정부조직이 비대해진 사회에서는 시민사회(NGO)활동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 시민사회의 존립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도 도덕성, 투명성, 객관성이다. 정부의 정책수립 및 추진과 예산집행, 정치권의 부정부패 감시, 기업의 윤리성, 여론 통합의 주도적 역할 등 국가적. 사회적으로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민단체다.

짠맛  잃은 소금은 무용지물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그 소금은 쓸모가 없는 것처럼 시민사회도 도덕성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그 단체는 이미 생명력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즉, 생명이 없는 단체의 활동은 집단 이기적 행동에 불과하며, 공익적 차원에서는 아예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여기에다 우리 국민들의 전반적 성향은 시민단체를 평가할 때 유독 외형적 활동만으로 단체를 평가하다보니, 바로 오늘과 같은 시민단체 내부의 불법사례들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민간단체 뿐 아니라 시민사회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투쟁을 해도 국익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고, 집회를 벌여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남이야 어떻든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의식이 앞서면 집단 이기적 사상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초래는 물론 국가 선진화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치기 마련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은 언젠가 꼭 사고를 치듯이 이번 민간단체의 정부 보조금 횡령이 꼭 그런 격이다. 평소 겉으로는 선한 양처럼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와 같은 형상이다. 정치권 등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감시해야 할 시민사회가 이처럼 물질만능에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예로부터 ‘죄는 죄대로 가고 복은 복대로 간다’고 했다. ‘구미호’의 탈을 쓰고 아무리 토끼 행세를 하려 해도 눈앞에 놓인 물질적 이익(견물생심.見物生心) 앞에서는 금방 그 본색이 드러나고 만다.

민간단체와 시민단체가 공과 사는 물론 쓸 돈과 안 써야 할 돈 조차도 구별하지 못하는 정도라면 아마 그 단체 활동은 국익의 전반적 측면에서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항상 소(小)를 탐(貪)하면 대실(??)하게 된다는 명인들의 조언도 이런 사례를 두고 한 말인 듯하다. 

민간단체 및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 불법사용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지금처럼 우후죽순 생겨나 이름만 무성한 시민사회가 사회 갈등의 근원을 제공하고, 부정부패 양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에 있어야 할 시민은 별로 없고 몇몇 임원 중심으로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각종 문제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즉, 단체 내부의 다양한 의견교환 및 외부적 여론수렴 기능이 완전 마비되어 있다 보니 결국은 편파적. 이기적 시민운동을 남발하게 되고, 그런 반(反)국가적 시민운동을 빌미로 정부지원금을 받아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시장경제국가에서 시민들이 집단을 이뤄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데에는 누가 탓할 일이 아니다. 다만 그런 목적 달성의 절차와 과정에 있어 스스로의 행동이 국가이익이나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느냐 또는 조직의 운영과 활동의 전반적 내용이 얼마나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악취를 풍기는 생선에서 쓸 만한 부위를 찾기는 어렵듯이, 시민사회도 조직의 일부가 썩었다면 그 부분을 좀 더 넓고 깊숙이 도려내 주는 것도 어느 정도 정화 역할을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관리감독 기능의 대폭 보완 필요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비영리단체 국고보조는 공익적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같은 형상이 돼 버렸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불미스런 사례의 근본적 발단은 일부 민간단체를 비롯해 시민단체가 공익적 활동보다 잿밥(국고보조금)에만 더 욕심을 낸 것이 부정부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또 그런 저급한 의식수준의 민간단체와 시민단체로 인해 국가 선진화를 그만큼 더 늦어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민간단체 등의 국고보조금 불법유용 사건은 몇몇 민간단체(시민사회단체) 소속의 임원들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저지른 범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예산의 집행과 공정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책임소재도 분명히 짚어 봐야 할 것이다. 만일 감사원이 국고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벌이지 않았더라면 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특정인들의 쌈짓돈으로 들어가 그대로 묻혀버릴 수 있었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기업이 민간단체에 대한 기부를 꺼리는 것도 ‘투명하지 않은 예산의 집행’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마음에 후원금을 기부하려는 기업들이 오죽 못 믿겠으면 이런 생각들을 할까 시민사회 스스로 깊이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 관련 부처도 앞으로는 국고보조금 지원 대상 단체를 선정할 때 기존에 불법 사용 사례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그런 단체들은 과감히 지원 대상에서 배척하고 이미 불법 사용된 지원금도 전액 회수해야 할 것이다. 또 지금과 같은 정부보조금 불법 유용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크카드 사용 등으로 사용내역 확인 및 사용범위의 명확화, 보다 엄격한 증거서류 제출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체의 인건비성 활동비를 일부 인정해 양성화시켜주는 조치도 필요하다.

시민사회도 이제는 도덕성과 회계의 투명성, 공정성을 단체 운영 및 활동 전반의 최고 목표로 삼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또 잘못한 것은 스스로 반성하는 자세를 겸비할 때 시민단체도 비로소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고려대 산업공학과 졸
일리노이대 석사, 박사(산업공학 및 경영과학 전공)
21세기분당포럼 이사장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