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마친 오바마, 진보에서 중도로?
임기 1년 마친 오바마, 진보에서 중도로?
  • 미래한국
  • 승인 201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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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포석” 지지도 47% 하락세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진보 정책을 국내외에서 펼쳐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을 정리하면서 진보에서 중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1년 간의 국정 경험 끝에 현실에 굴복한 것이거나 2010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중도표를 확보하기 위해 진보를 감추고 정치적으로 위장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도로 선회했다고 보는 대표적 근거는 그의 최근 2개 연설이다.

하나는 지난 8일 진보 성향의 미 브루킹스 연구소에 한 경제 연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드물게도 미국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중소기업들이 미국 신규 일자리 중 65%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세금 감면도 강조, 지난 가을 기업들을 위해 300억 달러 감세안을 서명했고 중소기업들을 위해 자본이득세 완전 폐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고소득자들의 세금을 올리고 정부 지출 위주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해온 그동안의 모습과 대조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난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한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 그는 이날 “폭력은 영구적 평화를 가져올 수 없고 문제만 더 복잡하게 할 뿐”이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안보를 맹세한 국가 수장으로 킹 목사만을 모델로 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비폭력운동은 히틀러 군대를 멈추지 못했고 협상은 알 카에다 지도자들의 무기 소지를 막지 못했다”며 무력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한 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만이 아니라 43개국이 참여한 정당한 전쟁(Just war)이라고 암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중과 그 후에 한 일을 기억해야 한다”며 마샬 플랜과 UN 창립을 소개한 뒤 “미국은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 시민의 피와 힘으로 지구 안보를 지키는데 도왔다”고 말했다. 협상을 강조하고 이라크전 반대처럼 무력행동을 터부시해 왔던 기존의 진보 입장이 보이지 않는 연설이었다.

오바마의 중도 입장에 미국 진보세력들은 반발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하원의원들에게 내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아프간 군대 증원 법안을 지지하라고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은 오바마 대통령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위원회 의장 재임명을 비난했고 진보단체인 MoveOn.org는 오바마가 조 리버만 상원의원을 반대하고 처음 원안대로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첫 임기 1년을 마무리하며 진보에서 중도로 입장을 바꾼 것일까?

위장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중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 보수층의 단합과 공격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전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페기 누안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는 “위기 시에 유권자들은 극단적인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바마의 중도적 입장은 그의 기초인 진보세력을 흔들 수 있지만 ‘온건하다’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무소속 중도 유권자의 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오바마가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감세를 강조한 것은 납세자들에게 ‘나는 당신들의 적이 아니다’라며 손을 흔든 격으로 그들의 놀란 마음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진보정책 가운데 중도성향의 정책을 섞어놓으면 미국 보수층의 비판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이들의 반대집회도 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페기 누안 칼럼니스트는 미국 일반인들이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느끼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자신과 달라도 다 용서가 되는데 현재 미국인들의 정서는 오바마 대통령 만큼이나 차갑다고 지적했다.

미 여론전문조사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지난 12월 6일 기준 오바마 대통령 지지도는 47%로 11월 중순 50% 이하로 떨어진 수준이 계속 되고 있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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