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VS 삼성의 사투
파나소닉 VS 삼성의 사투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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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2010년 1월호

오가와라 가츠유키 저널리스트

 2009년 10월 30일에 있은 소니의 2009년 7~9월 결산 발표 석상에서 오네다 부사장 겸 CEO는 분해 못견디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삼성에 상품 경쟁력에서 진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네다 부사장이 지적하는 것은 전자공업의 주전장(主戰場)인 박형(薄型=얇은 형태) TV에 있어서의 상품 경쟁력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액정 TV의 기간 부품인 액정 패널의 백라이트 부분에 성(省)전력화, 고(高)콘트라스트화를 실현시키는 LED를 사용, 이것을 전세계에 적극적으로 보급해 폭발적인 히트를 계속했다. 2009년에는 LED TV 만으로 200만 대의 출하를 예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해외에서는 소니보다 20% 높은 가격으로 삼성이 더 팔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 이것이 세계의 상식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09년 1~6월 삼성전자는 19.3%를 점유한 데 비해 소니는 10.5%로 반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은 2010년에는 LED TV 만으로 현재의 5배가 되는 1,000만대 출하 목표의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원래 LED 기술 적용은 소니가 빨랐지만 소니는 하이엔드 기종에만 그 기술을 적용해왔다. 보급 모델에까지 LED 백라이트를 넓힌 삼성과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한 일이고 상품 경쟁력, 마케팅 능력, 운용 능력에서도 조기에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고 오네다 부사장은 5분 이상 시간을 배정해 삼성을 분석했다. 결산 회견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이로부터 약 1시간 뒤 열린 파나소닉(마쓰시다로 알려져 있는 구 내셔널)의 3분기 결산 발표 석상에서도 오츠보 사장은 “삼성에 성장력이라는 점에서 큰 차가 나고 말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 TV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는 양사(소니와 파나소닉)로부터 완패라고 할 만한 발언이 이어졌다. 실은 이날 삼성전자도 7-9월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2.9배인 4조2,300억 원(3,300억 엔). 소니가 325억 엔의 적자, 파나소닉이 490억 엔의 흑자라는 사실과 비교하더라도 그 차는 역력하다. 일본 국내 전기 9대사 합계가 1,519억엔이고 일본의 전기 업체 모두를 비교해도 삼성전자의 반 정도 밖에 안 된다. 왜 이렇게까지 차가 났는가. 단기적인 요소를 든다면 일본은 엔고(円高)이고 한국은 원저(원低)인 데 있다. 샤프는 미에현 가메야마시의 가메야마 공장에서 생산한 액정 패널을 전세계에 보급하며 10월부터는 오사카 사카이의 액정 패널 신공장을 가동시켜 여기서 생산한 패널을 수출한다. 삼성이 한국에서 생산한 액정 패널을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와 비교할 때 외환 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그리고 법인세 부담이 큰 일본의 상황이나 삼성의 패널 시설의 상각(償却)이 이미 끝나고 있다는 점도 비용에 영향을 준다. 샤프는 지금까지 최종 조립 공정만을 세계 5극체제로 운영해왔지만 액정 패널 생산까지 포함하는 일관(一貫)체제로 하는 중장기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을 ‘지산지소(地産地?)’라고 표현한다.

“같은 씨름판에서 싸우게 되면 분명 이길 수 있다. 따라서 패널 생산까지 해외로 나간다”라고 샤프 가다야마 사장은 그의 전략 의도를 말하고 있다.

일본기업에는 없는 엄격함

삼성의 간과할 수 없는 잠재능력에 ‘경영의 질’이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2008년까지 회장을 맡은 이건희 전 회장이 기른 삼성류의 경영비법은 ‘톱다운형’. 이 구조가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에는 없다. 단기간에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체제 확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전자업계에 돌개바람처럼 일어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을 깜짝할 사이에 성취한 것도 이런 것의 한 방증이라고 하겠다. 현장에서도 24시간 내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 이것이 타사를 능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전략에 대한 의식의 차이도 크다. 일본 기업들은 오랫동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국내에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규모는 일본의 약 3분의 1. 사업 성장에는 해외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또한 일본 기업에는 없는 엄격함이 삼성에 있다. 어느 삼성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본의 전자업체 해외 거점 책임자는 실패하더라도 일본에 되돌아갈 곳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삼성은 실패하면 되돌아갈 곳이 없다.” 이것이 해외에서의 삼성과 일본 기업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3D TV는 핀트가 안맞는다?

일본의 대표적 전자업체들이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 것인가. 창업 100주년을 맞게 되는 2018년에 세계 제1의 전자업체를 목표로 하는 파나소닉의 대처 방안에서 그 필요조건을 찾아본다. 파나소닉이 대처하는 포인트 중의 하나로 ‘세계에 통용되는 물건 만들기’에 대한 계획이 있다.

이 회사는 ‘이다고나’라고 불리는 이다(판자)라든가 고나(가루)라는 소재까지 거슬러 올라가 수익을 관리한다. 더 나아가 ‘미터 게이지’라고 불리는 ‘미터’나 ‘게이지’를 생산 공정 도처에 배치해 원가 절감에 대처하고 있다.

이것은 성과로 이어졌다. 파나소닉은 2009년 2분기에 고정비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둬 손익분기점을 14%나 인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2008년에 비해 매출이 10% 하락했어도 이익을 증가할 수 있는 체질이 됐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이다고나’라든가 ‘미터게이지’ 등의 삭감만으로는 ‘물건 만들기’가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에 피로를 줄 뿐이다. 이것을 어떻게 ‘물건 만들기’로 이어지게 하느냐가 성장에는 불가결하다.

이런 실적들을 기본으로 파나소닉이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볼륨 존’ 상품이다. ‘볼륨 존’ 상품이란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도적인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 이는 각 지역 시장 동향을 파악해 저가가 아닌 적당히 알맞은 가격에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브랜드를 가진 상품이라고 파나소닉은 정의한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에서 냉장고의 일반적인 사용 방식은 음료수를 냉각시키는 용도. 아침에 가족들이 마실 물을 끓여 페트병에 넣어 냉각시킨다. 5인 가족의 경우 페트병을 10개 넣을 수 있는 냉장고가 필요하다. 파나소닉에서는 페트병을 대량으로 수납하는 공간을 크게 잡고 일본에서 쓰이는 제품과 같은 채소의 선명도 유지 등 부가 기능이 없는 보통 냉장고를 10월부터 출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각기의 시장 특성에 맞춘 ‘볼륨 존’ 상품이 앞으로 속속 등장하게 될 것이다.

“‘볼륨 존’ 상품을 출시하는 데는 현지의 생활 연구를 해 유연한 발상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실이 없고 불요불급한 특성을 없애고 나아가 생산도 우리 회사만 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라고 오츠보 사장은 지금까지의 자사의 제조 개념을 크게 전환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파나소닉의 입장에서 보듯이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일본 업체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3년 후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공통 인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아직 기업의 기본 입장으로 뿌리내리지 못한 것으로 느껴진다. 2009년 10월 일본에서 개최된 세계 3대 전자쇼의 하나인 CEATEC에서 일본 전자업체들은 3D TV를 전시했다.

하지만 3D 기능은 일부 소비자가 일부의 영상 콘텐츠를 보기 위한 기능이고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는 부가 기능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3D를 전시한 것은 고화질 영상, 부가가치 제품에 주목을 끄는 일본과 3D 선진국인 미국 시장에만 시야를 돌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전후해 삼성이 LED TV에 의한 세계 전략을 내걸고 2012년에 올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 황금기를 내다본 대대적인 방침을 발표했다는 것에 비하면 핀트가 맞지 않는 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를 내다보고 살아남으려면 3D 전시에 그친 일본의 전자업체들의 시야는 아직 좁고 세계시장에서 싸울 정신자세가 철저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번역 이영훈 교포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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