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산기업 신속 처리로 효율 제고
美, 도산기업 신속 처리로 효율 제고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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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1/7

미국의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되었지만, 도산 기업에 대한 처리방식은 전 세계의 지침이 되고 있다. 미국기업들이 위험 요소를 가볍게 생각하고 탐욕을 부려 세계적 불황을 초래했다. 미국의 소비자들도 천문학적 비율의 채무불이행에 빠졌고 그들의 낭비로 인한 채무를 사회가 부담,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해체 또는 청산을 주저하거나 기피하고 싶은 국가들은 미국의 대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미국은 도산 기업을 기사회생시켜 경제자원을 가급적 신속하게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복원시킨다. 이는 잠재적으로 생존 가능한 기업과 근본적으로 부실한 기업을 구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잠재적으로 생존 가능한 기업은 ‘Chapter 11’ (해설자 주: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제도에 해당한다.) 절차를 신청해 법원의 감독 하에 구조조정을 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부실한 기업은 ‘Chapter 7’(해설자 주: 우리나라의 파산제도에 해당한다.) 절차를 신청해 자산을 청산, 채권자에게 분배하게 된다. 이 제도는 법원이 도산 기업을 가급적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압력을 준다. Chrysler와 GM 두 거대한 자동차 제조기업이 파산 절차 신청 45일 내에 새 소유자 손으로 넘어갔다. 이는 도산한 기업에 대해 징벌이나 지탄하지 않고 제2의 기회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기업에 대한 정책이 United Airlines과 GM 같은 거대한 기업을 조급히 청산해 수많은 인원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기업가 정신의 강점을 살릴 수 있게 한다. 도산은 기업가들에게는 직업상, 업무상의 위험이다. 사업 경험이 많은 기업가라도 성공하기 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미국에서는 도산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갖기에 초심자도 자영 사업을 쉽사리 창업하고 한번 실패한 사업가도 재기하는 데 힘을 받고 있다.

다행히도 미국의 선례를 따라가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다. 영국은 2002년 이래 기업 관련 법령을 재정비 강화해 기업가들이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창업을 쉽게 하도록 했다. 중국은 1949년 이래 처음으로 입법에 11년 걸려 2007년 새로운 파산법을 채택해 도산 기업의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도록 했다.

금융경색을 타개하기 위한 법령 정비와 개혁의 속도가 빨라졌다. 세계은행 보고서에는 개선 사례가 많이 실려 있다. 여러 국가들이 둔감한 법률체계를 개혁해 파산절차를 신속하게 만들고 있다. 생존 가능한 기업체는 조급한 청산으로부터 보호받게 한다. 기업체가 최종적으로 파산하기 전에 재편 재건할 기회를 갖도록 노력하는 국가가 많다. 프랑스와 독일이 이 분야에 앞서가고 있다. 이 착상이 동유럽과 아시아에도 전파되고 있고, 심지어 파산을 기피하는 회교도 세계에도 미치고 있다. (2009년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러한 개혁에 관해 공동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파산을 보다 발전된 방법으로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비효율적인 법령체계와 채무에 대해 보복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빈곤국가에서 특히 그렇다. 세계은행 보고에 따르면 도산 기업의 회생을 위한 개혁 개선의 대부분은 부유한 국가에서 일어났다. 2004년 이래 부유한 국가는 59%, 아시아의 빈곤국가에서는 33%, 남미에서는 22%가 이 제도를 개선했다. 국가가 빈곤할수록 파산절차 기간도 길다. 부유한 국가에서는 평균 2년 미만이고 동남아시아에서는 평균 4년 반이 걸린다. 파산 절차의 법률비용이 도산 기업체의 자산가치를 거의 잠식하는 경우도 있다.

채무에 대한 태도는 바꿔지기 어렵다. 미국은 일찍이 도산한 기업가에 대해 적대감을 품었던 유럽대륙의 구태에서 벗어났다. 1830년대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미국에서 경험하고 놀란 것은 미국에서는 파산에 대한 태도가 당대의 유럽은 물론, 상업이 발달한 국가와도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었다. Chapter 11의 관대한 규정은 오랫동안 걸쳐온 법률적 해석을 강화해 1934년 미국 대법원은 “파산법은 정직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에게 재활의 새로운 기회를 주고 기존 채무에서 오는 압력과 좌절에서 벗어나 미래의 노력을 위해 걸림돌이 없는 마당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정직하지만 불운한 기업인에게 걸림돌 없는 마당을 제공하게 된 후 각종 기회주의자 들이 이를 악용하게 됐다. 기업 도산에 대한 관대한 처리를 일부 악의적으로 방탕한 기업인이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미국의회에서는 2005년 파산절차를 제한하기 위해 법을 강화했다. 영국에서도 미국의 선례를 본받아 무임승차가 전염병처럼 퍼졌다. 2006년에는 파산 절차 신청자의 25%만이 정직한 기업가로 판명됐다. 이러한 점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정부는 파산절차를 활성화하도록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기업체의 폐업을 보다 쉽게 하자는 것은 빈사상태의 세계 경제를 부활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개선된 파산법이 생존 가능한 기업체를 되살려 실업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정신을 증진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도록 돕는 최선의 길은 기업의 퇴출을 보다 쉽게 하는 것이다.#

정리·정 철 객원해설위원

서울대 법대 졸업

전문경영인(삼성·효성그룹 종합상사)

해외주재 : 월남(1971~73), 남미(1975~78),

중국·일본(1990~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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