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재미교포는 ‘한국인’?
한국인들에게 재미교포는 ‘한국인’?
  • 미래한국
  • 승인 201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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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닌 ‘한인계 미국인’이라는 인식 필요
▲ LA타임스

미국 뉴저지에서 자란 재미교포 미셀 김은 한국에서 체험한 취업 인터뷰를 소개했다.

“나를 본 회사 사람들은 ‘오, 우리는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몰랐다. 우리는 당신이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음. 저는 미국인인데요’라고 답했죠.”

LA 타임스는 지난 14일 이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인들의 재미교포들에 대한 인식을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인들은 같은 외모의 재미교포들을 한국인으로 보고 언어·생활방식 등에서 똑 같이 행동하기를 기대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미교포들의 그렇지 못한 모습에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1986년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한국에 중학교 영어교사로 온 안 베이브(Ann Babe)는 신문에서 한국인들의 재미교포에 대한 태도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주로 연세 많으신 분들이 한국인 외모를 가졌으면서도 한국어도 잘 못하고 한국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 화내는 사람들. 둘째, 평소에는 친절하고 도움을 주지만 재미교포를 한국적으로 만들려고 할 때는 억압적인 사람들. 셋째,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들.

데이빗 강 USC 한국학 소장은 “한국인들은 재미교포들에게 한국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문화적·언어적 능력을 기대한다”며 “그렇지 못한 재미교포 젊은이들에게 고함을 치는 한국인 택시기사가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베이브 역시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뽑는 광고에 ‘교포 사절’이라는 조건이 있다며 “한국인들은 언어능력과 외모가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문은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란 의미의 ‘교포(僑胞)’를 발음그대로 ‘gyopo’라고 표기하며 재미교포들이 한국인처럼 생겼지만 한국적으로 행동하지 않아 한국인들로부터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의 재미교포들에 대한 인식 부족은 지난해 일어난 아이돌 그룹 2PM 멤버 박재범 사태에서도 나타났다. 박재범 사태는 재미교포 3세인 박재범이 한창 인기를 누리다 인터넷에 자신이 쓴 ‘Korea is gay’ ‘I hate Koreans’ 등의 문장이 한국 비하 발언으로 몰리면서 미국으로 돌아온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해외교포들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한 주간지는 당시 한국인들의 첫 번째 ‘실수’는 그를 ‘한국인’으로 여긴 것이고 한국을 비하한 것으로 오해받은 발언들이 알려지자마자 그를 ‘미국인’으로 간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 2, 3세대는 한국인의 정체성보다 미국의 정체성을 더 많이 갖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잡지는 “한국사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에 찾아오는 교포 청년들에 대한 이해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두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 재미교포의 고백을 소개했다.

“나에게 코리안 아메리칸 정체성은 중요하다. 이것은 내가 누구인가를 반영한다. 내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이 나라(미국)가 어떤 나라라는 것을 알고, 나는 이 나라의 부분이고, 이 나라가 나에게 부여하는 기회를 이용해왔다. 나는 또한 내가 한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한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것은 나의 (의식의) 중심에 있다.” #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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