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美 공화당 대선후보는 론 폴?
차기 美 공화당 대선후보는 론 폴?
  • 미래한국
  • 승인 201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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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정부’ 반대하며 인기 급상승
▲ 공화당의 론 폴 연방하원의원


지난 20일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총회에서 마지막 날 관심을 끄는 소식이 나왔다.

매년 행사 마지막 날 실시하는 비공식 예비투표에서 공화당의 론 폴(Ron Paul· 74·텍사스주) 연방하원의원이 전체 표의 31%를 얻어 2012년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 1위가 된 것이다. 뒤를 이어 2위는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22%)였고 3위는 세라 페일린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7%), 4위는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6%)였다. 이번 비공식 예비투표에는 CPAC 참석자 1만여 명 가운데 2,400여 명이 참석했고 투표자의 54%는 18~25세 미만의 젊은층이었다.

어떻게 론 폴 의원이 기라성 같은 롬니 전 주지사,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 등을 제치고 미국의 젊은 보수들의 지지를 얻으며 1위가 된 것일까?

폴 의원이 그동안 주장해온 ‘작은 정부’와 ‘개인의 자유 극대화’가 갈수록 거대해져 가는 오바마 행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미 보수층에 어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CPAC에 참석한 미 보수주의자들 중 80%는 ‘나의 핵심 신념은 정부의 크기와 활동 범위 및 정부의 사생활 개입을 줄이면서 개인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폴 의원이 자신들의 이 신념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 의원은 자유주의(Libertarianism)를 신봉하는 유명한 자유주의자(Libertarian)다. 자유주의는 개인이 본질적으로 선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 없다는 입장에 기초해 개인의 자유 극대화, 제한되고 헌법적인 정부를 주장하는 정치철학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진보주의자(Liberal)들이 정부의 역할 확대 등 이른바 ‘큰 정부’를 지지하자 갈라져 나온 자유주의는 재산권 등 개인의 권리 및 자유는 정부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헌법에 따라 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검열, 징집, 가격통제, 몰수 등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의 행위를 반대하고 경제적으로는 당연히 자유시장을 중시한다. ‘정부의 개입이 줄어들수록 사회는 더 자유롭고 번성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자유주의가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무정부주의가 된다. 

미국에는 이 자유주의에 근거한 자유당(Libertarian Party)이 공화, 민주에 이어 제3의 당으로 활동하며 그동안 대선 후보를 계속 내놓고 있다. 폴 의원은 1988년 자유당 후보로 미국 대선에 출마했었고 2008년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려고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다.

폴 의원은 이번 CPAC에서도 제한된 정부, 개인의 책임, 균형재정을 강조하며 자신의 입장을 이어갔다. 이런 입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 후 과도한 정부지출, 국가가 개인건강보험을 개입하려는 건강보험개혁 등을 이어오면서 ‘개인의 자유’가 ‘큰 정부’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미 보수층의 우려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에 근거한 폴 의원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중시해 동성애를 지지하고 공화당 부시 행정부 당시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개인들의 권리를 일부 제한할 수 있게 한 ‘애국법’에 반대하는 등 보수주의와 궤를 달리하는 것들이 제법 있다.

가령, 폴 의원은 외교적으로 불간섭주의자로 2002년 이라크전 승인안에 반대투표를 던지 유일한 공화당 하원의원이었고 더 나아가 주권 확보를 위해 미국은 UN에서 탙퇴해야 하고 자유무역은 지지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관리되는 무역’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경제적으로만 보수주의와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입장 차이로 폴 의원이 비록 CPAC의 비공식 예비선거에서는 2012년 차기 공화당 대선후보 1위가 되었지만 실제 선거가 열리면 미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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