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영성 강화 안간힘
KBS, 공영성 강화 안간힘
  • 미래한국
  • 승인 201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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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목표
▲ 이번 봄 개편에서 신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출산 장려 버라이어티 ‘해피버스데이’의 한 장면


방송사 개편이 있는 봄, 가을은 방송인들에게 피하고 싶은 계절이다.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혹은 출연진이 교체되는 등 예고하지 않은 소식이 들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수신료 인상을 원하고 있는 KBS는 오는 4월 봄 개편을 앞두고 ‘선정성 배제’와 ‘공영성 강화’를 강조하면서 예능과 드라마에도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공영성이 강조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KBS의 노력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 1월 시무식에서 “KBS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청자들은 기꺼이 수신료를 올려주겠다고 할 것”이라며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23일 여의도클럽 조찬강연회에서도 “공영방송이 살아갈 길은 공정성 강화와 선정성 배제”라며 “KBS 프로그램 내 선정성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김 사장은 또 “선정성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적용된 KBS 새 예능프로그램이 빠르면 오는 4월 예정인 KBS 봄 개편에서 선보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황에 의하면 이번 봄 개편에서 신설되는 프로그램은 국내 첫 야행성 공익 버라이어티 ‘애프터 24’, 출산 장려 버라이어티 ‘해피버스데이’, 스타의 가족이 출연해 스타 못지않은 끼를 뽐내는 ‘빅스타 패밀리 대격돌’ 등이다. 개편의 목표는 공익성과 가족버라이어티에 맞췄다.

국내 첫 출산 장려 버라이어티 ‘해피버스데이’는 지난 3월 14일 시청률 8.1%를 기록해 좋은 성적표로 출발했다. ‘해피버스데이’는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가임 부부가 한 명씩만 더 낳아 출산율 1위 국가가 되는 데 보탬이 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공익성과 가족 버라이어티에 초점

지난 3월 14일 심야에 방송된 이후 KBS 시청자 상담실 자유게시판에는 ‘해피버스데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올라왔다. 출산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을 예능의 틀 속에서 웃음과 감동으로 잘 버무려냈다는 것이다.

‘빅스타 패밀리 대격돌’은 지난 2월 15일 설 특집으로 방송돼 설 특집 최고 시청률인 15.6%를 기록한 바 있다. 3개 프로그램의 신설이 유력한 가운데 지난 3월 20일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연대기-100인의 전설’도 개편에 가세해 최대 4개 프로그램의 신설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일요일 심야에 방송되는 ‘달콤한 밤’과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는 출연자의 말을 여과 없이 방송해 논란이 일었던 ‘미녀들의 수다2’, ‘개그스타’ 등 몇 개의 프로그램은 폐지설에 휘말렸다.

뉴스 프로그램의 변화도 엿보인다.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 3월 23일 취임 후 첫 정기 개편을 앞두고 “9시 뉴스의 방향이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9시 뉴스에는 사실 전달 뉴스가 많아 아이템 수를 줄이고, 뉴스를 심층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기자의 얼굴은 화면에서 찾아볼 수 없는 NHK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KBS 9시 뉴스 / 자료제공 : KBS
김인규 사장이 롤모델로 제시한 NHK 뉴스는 기자의 현장성보다 앵커의 해설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다. 스튜디오의 앵커는 뉴스 대본을 읽고 관련 영상이 흐른다. 이러한 뉴스 형식 도입은 앵커 중심의 전달을 함으로써 감정적 보도 자제를 노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사장은 또 방송 저널리즘의 애매 모호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기자와 PD가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겠다”고 전했다. 기자 저널리즘에서 강조하는 사실성·객관성·공정성과 PD 저널리즘에서 강조하는 이야기 구조의 적합성을 조화시킨다면 최고의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해 김 사장은 “이번 개편 때 ‘월드 와이드’, ‘세계 탐구’, ‘추적 60분’, ‘와이드 코리아’ 등에서 기자와 PD를 함께 구성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며 “올해 KBS 신입사원 역시 기자·PD 구분 없이 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또 향후 드라마에서도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정통 역사 드라마’,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정사 드라마’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통 역사 드라마 선보일 것”

 
이응진 KBS드라마제작국장은 지난 3월 18일 KBS시청자위원회 3월 월례회의에서 “정통 역사 드라마를 통해 역사 정보와 문화풍속사적 지식을 국민에 제공, 좀 더 품격 있는 미래지향적인 역사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며 “현재 근초고왕, 광개토대왕, 무열왕 등 삼국시대 영웅·군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하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년간 KBS는 재정 악화로 광고가 붙는 2TV에서 사극을 방영해 왔다. 이에 따라 공영성과 역사적 교육 가치가 있는 사극보다는 최근 막을 내린 사극 ‘추노’처럼 특별한 교육적 목적이 없는 재미 위주의 퓨전 사극이 전파를 탔다.

하지만 공영성 강화를 위한 KBS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부터 간간히 진행되어온 일부 프로그램 개편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월 2TV에서 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기 시작한 토크쇼 ‘김승우의 승승장구’의 경우 예능프로그램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얘기는 대폭 줄어들었지만 연예인 또는 유명인사들의  사생활 캐내기에 치중하는 모습은 여타 방송사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상화 선수와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 선수가 출연한 3월 9일 방영분에서는 이규혁 선수와 이상화 선수 사이의 사적인 감정을 캐묻는 등 KBS가 강조하고 있는 ‘공영성’과는 거리가 먼 화면들이 많았다.
지난 1월 10일부터 일요일 밤 11시 2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달콤한 밤’도 스타의 이상형을 찾는 ‘이상형 월드컵’ 등 신변잡기에 불과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방영된 지 약 두 달만에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KBS가 수신료 인상을 꾀하고자 한다면 말로만 ‘공영성’ 운운할 것이 아니라 실제 그러한 프로그램을 양산해 낼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일례로 지난 가을 개편 때 신설된 ‘일요일 밤으로’나 ‘도전 디미방’ 같은 프로그램들은 정규프로그램이었지만 두 달 만에 폐지되는 불운을 겪었다. 제작진은 “프라임대가 아닌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시청률 부진을 겪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나 조사가 부족했다는 점이 실제 프로그램 폐지 원인으로 꼽혔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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