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장 유치, 지역발전 계기 될 수 있다
방사성 폐기장 유치, 지역발전 계기 될 수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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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사토코 (伊藤聰子) 뉴스해설자
▲ 일본 PHP 발행 Voice 4월호


NIMBY(님비)라는 말이 있다. ‘Not In My Back Yard’라는 말의 약어인데 없으면 곤란하지만 내집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시설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일반적으로 ‘메이와쿠 시설(기피시설)’로 부른다.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 장소 문제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할 때 나온다. 자원이 적은 일본에서는 핵연료를 철저하게 재처리한다. 가장 마지막 단계까지 가서도 재처리되지 않는 5%의 폐액을 유리 고화체(固化體)로 여러 겹 보호막을 친 후 지하 300미터 넘는 깊은 곳에 매립하게 된다.

그 양은 1인당 한평생 골프공 약 3개 분량(평생을 80년으로 계산하고 전력의 50%를 원전으로 충당하는 것을 가정했을 경우)이다. 25%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세운 일본으로서는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 원전에 의존해야 되기 때문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필수적이다. NUMO(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가 주체가 돼 후보지를 공모 중이다.

2040년대에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건설, 조업을 시작할 계획이어서 사전 조사 기간을 감안하면 지금쯤 희망 지방자치단체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곳이 없다. 대부분의 주민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매립하면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고 지역의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그냥 그대로면 매우 위험하다. 서서히 방사능 수준은 낮아지지만 자연계와 같은 수준까지 되려면 수만년의 긴 시간을 요한다. 그러므로 비록 전쟁이나 테러 등 지상이 궤멸 상태로 빠지는 사태가 오더라도 영향이 없도록 활단층(?斷層)이나 활화산 등이 아닌 안정된 지층 깊숙이 처리하는 것이 세계 공통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방사능’이라는 말만 나오면 반대한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피폭으로 일본에는 ‘원자력’이나 ‘방사능’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2년 전 나는 방사성 처리에 앞서가는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를 취재한 적이 있다. 두 나라 모두 처리 예정지가 이미 결정이 돼 건설을 위한 최종 조사를 하고 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일본의 상식으로 믿기 어려운 결정이 두 나라에서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그들과 일본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이었다.

내가 방문 2년 전 스웨덴에서는 후보지가 두 군데로 좁혀졌고 후보지의 하나인 오스카샴에는 발트해의 에스포섬(島) 지하 500미터의 연구시설이 있고 누구든지 체험할 수 있게 돼 있다.

지하 깊은 곳은 틈이 없는 암반이고 나오는 지하수는 바로 위에 있는 발트해로부터 7천년이나 결려 내려온 해수(浿水)였다. 즉 지상과 달리 지하에서는 물이 한 해에 몇 밀리미터 밖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 방사능이 방호벽을 넘어 지하수에 의해 운반된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활권에 도달할 무렵에는 자연계와 같은 수준이 된다.

두 후보지 주민의 80%가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를 듣고 놀랐다. 일본의 홋카이도(北浿道)와 기후(岐阜)에 지층 처리를 위한 지하 연구시설이 있지만 연구를 위한 것이고 처리장 건설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

스웨덴은 미국 스리마일 섬의 원전 사고 뒤 국민투표로 탈(脫) 원자력법이 가결돼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지하기로 했고 무엇보다 24년전 구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이웃인 북유럽으로서는 방사능 공포를 아주 가까이 느꼈을 것이다.


마치 유원지 같은 방사능 폐기장


그런데도 스웨덴이 원전 폐기물 처리장 설치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왜 그럴까. 공공심(公共心)이다. 즉 희생정신이 있다. 그런 정신이 복지국가로서 소비세나 소득세 등 약 70%나 되는 국민 부담에 동의하게 했을지 모른다.

국가를 위해 이만한 큰 부담을 받아들였으니 국가의 방침, 미래의 방향은 그들이 결정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환경대국으로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며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안정된 경제와 세수가 필요하며 이에 경제의 근간인 안정된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있다.

러시아와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전력 공급이 끊겼던 경험도 전력 자급의 필요성을 통감하게 했을 것이다.

스웨덴은 여론조사에서 약 80%의 국민이 원전을 지지하자 작년에 ‘탈 원자력법’을 폐지했다. 핀란드에서는 5기(基) 째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일본은 에너지 자급률이 40%인 섬나라이다. 게다가 초고령사회에 돌입해 복지 수요는 더욱 늘어난다. 스웨덴과 핀란드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원전 처리 시설을 고용 증대 나아가 지역 활성화의 기폭제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있다. 실제 스웨덴의 지하연구시설은 얼핏 보기에 디즈니랜드의 놀이시설같이 재미 있어 보인다. 거기서 어린이나 어른 모두 에너지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 배운다. 이곳에 국내외에서 년간 2만 명의 견학한다고 한다. 지하 500미터 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터널에서 매년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방송으로 중계한다.

일본의 경우 지역교부금을 방사성 폐기물과 전혀 관계없는 건물이나 스포츠 시설 등을 만든다. 방사성 폐기물 시설을 유치한 지역의 특성을 관광 자원화하는 스웨덴의 사례와는 거리가 있다.

일본에도 좋지 않은 환경을 전화위복으로 만든 사례가 있다.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이다. ‘미나마타’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미나마타병’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1950년대 기업체가 바다에 흘려버린 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후 미나마타 지방에 거주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산업이 침체돼 갔다. 이런 상황에서 1962년 후쿠다농장의 후쿠다고오지(福田興次) 씨가 송림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공해병으로 유명한 미나마타지역 환경도시로 탈바꿈


미나마타병이 공해로 인정된 1968년 구마모토현 최초의 밀감 따기 농장을 만들었다. 특산물인 아마나츠(甘?)로 주스 등의 가공품을 개발, 전국 백화점에 납품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스페인촌을 건설, 감귤류나 어패류의 유수한 산지라고 홍보하며 미나마타 특산품을 섞은 레스토랑, 가공품 공장을 운영했다.

1992년 수은 오염 해역 매립이 완전히 끝나고 브라질에서 세계 최초의 유엔환경개발회의가 개최됐다. 후쿠다 씨는 스페인촌을 통해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10년이 넘는 노력 끝에 지금 이 지방의 환경교육 프로그램은 지역의 전통이나 역사, 체험 학습, 그린 관광, 미나마타병의 교훈 등 38개 코너가 있고 시민 자원봉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20만 명의 관광객·수학여행 학생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가 됐다.

고난의 역정에서 후쿠다 씨는 ‘고민하는 조개에서만 진주는 성장한다’는 말을 되새겼다. 진주를 품은 아고야 조개는 이물질의 핵을 배제하지 않고 체내에 품어 진주를 만든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도 무조건 기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았으면 한다. #

번역·이영훈 객원해설위원·교포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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