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남침 사실 알리면 김정일정권 무너진다”
“북한의 남침 사실 알리면 김정일정권 무너진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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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민복 기독북한인연합 대표
▲ 이민복 기독북한인연합 대표


나는 북한과학원의 병리육종분야 전문연구원으로 근무하다 1995년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 나는 북한의 농업이 성공하려면 농장을 사유화시켜야 한다는 솔직한 의견을 당에 제시했다가 체포 직전에 중국으로 탈북했으나 다시 체포돼 정치범수용소에 갇히는 고통을 겪었다. 더 이상 북한에서 살 수 없어 러시아로 탈북해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을 통해 제1호 난민으로 인정받고 한국에 입국할 수 있었다.

내가 북한에서 삐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1990년경이다. 6·25전쟁이 북의 남침으로 시작되었다는 남한 국방부 삐라를 보았던 것이다. 그때 한 가지 사실이 궁금해졌다. 남한이 북침을 시작하자마자 전전선(全戰線)에 걸쳐 일제 반격을 가해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다는 북한 전사(戰史)는 과연 믿을 수 있는가? 그래서 전쟁의 사례를 살펴보니 어떤 경우에도 짧은 기간에 성공한 반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진실을 알기 위해 6·25전쟁에 참여했던 한 백전노장을 만나 전후의 사정을 들었다. 나는 비로소 남한의 북침이 아니라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것이 탈북의 계기가 되었다. 결국 나는 남한이 뿌린 삐라로 인해 탈북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나는 왜 남한은 북한의 남침 사실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지 분통이 터졌고 남한은 역시 자기 주장도 못하는 미 제국주의의 비열한 속국에 불과하다고 욕을 했었다. 왜냐하면 북한주민들을 각성시키는 충격적 아킬레스건의 하나는 바로 북침 사실에 있는데도 그 핵심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한에 들어와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직접 풍선삐라를 만들어 북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었다.

6·25 발발에 대한 거짓말을 폭로하는 삐라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보내면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인데 남한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어떤 내용의 삐라를 북으로 보낼 것인가? 나는 무엇보다 북한동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남한에 대한 증오의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황해도 신천에 가면 북한주민을 증오심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 소위 증오박물관인 ‘신천박물관’이 있다. 미군들이 신천지역 사람들을 히틀러보다 더 참혹하게 죽였다는 거짓 실상을 진짜인양 전시해 놓은 곳이다. 정수리에 못을 박거나 여자의 젖가슴을 도려내는 끔찍한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북한 전체 주민과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박물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누구나 미국 사람에 대해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교육받은 증오의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그러나 나는 이 문제를 삐라에서 다룰 때 ‘조용히 신천 사람들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신천 사람들은 북한 선전술에 의해 대부분 죽어갔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사람들을 죽여 놓고 미국에 덮어씌운 것이기 때문에 진실은 여전히 감추어져 있을 뿐 어쨌든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사실과 180도 다른 이 거짓말은 세계가 속을 것을 기대해서일까. 아니다. 외부에서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면 누구를 향해서일까. 그것은 바로 북한 내부를 향해서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거짓말이 어떻게 통할 수 있을까. 바로 북한사회의 특징인 폐쇄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 폐쇄 환경 즉 전파와 행동을 차단한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폐쇄를 뚫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하늘 따라 보내는 풍선일 것이다.

북한의 존립은 통제만으로 이루진 것이 아니다. 폐쇄해놓고 교육과 선전으로 끊임없이 세뇌하는 데 더 큰 영향이 있다.

대북심리전의 핵심 목표는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수령 우상화를 깨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증오심 해소이다. ‘강성대국’을 지탱하는 두 정신적 지주가 바로 수령 우상화와 증오심이다.

이 두 가지를 꺾으면 무너진다. 수령 우상화를 깨는 것은 그전처럼 혹 달리고 배 튀어 나온 김일성 만화식이 아니라 ‘그래! 인민의 어버이 수령이라고 하자! 그런데 왜 인민은 강냉이죽도 못 먹어 죽어나가는데 맨 천지가 수령 동상과 별장, 사냥터냐?’라고 한다면 그 즉시 깨지 못한다고 해도 굶주릴 때마다 눈앞의 동상과 호화 물들을 보며 차츰 우상화를 깰 수 있다.

또 증오심 유발의 최대 근거인 6·25전쟁 원인도 북한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흐루시초프 회고록이나 이학구 인민군 귀순 장교 얘기를 근거로 잡기보다는 ‘그래! 6·25전쟁! 남쪽이 일으켰다고 하자! 그런데 왜 전쟁 3일 만에 서울이 먹혔지! 가장 좋은 증언자는 전쟁 초기 참가자들과 38선 주민들이니 그들에게 조용히 물어봐라!’는 식으로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수십 수백만 전쟁 초기 참가자와 38선 주민은 남한의 위력한 선전자로 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주축으로 해서 공산당의 반복 세뇌법처럼 반복 또 반복하여 보내야 한다. 풍선에는 무엇보다 삐라를 주로 해서 라디오를 보내야 할 것이다.

거짓으로 뭉친 어둠의 권세가 아무리 강해도 진실이란 빛 앞에는 꼼짝 못한다는 신념으로 그들 최후의 보루인 폐쇄를 자유롭게 뚫을 수 있는 풍선을 보내야 한다. 풍선에 의한 대북 심리전은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때려눕힌 결과를 반드시 가져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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