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은 이적 문서다
6·15선언은 이적 문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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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양동안 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
▲ 양동안 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올해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10주년을 맞았다. 6·15선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날을 맞이하여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하며 그 선언을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초석을 놓은 대헌장인양 찬양하고 있다. 6·15선언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필자는 6·15선언의 문제점들이 무엇인지를 분석·정리해보기로 했다. 6·15선언은 다음과 같은 2개 항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화를 무시하고 통일과 교류만 추구

첫째 문제는 6·15선언이 남북한 간의 평화를 무시하고 통일과 협력·교류만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6·15선언에는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합의한 5개 항목이 기술되어 있다. 그중 마지막 항목은 합의의 실천을 위한 절차적 조치에 관한 항목이므로 실질적인 합의는 4개 항목이 된다. 그 가운데 남북한의 평화 정착이나 군사적 긴장완화에 관한 항목은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그 선언에서는 평화나 긴장완화가 독립적인 단어로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평화라는 단어는 딱 두 번 사용되는데, 모두 통일을 수식하는 단어로만 사용되었다. 그에 반해 실질적 합의사항 4개 항목 중 절반인 2개 항목은 통일에 관한 항목이고, 나머지 2개 항목은 협력과 교류(교환)에 관한 항목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적대성의 해소, 즉 평화 정착이다. 그런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류·협력을 진행한다는 것은 지반을 다지지 않고 건물을 건축하는 것과 같이 위험한 일이며 반드시 어느 일방에 재난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양측의 적대관계가 고조될 경우 교류와 협력은 쉽게 중단된다. 또 그러한 교류·협력은 일방 혹은 쌍방에 의해 상대방을 패배시키는 수단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이용되기 쉽다.

실은 평화 정착이 전제되지 않는 남북 간의 통일 및 교류·협력 추진은 1960년대부터 북한이 평화통일을 명분으로 대한민국을 파괴하기 위해 줄곧 제안·추구해온 대남노선이다. 폐쇄국가인 북한과 개방국가인 남한 사이에 평화 정착 없는 교류·협력이 진행될 경우 폐쇄국가인 북한은 교류·협력을 이용하여 남한 몰래 남한을 파괴하는 북한의 능력을 증강할 수 있는 반면에 개방국가인 남한은 북한 몰래 그런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6·15선언 이후 약 8년 동안 남북한 간에 평화정착 없는 교류·협력이 진행되고 통일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남한은 교류·협력을 이용하여 북한 몰래 북한을 파괴하는 능력을 강화하지 않았다. 남한은 개방국가일 뿐만 아니라 당시의 집권세력들이 그럴 생각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한 간의 평화 정착 없는 교류·협력을 마치 평화가 정착된 교류·협력인 것처럼 착각해 북한에 대한 남한의 군사적·사상적 경계 태세를 크게 이완시켜버렸다. 천암함이 북한 어뢰정에 어이없게 격침된 것이나 그 사건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해 이 나라 군장병들과 국민들이 보여준 부적절한 태도는 김·노정권의 그러한 대북 경계 이완 조치들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남한의 집권세력이 그렇게 대북 경계태세를 허물고 있는 동안 북한은 6·15선언에 따라 진행된 교류·협력을 이용해 남한 몰래 핵무기와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남한에 대한 군사 공격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했으며, 남한 사회 안에서 북한에 추종하는 종북세력과 북한에 호의적인 친북세력을 급속하게 확대했다. 북한은 또한 교류·협력을 이용해 남한 사회 안에 북한정권과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예를 들면, 개성공단 등 북한지역에 투자한 기업주와 종업원들)을 많이 형성했다.

요컨대, 6·15선언은 평화 없는 교류·협력에 합의해 북한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대한 그들의 파괴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문서인 것이다.

둘째 문제는 6·15선언이 ‘통일문제를… 우리민족 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통일문제를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통일을 추구하고 통일 후의 정치적 장래를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남북한이 자주적 자세를 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통일문제 해결 과정에서 외국이나 국제기구의 협조를 배제하는 것까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는 적화통일 의도

뿐만 아니라, 남북한이 장기간 적대관계에 있어왔으며, 남북한의 적대관계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가 불안정하게나마 지속되어 온 것은 외국, 곧 미국의 협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남북한의 화해를 전제로 한 평화통일이 안정되게 진척되려면 통일과정 및 통일 후의 일정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평화가 파괴되지 않도록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 및 국제기구의 협조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통일과 관련된 ‘자주’ 원칙은 1972년에 합의된 7·4남북공동성명에도 포함되었던 사항이다. 7·4성명에서의 자주의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은 위와 같이 해석했는데 반해, 북한은 외세 곧 미국의 배제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로 인해 7·4성명은 사문화되고 말았다. 남북한 사이에 의미해석충돌이 심한 ‘자주’가 6·15선언에서는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라는 매우 강화된 표현으로 등장했다. ‘자주적으로’라는 표현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라는 표현 간에는 현격한 의미 차이가 있다. ‘자주적으로’라는 표현에서는 통일문제 해결과정에서의 미국 등 외국이나 국제기구의 협조를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반해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라는 표현에서는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통일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외국 및 국제기구의 협조를 배제하자는 것은 북한이 줄곧 주장해온 통일원칙이다. 외국 및 국제기구의 협조를 배제해야, 보다 직접적으로는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북한 정권과 남한 내 종북·친북세력의 의도에 부합하는 남북통일이 용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6·15선언은 통일문제 해결과정에 대한 외국과 국제기구의 협조를 배제하려 하고 통일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보다 완전한 표현으로 수용한 문서인 것이다.

6·15선언에 내포된 이러한 문제점에 비추어볼 때 그 선언은 대한민국의 적인 북한을 크게 이롭게 하고 대한민국에는 큰 피해를 주는 문서이다. 6·15선언을 준수·이행하면 할수록 북한은 이익을 보고 남한은 피해를 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6·15선언은 대한민국에게는 이적문서라 할 수 있다.

6·15선언은 법률상으로는 이적문서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정치적 효과 면에서 볼 때는 이적문서임이 분명하다. 바로 그러한 까닭으로 해서 북한 정권과 남한 내 종북·친북세력은 6·15선언을 신성시하면서 금과옥조로 받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그 선언을 준수·이행할 때는 북한 정권은 6·15선언으로 인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대한민국에 대해 군사적 협박을 가하지 않았으며, 남한 내 종북·친북세력도 정부에 대항하는 군중 소요를 일으키지 않았다. 북한 정권과 남한의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평화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6·15선언의 준수·이행에 대해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자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동족 학살적 군사 도발을 자행하면서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협박을 가하고 있다. 그에 발맞추기라도 하듯이 남한 내의 일부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때문에 평화가 깨졌다고 비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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