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드컵 단독 중계 논란
SBS 월드컵 단독 중계 논란
  • 미래한국
  • 승인 2010.07.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나친 상업주의 비난, KBS·MBC도 독점중계 전력
▲ 지난 4월 21일 KBS가 2010 남아공월드컵을 둘러싼 SBS와의 협상 중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 12일 한국 대표팀이 유럽의 강호 ‘그리스’를 꺾은 데 이어 월드컵의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팀의 승리 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월드컵을 보는 묘미 중 하나이다. 올림픽 역시 전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이지만, 월드컵 만큼의 규모와 인기를 갖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예전 월드컵과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지상파 3사 공동 중계 체제가 무너지면서 SBS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번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것이다.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 논란을 되돌아본다.

단독중계하며 방송 사고 잇따라

지난 6월 11일, 남아공 대 멕시코의 월드컵 개막전.

이번 월드컵을 단독 중계한 SBS의 중계에서 낯익은 목소리의 해설자가 등장했다. 이 해설자는 바로 김병지 캐스터. 국가대표 수문장을 맡았던 한국 축구의 대표 스타다. 그동안 신문선, 서형욱 등의 해설위원의 축구 설명에 익숙해져 있던 시청자들에게 김병지 캐스터는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남아공 대 멕시코 개막전의 해설을 맡은 김병지 해설위원이 경기 진행에 비해 지나치게 조용해 해설의 재미를 살려주지 못했고, 특히 일부 경기 진행에서는 김병지 해설위원이 침묵한 사이 캐스터가 대신 이야기를 하는 등 해설자 본연의 정보조차 전달해주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 지난 6월 12일 한국 대 그리스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은 후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12일 남아공 월드컵 조별경기 1차전에서 그리스에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의 인터뷰가 방송사고로 불발됐다. 이날 경기 직후 박지성은 SBS 캐스터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오디오 사고로 시청자들은 제대로 멘트를 들을 수 없었다. 방송 사고로 시청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축구 해설에 대한 비판은 자연스레 SBS의 독점중계권에 대한 비판으로 옮아가는 모습이다. SBS가 단독중계를 하면서 FIFA에 과도한 중계료를 지불했고, 그것이 결국 시청자와 기업에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길거리 중계에 대해서 공공시청권료를 부과하려고 하는 등 무리하게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 2006년 5월 방송3사가 방송권과 관련해 약속한 ‘스포츠 합동방송 합의사항’
여기에 KBS와 MBC는 SBS가 지난 2006년, 2010~2016년까지 겨울 및 여름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의 방송권 협상 창구를 ‘코리아 풀’로 단일화하고, 방송권과 관련해 IOC와 FIFA와 어떠한 개별 접촉도 하지 말자고 약속한 ‘스포츠 합동방송 합의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BS 단독 중계를 둘러싼 방송 3사의 싸움은 결국 법정 논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KBS는 지난 5월 27일 SBS 윤세영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8명을 사기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MBC도 지난 5월 28일 SBS를 형사고소했다. KBS와 MBC는 형사고소에 이어 월드컵 중계를 하지 못하게 됨에 따른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이번 SBS의 단독 중계를 ‘자사 이기주의’와 ‘상업주의’로만 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KBS와 MBC도 SBS를 무조건 비난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스포츠 경기 중계권에 관련한 갈등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 MBC도 합의 어기고 단독중계

지상파 방송사의 스포츠 중계권 갈등 사례는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FC 아시안컵이 열렸던 1996년 KBS는 3사 룰을 파기하고 이 경기를 단독 중계하면서 ‘배신’의 역사를 썼다. 이듬해인 1997년에는 MBC가 역시 방송 3사의 룰을 깨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단독 중계한다. 1999년 브라질 축구 대표팀 초청경기에서는 KBS가 순차방송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중계권을 계약해 방송했다. 같은 해 열렸던 나이지리아 세계 청소년 축구 경기. 이 경기는 그동안 가만히 있던 SBS가 KBS의 브라질 대표팀 초청 경기 위반을 이유로 단독 중계한다.

이러한 스포츠 중계권 갈등은 축구 중계에서만 빚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던 2001년에서 2004년. 국내 시청자들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경기를 오로지 MBC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2000년 MBC가 3사 룰을 파기하고 방송 중계 독점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KBS와 SBS는 국내 프로야구와 축구, 농구를 독점계약해 MBC의 참여를 제한했다.

2005년 12월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SBS가 국내 농구경기 중계권을 사들였고, 2006년 2월 KBS는 아시아축구연맹 경기와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사들였다.

중계권 분쟁은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던 지난 2006년 3월 WBC 준결승전에서도 벌어졌다. 이때 KBS가 WBC 준결승 단독 중계를 고집하자 MBC와 SBS는 사전 합의를 무시했다고 반발하면서 동시중계를 선언했다. 이에 KBS는 법원에 중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돼 3사가 공동 중계한 선례가 있다.

또 SBS가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 FIFA라는 국제축구연맹의 월드컵 중계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정당한 돈을 투자해 중계권을 따냈기 때문에 단독 중계에 대해서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중계권을 판매한 주체가 FIFA라는 국제적인 단체이므로 국내의 법을 이야기하며 ‘SBS의 잘못’이라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민영방송사는 투자한 돈에 비해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공영방송인 KBS, MBC와 달리 SBS가 자사의 활로를 ‘스포츠’에 걸고 독점 중계권 확보에 사운을 걸어 온 것을 ‘자사 이기주의’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스포츠 중계 중 ‘월드컵’은 TV 시청자 수에 있어서 올림픽의 2배 이상이고, 후원비용이 올림픽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올림픽보다 2배 이상 긴 대회 기간 덕분에 더 많은 관중과 시청자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시청함으로써 기업들이 브랜드 노출에 있어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SBS는 이번 월드컵 중계권을 따내는 데 11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SBS는 광고 판매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 재판매를 합친 매출액이 최소 11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점하려다 중계료 과다 지급 논란

하지만 이번 SBS의 단독 중계와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민영방송으로서 자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단독중계하는 데에만 열을 올려 철저하게 우리 시장 규모에 적정한 중계권료가 어느 정도인지 시장조사도 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FIFA의 과도한 중계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SBS는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중계권 확보를 위해 약 1억4,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2002년과 2006년에 비교하면 두 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이 금액은 결국 기업과 시청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편 방송사간 법정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SBS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도 단독 중계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단독 중계에 걸 맞는 방송 시스템과 콘텐츠 구축과 중계 해설 분야에도 전문가를 투입해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SBS는 이번 남아공 올림픽 중계에서 김병지 캐스터의 전문성 논란 및 방송 사고로 사과방송을 해야 했다. 지난 2월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을 중계했던 제강성렬 캐스터가 ‘종교 편향’ 발언과 ‘전문성 없는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