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한 배를 타고 있다”
“美·中은 한 배를 타고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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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승준/정치학 박사·인천대 초빙교수


미·중 관계가 사뭇 달라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언제든 큰 소리로 미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조선일보 북경특파원으로 10여년 넘게 활약하며 중국을 온 몸으로 체득한 박승준 박사를 통해 급변하는 미·중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천안함사건과 최근 미·중 관계를 보면 중국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중국이 달라졌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제가 보기로는 중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과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때 중국은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작년 5월에 달라졌는데 중국외교를 담당하는 외사영도소조는 이를 비밀로 했어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중국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북한의 핵문제와 대북친선문제를 분리했다고 들었습니다. 천안함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외교가 갈팡질팡했던 이유는 중국의 이러한 변화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中, 천안함 北 책임 알지만 한국의 강경 대응은 반대

- 중국이 앞으로도 북한을 무조건 지지한다는 의미일지?

중국이 지금도 밝히고 있지만 만약에 한반도의 평화를 깨는 것이 누구인가 밝혀지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남북한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천안함 사건이 있자 중국은 우리 외교부 차관에게 선물로 족자를 하나 선물했는데 거기에는 문인 소동파의 유후론(留侯論)이 쓰여 있었답니다. 내용인 즉,‘우리는 다 알고 있으나 화가 난다고 칼을 뽑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라는 건데요. 다시 말해 ‘우리가 천안함 사건을 다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메시지인 것이죠. 천안함 사건이 북의 공격으로 판명될 경우 중국이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느냐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중국은 남북한 동시 수교국입니다. 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 중국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과거와는 달리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저는 오히려 우리 쪽이 조금 무감각하지 않았는가 생각됩니다. 중국은 미국의 항모에 대해 민감해왔어요. 1996년 대만이 독립 움직임을 보일 때 중국은 미사일 발사시험을 했습니다. 이때 미국이 일본 근해에 주둔하던 항공모함을 보냈는데 중국은 상당히 불쾌해했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에 들어온 적은 없었지요. 중국의 반응은 천안함과는 별개일 겁니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 천안함 사건 문제로 조지워싱턴호가 중국의 근해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해 그 정보 수집능력으로서 북경, 천진이 모두 커버리지에 들어온다는 뜻이므로 중국 지도자들이 인민들에게 설명이 불가능한 문제인 것입니다.

- 결국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 아닌지? 과거와는 다른 것 같은데

후진타오 주석의 당 총서기로서의 대외정책이 장쩌민 때와 달라진 것은 분명합니다.

후진타오 이전, 중국 외교에는 모택동시대와 등소평시대가 있는데 모택동의 기본노선은 언제든 영국과 일본과 일전 불사한다는 것이었지요.1978년 등소평이 등극하면서 이 전략은 평화발전으로 바뀝니다. 즉, 일전(一戰)에 대비하는 걸 없애고 국력을 다 바쳐 경제 개발에 매진한다는 것이죠. 등소평은 “중진국에 올라설 때까지 평화발전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장쩌민을 지나 후진타오가 등의 평화발전(Peaceful Development)을 화평굴기(Peaceful Rising)로 바꾸었죠. 이에 외교부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세계가 놀란다’고 권고해서 다시 평화개발론으로 갔던 겁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굴기에 대한 의지가 있을 겁니다.

- 그러한 의지가 자신감에서 나온다 하더라도 배경은 무언지. 단순한 내치(內治)용인지 아니면 알아서 모시라는 패권적 외교 메시지인지.

외교라는 게 내치(內治)의 연장(延長)아닐까요? 중국 지도부가 내부에 이때까지 선전해온 것은 ‘충분히 우리 국력이 강해졌다’라는 것이었지요. 지난해 10월 6일 원자바오가 평양 근처에 있는 중국군 6·25전사자 묘지에 가서 선포하기를‘ 조국은 이제 강대해졌다. 강대해진 조국은 그대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대해진 중국이 평화유지군(PKO)도 하고, 이란 6자회담도 하고, 북한 6자회담도 하고 있고, 세계 중요한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고 국민들에게 과시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후진타오시대에 들어와서 할 말은 하겠다는 거죠.

- 중국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있는데

‘At hundred years’라는 책이 있어요. 중국이라는 세계가 전세계적인 경제발전의 고리로 본다면 어디쯤 있는지를 알 수 있지요. 독일의 가장 뒤처진 경험을 배워온 것이 일본이고 일본이 19세기말 20세기초 발전을 해서 그 후발 효과를 본 것이 한국과 대만이고, 한국과 대만의 효과가 중국으로 건너가 이제 중국이 그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중국이 이러한 후발 효과로 또 낮은 인건비로 발전해 왔는데 고비가 온 거죠. 얼마 전 심천에 있는 폭스콘이라는 아이폰 생산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자살한 것처럼 말입니다. 과거 우리 구로공단의 여공들 노동의식이 깨어날 때와 같은 경우입니다. 문제는 그 후발 효과라는 것이 중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 있으면 인도로도 가고 아프리카까지 가게 된다는 겁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방글라데시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지요.


中, 美 국채에 2조4,000억 달러 투자해 자신감

중국은 지금 후발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기술 축적은 없고 결국 경제 고리는 다른 나라로 넘어갈 텐데 현재 중국의 전세계 GDP 점유율은 8% 밖에 안 됩니다. 미국이 27%를 차지하죠. 중국은 자신들이 청나라 때 갖고 있던 GDP 30% 점유율을 회복하려 하는데 8%에서 벌써 다른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에 중국의 미래가 절대로 밝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죠.

- 그러한 상황이라면 중국이 미국에 큰 소리 칠 입장은 아닐 것 같은데

GDP만으로는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을 상대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중국이 보유하고 2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가 미국의 국채에 투자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의 항공모함의 서해 훈련에 대해서도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그 중국의 막강한 美국채 보유고 때문이라 볼 수 있다는 거죠. 힐러리가 처음 국무장관이 돼 북경을 방문했을 때 힐러리는 ‘중국이 계속 미국의 국채를 사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미국은 그 부분에서 중국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 경제력면에서는 미국에 대해 과거 일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데 일본에 대한 중국의 생각은 어떤 것인지

전통적인 일본의 역할은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특히 안티 코뮤니스트 블록을 형성하는 전방 가드로서 중요했어요. 중국은 일본의 그러한 점을 가장 싫어하고 경계합니다.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괜찮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일본 때문입니다. 남한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거꾸로 일본의 군사력이 확대된다고 보는 거죠. 특히 일본은 최근 방위력을 전방포진에서 중국 쪽으로 향하는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데다 또 일본은 GDP가 전세계의 8% 정도로 중국과 맞먹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역할에 중국은 대단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런 역학관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처럼 중국은 버리고 미국과 동맹을 엄청 강화하는 그런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 균형외교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건데 그렇다면 변수는 북한입니다. 어떤 대북전략이 바람직할지

60년 전 6·25를 생각해 보면 미국과 중국은 대립하고 갈등하던 때라 충돌했지만 지금은 美·中이 경제적으로 보험처럼 보완관계에 있고 국제정치적으로도 천안함 이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죠. 중국도 자기의 경제적 실력을 잘 알고 있고 미국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을 압니다. 따라서 큰 그림은 美·中이 서로 잘 지내는 그림인데 우리가 북한과 일방적 갈등관계로 가는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美·中은 갈등하지 않는데 아래 구조인 남북도 갈등하지 않는 선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참고로 클린턴이 취임하고 처음으로 북경을 방문할 때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영어로 설명했더랬죠. 세계의 경제와 안보문제에 대해서 중국과 미국은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때 원자바오는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뿐만 아니라 강을 건너 언덕에서도 계속 협력하자”고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남북간 갈등은 모두에게 손해일 뿐인 겁니다.


미국의 對中 억제가 반드시 美·中 대결 의미 아니다

- 미국은 중국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1년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어떤 배경일지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정책이라는 것은 미국도 알고 있고 중국도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정책은 억제와 포용 두 가지를 취하고 있지요.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을 글로벌 파워라고 보고 있지는 않지만 지역적으로는 동아시아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남쪽으로 대만, 서쪽으로 중앙아시아까지 포위하고 있는데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중국의 동쪽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한반도를 고리로 중국의 동쪽 포위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미국에는 중국에 대해 억제와 포용 정책이 병존합니다. 조지 워싱턴호의 의미는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그것이 미국의 중국 대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 자유주의 보수 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입장정리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복거일 선생은 한국의 핀란드화를 우려하는데

핀란드는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끊임없이 좋은 관계로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2008년 외환위기를 극복할 때 중국이 없었더라면 가능했겠습니까? 중국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우리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이루었고 결국 이것이 큰 힘이 됐던 것이죠. 지금 한국의 경제고리가 중국과 어떻게 맺어져 있습니까? 그러한 중국을 미워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1당 지배체제라는 점을 자유주의 보수층이 오해하면 안 됩니다. 중국은 이미 당강령을 다 바꾸었어요. 중국을 무산계급이 지배한다는 강령은 이미 장쩌민시대에 폐기됐습니다. 과거에는 중국 공산당이 무산계급을 대표했지만 지금의 공산당은 전 인민을 대표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죠. 1당 지배라는 중국 공산당은 명칭만 그러할 뿐 강령은 오히려 우리 민주노동당보다 더 유연합니다.

-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평가하시고 제안하신다면

우선 천안함 사건부터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갖기 전에 우선 우리가 어떻게 천안함 사건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는지 반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70년대에 이미 경제가 북한을 능가했는데 우리 국방은 무엇을 했던 겁니까? 어떤 국회의원이 그러더군요. 뭐가 모자라서 이토록 형편없는 안보가 됐느냐고. 도대체 엄청난 국방 예산을 쏟아붓고도 지극히 간단한 공격을 방어하기는 커녕 소나 탐지도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군사학자 클라우제비츠는 ‘무기는 칼집이요, 정신은 칼날이다’라고 했습니다. 무기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운용하는 정신이 해이돼 있다면 아무 소용없는 거죠. 우리의 무기체계는 매우 우수합니다. 그런 우리가 낡은 북한제 무기체계에 맥없이 당했다는데 중국도 놀랐을 겁니다.

결국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사력의 허점을 북한에게만 보인 것이 아니라 중국에게도 노출시킨 셈인 거죠. 아울러 지속가능한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현 정부에는 통일정책이라는 것이 아예 없습니다. 국제정치라는 것은 의지와 행동이 있을 때만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겁니다. 단호한 조치는 취하는 것이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하루속히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수립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사진·김동수 기자 dskimkor@futurekorea.co.kr


박승준
정치학 박사·인천대 초빙교수
조선일보 북·중 전략문제연구소 소장
한국 참언론인 국제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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