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앞둔 세종연구소, 초심으로 돌아가야 산다”
“파산 앞둔 세종연구소, 초심으로 돌아가야 산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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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로명 세종연구소 이사장


세종연구소와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간의 통합문제가 연일 좌파진영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진보인사 축출’, ‘초대형 보수 싱크탱크 출현’, ‘정부와 재계의 정경유착’등이 그들이 내세우는 구실이다.세종연구소의 입장에서는 2012년 운영기금 고갈로 파산이 임박해 있고 설립 취지로부터 벗어난 좌편향성으로 자유보수진영의 성원마저 끊긴 지 오래다. 2008년 새로 취임한 공로명 이사장으로부터 저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 세종연구소 통합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재작년 12월에 이사장으로 취임했어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이 물론 다르겠지만 세종연구소가 이렇게 어려운 줄은 사실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 한 3~4년 지나면 기본재산 잠식에 들어갈 거라는 연구보고가 있어서 모두 초긴축 운영에 들어갔고 분위기는 매우 위축돼 있었지요. 신규 인력도 2000년을 마지막으로 뽑지 못했으니까… 2006년 경영진단을 한 결과 삼일회계법인에서 2012년 기본재산 잠식이 일어난다는 분석보고를 받았습니다.

 공인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서 재단법인은 기본재산이 잠식될 때는 해산을 하고 기본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게 돼 있어요. 한마디로 모두가 위축돼 있었습니다.


세종연구소 통합은 재정난 타개가 목적

- 재무상황이 어느 정도였던가요?

지금 우리 스스로 이윤을 창출해내는 능력은 연간 50억-60억 원 밖에 안 돼요. 지금 기본재산과 운영재산을 합쳐 620억 원이 있는데 정기예금으로 치면 가령 이자를 연 5%로 쳐도 600억 원 기금에서 30억 원 밖에 수익이 안 나옵니다. 그나마 운영을 잘해서 평균 9% 정도의 이윤은 내고 있었어요. 상당히 잘한 것이지요. 그리고 나머지 12억 원은 중견 공무원들 연수 수입이 있습니다. 한 70명 정도 매년 받는데 그것을 합치면 한 70억 정도 됩니다. 나가는 세출은 대충 87억~90억 원. 그러니까 10억에서 20억이 만성적인 적자가 되는 셈이죠.

- 그래서 어떤 자구책을 생각하셨나요?

오자마자 경영이 어려워 어떻게든 재정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뛰던 중에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말하길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자활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충분히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만 조금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립계획을 만들어 전경련에 요청을 했어요. 연 15억 원씩만 좀 도와 달라, 무한정 도울 수는 없을 거고 5년, 5년 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땅을 처분을 해서 자립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땅을 팔면 지금 평당 650만 원으로 평가되고 있으니 잘 팔면 1,000억 원 좀 넘는 기금이 생길 테니까 현재 가지고 있는 600억 원에다 보태면 충분한 자립이 될 것이다, 그렇게 요청을 했어요. 하지만 돈 넣기가 어디 쉽습니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가 우선 작년에 그러면 10억 원을 주겠다 하고 나머지 문제는 여러 가지 연구해봤는데 전경련도 연구소를 가지고 운영을 하는데 잘하면 항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경연하고 통합안이 나왔어요. 전경련이 지원하고 있는 100억 원 가운데 한경연과 세종연구소를 보태면 충분히 운영이 될 것이다, 그러면 종합적인 연구소가 되고 시너지 효과도 생기지 않겠는가,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른 겁니다. 그래서 ‘그러면 구체적으로 통합을 생각해보자’ 하고 있던 차에 일부 언론들과 민주당이 지금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 그렇다면 결국 민간연구소끼리의 통합인데 언론은 그렇다 쳐도 권한이 없는 민주당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세종연구소가 통합을 계기로 소위 좌파연구원들을 들어내려고 한다는 것이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반대 요지는 ‘재단 경영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연구소가 재정적인 위기가 아닌데 일부러 그런다’는 겁니다.

사실은 제가 취임하자마자 심각한 재정난으로 외교통상부에 연구소 부지를 매각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금년 초에 허가를 받았는데 돌연 성남시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개발제한 고시를 하겠다는 거예요. 난개발을 원하지 않는 거죠. 결국 매각하려는 부지에 다른 연구소 등이 들어오면 허가하겠다는데 어느 연구소가 거기에 그렇게 비싼 돈을 내고 들어오려 하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말하자면 시한부 생존입니다. 우리는 순수 민간연구기관인데 지금 저렇게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그러면 안 되는 거죠.


민주당의 배임 협의 협박

세종연구소 측에서 전경련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난도 있습니다만 제일 억울한 것이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통합할 대상(한경연)하고는 지금 이야기도 못하고 있는 단계인데 그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어요. 아예 말도 못끄집어 내게 하려는 협박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 있겠어요? 참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를 배임으로 몰겠다는 이야기기까지 나온다는 겁니다.

- 누가 이사장님을 배임으로 몬다는 말입니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랬다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막대한 재산을 전경련에 가져다 바치는 것이니 배임이 된다는 거에요.

- 전경련이 아니라 한경연과의 새로운 통합법인에 세종연구소의 재산을 합치는 것 아닌가요?

그렇단 말입니다. 현재 구상은 한경련과 합쳐지는 새로운 법인에 세종연구소의 재산을 증여하는 모델이에요. 그러니까 세종연구소 재산이 전경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통합되는 법인에 가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노조도 그런 특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 노조 측에서는 전경련에서 1년에 130억 원씩 지원받으면 세종연구소가 전경련에 예속될 거라고 보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새로운 통합법인에는 세종연구소도 그만큼 재산을 투여하는 거고… 지금 구상을 하는 단계에서 생각하는 것은 이사는 동수를 두려고 합니다. 회원이 지금 동수니까 말이죠. 전경련에서 가져오는 130명 동수의 회원을 우리도 가지고 가고 그 다음에 이사회 구성도 저쪽의 이사가 우리 측 이사와 초기 구성에서 동수가 될 거에요. 그 다음에 출발을 하고 나서 이사회와 그 이사회 안에서 서로 추천하고 선거할 거 아니겠습니까? 초기에는 동수로 출발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위에 선다고 하는 이야기는 피해의식인 겁니다.

- 민주당과 일부 좌편향 매체에서는 세종연구소 통합에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전경련의 전무하고 얘기하고 의논했다는 얘기인데 말이죠. 어차피 외교통상부가 감독기구이기도 하니까… 대개 이런 일은 주무부처가 감독하잖아요. 그런 걸 정부가 관여하고 있다고 몰아대니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자유롭고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 필요

- 세종연구소가 설립 취지에 벗어나 좌편향됐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게 현재 세종연구소가 비판받고 있는 커다란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세종연구소는 아웅산 사건의 결과로 태어났습니다. 유족들의 희생을 생각하면서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게 결국 남북분단이고 북한의 호전성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국가를 안보하고 통일을 꾸려나가야겠는가, 그러한 백년대계를 생각하면서 만들어놓은 연구소가 바로 세종연구소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연구소의 정관을 보시면 나라의 안보와 통일문제, 그 다음에 국제관계를 연구하기 위해서 만든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설립 취지에 아주 100% 대치되는 연구들이 나온다고 하면 이건 국립묘지에 묻혀 있는 사람들이 땅을 치며 한탄하고도 남을 문제인 것이죠.

- 처음 연구원들을 선발할 때 이념적 성향을 고려하지 않았나요?

현 연구위원들이 대거 들어온 강영훈 이사장 당시는 좌우개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였어요. 그 때 사실 엄격한 심사를 했어야 했는데 시작이었고 그러한 걸 고려하지 못하고 선발했던 겁니다. 결국 세종연구소가 좌편향되면서 보수진영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재정이 급속히 어려워진 것이죠.

-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됩니다. 그런데 외교안보를 연구하는 국책연구소들도 많은데 민간 싱크탱크가 따로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부의 싱크탱크는 연구의 목적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죠. 왜냐하면 그 설립 목적에 충실해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 비해 민간 싱크탱크는 다소 융통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연구의 결과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유로울 수가 있을 겁니다. 정부의 싱크탱크보다 훨씬 자유로울 수 있지요.

왜냐하면 국방연구원 같은 경우에는 가량 국방정책을 연구하다가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건의하는 데 상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이 있어요. 그러한 얘기를 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때 그때 상부의 성향이라든가 여러 가지 의향을 눈치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객관성이라든지 연구의 자유는 민간싱크탱크에 많지요. 가령 미국의 헤리티지의 경우는 전혀 정부 지시를 안받죠.

랜드(RAND Corporation) 같은 경우에는 국방부의 보조를 받고 프로젝트를 받지만 상당히 정부에 대해서 비판할 건 비판도 하고. 브루킹스의 경우 불편부당합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든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든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하고 프로젝트를 받아 연구하는 강점이 있는 것이지요.#

인터뷰·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empal.com

사진·김동수 기자 dskim@futurekorea.co.kr
 


공로명(孔魯明) 이사장은

1932년 함경북도 명천에서 태어났다. 1951년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8년 육군 장교(대위)로 예편했으며 1961년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1963년 주미대사관 3등서기관을 시작으로 러시아, 일본대사를 거쳐 1994~1996년 외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현재 한일포럼 회장, 동서대 석좌교수, 동아시아재단 ‘글로벌 아시아’ 발행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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