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사회가 보는 재외국민 투표권의 양면
교포사회가 보는 재외국민 투표권의 양면
  • 미래한국
  • 승인 201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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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종국 美 조지아주 아틀란타한인회 회장
▲ 은종국 아틀란타한인회 회장

조지아주 아틀란타는 10만여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고 한인 수가 계속 늘고 있어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에 오면 LA, 뉴욕, 워싱턴에 이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다. <미래한국>은 아틀란타 한인사회를 공식 대표하는 은종국 아틀란타한인회 회장을 지난 10월 9일 만나 2012년 재외국민 투표 실시에 대한 교포사회의 입장을 들어봤다.

아틀란타=이상민 특파원 proactive09@gmail.com

- 재외국민 투표권에 대한 한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미국에 일찍 오신 분들은 크게 관심이 없어요. 사실 미국시민권자들은 해당이 안 되잖아요. 결국 영주권자, 임시로 미국에 와 있는 지상사 직원이나 유학생이 대상입니다. 문제는 영주권자들입니다. 미국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면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온 지 10년, 20년, 30년 지나도 아직도 영주권 갖고 사는 사람이 주변에 많습니다.
이번 재외국민 투표권은 그분들이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에 살 것인가 아니면 언제가 한국에 돌아갈 것인가 말이죠.


- 영주권자의 입장 정리에 대해 부연설명해주시죠.

양다리 걸치고 어중간하게 있는 겁니다. 하지만 마음을 정리하고 미국에 뿌리내리겠다고 하면 관심이 자연스럽게 미국에 쏠리게 됩니다. 흔히 얘기하는 미국 주류사회 정치 참여도 그렇습니다.

내가 미국시민권을 갖고 뿌리를 내리겠다고 하면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식들을 위해 뭔가 미국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깁니다. 그게 아니면 여전히 생각은 한국에 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한인1세들이 미국의 본인 지역구 하원의원이 누군지는 몰라도 20, 30년 전에 살고 있던 한국 자신의 동네 국회의원이 누군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게 잘됐다 잘못됐다를 떠나 우리가 과연 지향할 것이 뭐냐는 거죠.

어차피 미국 땅에 이민 와서 이민자의 삶을 살고 있으면 우리가 뭐를 추구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 이번 기회에 각자 정돈해서 미국에 뿌리내리겠다고 하면 빨리 시민권을 받아 유권자 등록하고 투표해야 합니다. 똑똑한 2세들을 변호사, 의사로만 만들려 하지 말고 미국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 2세들로 키워나가야 할 때입니다.

- 재외국민 투표권이 미주 한인들의 미국사회 정착에 방해가 된다고 보십니까?

결론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렇습니다. 그게 아예 없으면 오히려 미국 현지화에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사실 1세들의 정서는 미국화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말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 뼈를 묻겠다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재외국민 투표권이 이런 분들의 마음을 한국 쪽으로 향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미국 주류사회 진출이라는 대명제를 볼 때 우리 힘이 결집되기 보다 분산되는 거죠.

- 재외국민 투표권이 한인사회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어차피 선거라는 것이 패가 갈리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한 가지 문제는 한국사람들은 패를 가르면 정서적으로 죽기살기로 가른다는 것입니다. 미국사람들은 선거에서 패를 갈라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개인적으로는 사이가 좋습니다. 정치는 정치고 개인은 개인이라는 식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하나로 묶어져 나중에는 친구 간에도 원수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재외국민 선거와 관련, 한인회의 입장과 역할은 뭡니까?

미주 한인총연합회 회의에서도 그랬고 작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계한민족대표자 회의에서도 나온 얘기인데요. 결론은 한인회는 절대적으로 중립이라는 겁니다. 한인회가 한인사회 대표기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됩니다. 선거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한국의 정치참여 및 선거운동 관련법을 잘 준수하도록 계몽하고 필요하다면 중재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 투표가 한국 공관에서만 이뤄지도록 돼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틀란타 총영사관의 관할 지역이 얼마나 넓은지 아십니까. 가령, 테네시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투표하러 애틀란타 총영사관까지 오겠습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투표율이 극도로 저조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얘기가 나오겠죠. 해외동포들이 관심이 없다고. 그러면 괜히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놓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감당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투표방법을 현실화시키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으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입니다. 우편투표나 전자투표라도 해야 합니다. 정말 미주 동포의 한국정치 참여를 원한다면 제도적 장치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아틀란타=이상민 특파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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