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건너뛴 커밍스의 한국전쟁 이야기
진실 건너뛴 커밍스의 한국전쟁 이야기
  • 미래한국
  • 승인 201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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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시카고대 역사학과의 저명한 교수 겸 학과장인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에 대한 글에 있어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11개월 봉사했다. 하지만 그가 정해진 평화봉사단 봉사활동 기간을 왜 다 마치지 않았는지, 그 후 한국에서 더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콜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대표적 저서인 ‘한국전쟁의 기원’ 등 한국전쟁에 대한 여러 책을 썼다. 그의 두 번째 부인인 메리디스 우(한국명 우정은) 역시 유명한 경제학자로 현재 버지니아대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제는 인정받는 역사가인 그가 쓴 한국에 대한 모든 책이 도대체 믿을 수 없고 사실과 다르며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의 최신 서적인 ‘The Korean War : A History’에서도 이 문제는 여실히 나타났다. 내용 못지 않게 책의 제목부터 잘못됐다. 사람들은 마침내 가장 복잡한 전쟁인 한국전을 잘 정리한 책이 나왔구나 생각하며 이 책을 집을 것이다. 하지만 곧 이 책은 역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커밍스가 반복해서 언급했던 표현인 ‘잊혀진 전쟁’인 한국전쟁은 이 책에서 거의 잊혀져 있다.

한국전쟁 중 많은 사상자를 낸 폭찹힐 연천 서북쪽의 고지전투, 피의 능선, 지평리 전투 등은 책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장진호 전투에서 미 해병대가 철수한 것은 제1장 몇 문단에서 전쟁 역사의 요약식으로 대충 다뤄졌다.

그는 전쟁에 대한 장면을 쓰기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중국의 의도를 오판한 것, 해병들이 겪은 고생을 주로 다룬 고(故) 데이빗 할버스탐의 저서 ‘가장 추운 겨울’의 내용으로 편중되는 데 관심이 많았다.

그는 할버스탐이 한국인들에 대한 언급이 적다고 비판했지만 이것은 할버스탐의 책이 한국정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국 해병 후퇴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커밍스는 어떤 내용이 ‘한국은 악이고 미국인들은 사악하고 못된 후원자’라는 자신의 주제에 부합될 때 한국전쟁은 잊혀지게 하는 것이 낫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커밍스는 1948년 제주도와 여수 반란 진압, 한국 수용소에 감금된 수만 명의 사람들의 죽음, 미국의 북한 폭격과 같은 한국전쟁의 참혹한 모습은 잊지 않기를 바랐다.

문제는 이것이 전쟁 전체인양 묘사한다는 점이다. 그는 좌파 극작가인 버톨트 브렉트와 허무주의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니체의 글을 외부의 시각인양 책에 수식했고 한국전을 취재한 영국 특파원인 레기날드 톰슨을 가장 위대한 종군기자로 인용했다. 톰슨은 한국전쟁에 대한 자신의 기사 대부분을 지난해 재인쇄된 책에 담아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커밍스는 톰슨의 책이 한국전쟁 개전 후 처음 몇 달만 다루고 있고 톰슨은 전쟁 중 주로 영국군 장교들과 어울렸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 책의 어떤 페이지나 문단이 그런지 꼬집어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매우 분명하다. 가령, 그는 중국의 모택동이나 소련의 스탈린과 달리 북한에는 ‘스탈린주의로 명확히 분류될 수 있는 전체계급에 대한 대규모 폭력이나 숙청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진단했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점진적인 계급화와 땅 소유주 혹은 그 후손에 대한 조직적인 살인은 뭔가? 방대한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수십만 명은 뭔가? 그 감옥 장벽 뒤편에서 행해지는 공개처형 혹은 처형은 무엇인가? 숙청이 없다고? 아마도 그것은 ‘숙청’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점령했다면,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커밍스는 가장 행복했을 것인지 궁금하다. 그는 “6월 침략은 새롭고 결정적인 수준의 내부 갈등으로 외세의 개입이 없었다면 끝났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을 소련에 우호적인 평화마인드의 조지 케난보다 못하게 비교하면서 그에게 죄값을 물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와전되고 분명하지 않은 사실과 판단이 뒤범벅된 문집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감인 것은 커밍스와 그의 아내의 높은 위치로 학자들이 그의 책을 진진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전쟁이 잊혀졌다면 커밍스는 한국전쟁이 계속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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