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굴복할 이유 없다
중국에 굴복할 이유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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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북유럽에 핀란드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강대국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상대적인 약소국으로서 언제라도 국가 안보가 불안한 나라였다.

자신의 힘 만으로서는 도저히 러시아(차후 소련)로부터 독립과 자존을 유지하기 어려운 핀란드는 독립을 위한 다양한 외교정책을 전개했었다. 독일제국의 지원을 받으려 했으며 심지어 히틀러의 지지를 통해 독립을 유지하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결국 핀란드 지도자들은 러시아에 대한 효과적인 저항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고, 러시아에 대해 ‘알아서 기는’ 정책을 택하게 된다.


‘핀란드화’는 ‘알아서 기는’정책

이처럼 약소국이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봐 ‘이웃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는’ 정책을 택함으로써 ‘비굴하지만 독립을 유지하려는 노력’ 을 통칭해서 ‘핀란드화’(Finlandization) 라고 말한다. 한때 덴마크의 독일에 대한 정책, 캐나다의 미국에 대한 정책 등도 모두 핀란드화라는 용어로 표시됐다. 그러나 핀란드화라는 용어는 ‘경멸적’인 의미를 짙게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일부러 ‘알아서 기는’이라는 비속한 용어를 사용했다.

최근 우리나라 식자들의 중국에 대한 태도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핀란드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최고요, 미국과 일본은 가망 없는 형편없는 나라로 보인다.

이 같은 보도는 몰락하는 미국과 일본을 멀리하고 떠오르는 중국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잘못된 분석과 이념적 편향성에 오염된 대한민국 일각의 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 부상론(?上論)의 실체는 과장 및 왜곡이 심한 것이며 반미주의, 종북주의와 여러 경로로 연계된 것이다.

인터넷, 신문 등에 나타나는 기사들은 특히 편향적이다. 인터넷 신문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다는 점을 감안하는 경우라도 그렇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본다. ‘중국의 거침없는 경제성장 세계 1위 넘보나?’ ‘무섭게 지구 밖으로 나가는 중국, 3년 후에는 화성 접수’ ‘의도적으로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 드디어 상대를 만났다’ ‘사무라이 백기 투항’ 등이다.

중국의 성장이 대단하다고 하나 2009년 현재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의 약 1/3 이요 군사력은 미국의 1/10 정도라는 것이 정확한 현실이다.(GDP, 국방예산 기준) 중국이 무섭게 지구 밖으로 나가 3년 후 화성을 접수할 것이라는 기사는 3년 후 중국이 화성을 향해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이 화성을 ‘접수’한다고?!

탐사선을 발사하는 것을 ‘접수’라고 말한다면 미국은 벌써 오래 전인 33년 전, 중국이 성공할 경우 중국보다는 무려 36년 앞서 화성을 점령 했을 뿐 아니라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까지 모두 접수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1977년 8월 20일 발사했던 보이저(Voyager) 위성은 1979년 7월 9일 목성을 거쳐, 1981년 8월 26일 토성을 거쳐, 1986년 1월 24일 천왕성, 1989년 8월 24일 해왕성을 거쳐 태양계를 벗어나 항해 중이다.

‘의도적으로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 드디어 상대를 만났다’는 기사는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구나시리 섬을 방문했다는 기사다. 2차 대전 이전 일본 영토였던 북방 4개 도서 중 최남단인 구나시리 섬은 현재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고, 일본은 이 섬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과 센카쿠 제도에서 영토분쟁 중에 있는 일본이 러시아와도 영토 분쟁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구나시리 섬에 대한 일본의 요구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솔직히 말해 ‘드디어 상대를 만난’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지 일본이 아니다. ‘사무라이 백기 투항’의 기사도 웃기는 얘기다. 사무라이가 아니니 백기 투항한 것이다. 일본은 앞으로 다시 사무라이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일본의 요구에 부응, ‘센카쿠 제도 탈환 훈련’을 일본과 함께 실시하기로 했다. 방어 훈련이 아니라 ‘탈환 훈련’이라는 훈련명의 전략적 의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언론의 이 같은 현실 왜곡과 비전략적 보도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불어넣게 되고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전략 형성에 큰 방해가 될 것이다.

다시 ‘핀란드화’ 주제로 돌아가자. 우리나라도 한때 핀란드처럼 행동한 적이 있었다. 막강한 명나라, 청나라의 위세 앞에 조선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리는 나라가 됨으로써 직접적인 정복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핀란드화’를 통해 ‘독립’을 유지한 변방 국가로 존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군사·경제 대국, 핀란드가 아니다

핀란드가 러시아에 굴종하기로 결심한 궁극적인 이유는 핀란드의 안전과 독립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강대국이 가까이에 없었다는 지정학적 한계 때문이었다. 독일은 러시아에 대항하는 핀란드의 독립과 자존을 지켜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핀란드가 곰(러시아)이 무서워서 사자(독일)를 불러 들인다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었다.

조선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명나라, 청나라가 두려웠지만 이를 물리치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현명치 못했다.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은 중국의 막강한 국력 앞에 다시 핀란드화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대한민국은 명나라, 청나라 앞의 조선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및 군사 대국이다. 국제정치 환경도 달라졌다.

일본은 과거의 왜(倭) 가 아니다. 일본은 세계 2위(2010년에도 일본이 2위의 경제력을 유지할 것이라 한다)의 민주주의 국가로 우리 이웃에 존재하고 있는 나라다. 과거 동북아시아 국가라고 말할 수 없었던 미국이 21세기에 이르러 동북아시아 국가 중의 하나가 된 것이 결정적인 변화다. 조선과 달리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안전과 독립에 대단히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막강한 동맹국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년 좌파 세월 동안 우리의 전략사고의 축은 대륙지향적인 것이었다. 그 영향력이 아직도 잔존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은 대륙과 해양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 전략이어야 한다. 그러나 더욱 막강한 세력으로 존재할 전략축은 해양적인 것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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