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중국의존 깊어간다
한국경제, 중국의존 깊어간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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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자전략차원에서 한국기업 대대적 유치행보 가속
▲ 한국의 미 중 일 무역의존도 추이

우리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우려할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

지난 달 30일 한국은행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교역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1991년 2.9%에 머무르던 이 비중은 2001년 10.8%로 늘었다가 지난해 20.5%로 8년 만에 20%를 넘었다. 올해 8월에는 중국과의 교역량이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21.1%를 차지했다. 수출만 따지고 보자면 우리는 중국에 전체 수출의 25.1%를 의존한다. 약 1/4에 해당하는 숫자다. 대중국 무역흑자 역시 올해 8월까지 약 294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 약 243억 달러보다 많았다.



중국의 향후 5년간 내수 중심 경제운용, 중국의존 가속화 우려

교역이 아닌 금융면에서도 중국의 입김은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배경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 채권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금 16조9,000억 원 가운데 2조9,000억 원(17.2%)은 중국에서 건너왔다. 3,000억 원 규모의 중국인 투자금의 월별 국내채권 매수 규모도 지난 5월부터는 5,000억 원으로 늘었다. 주식시장에서도 2006년 연간 210만 달러에 그치던 중국계 자금의 국내 주식투자는 2008년 2억8,620만 달러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다시 7억170만 달러로 늘었다.

이러한 대 중국 경제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중국 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이하 ‘5중전회’)에서 향후 5년간 중국경제 성장의 기조가 수출에서‘내수 중심’으로 설정됨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 국내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대중국 전략을 재정비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내수 시장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고 더욱 적극적인 현지화와 제품 라인업 확대, 유통경로 다양화 정책을 통해 중국 내수 매출의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대중국 전략을 발표한 바 있으며 SK네트웍스는 지난 19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교통·쇼핑·생활공간을 갖춘 복합시설인 ‘선양SK버스터미널’을 개장하는 등 중국 내수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현대차 역시 중국 3공장 기공을 시작으로 향후 중국 판매를 30만 대에서 130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국무원이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산업, 신에너지 산업, 차세대 IT산업, 바이오 산업, 첨단장비 산업, 신재료 산업,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7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내수 확대 정책과 함께 차세대 기술산업에서도 주도권을 갖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차세대

산업을 위해 향후 5년간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문제는 중국정부가 차세대 기술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인수 합병(M&A)을 시도하고 나설 경우다. 현대증권의 한 고위급 임원은 “중국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는 우리 돈으로 약 3,000조 원에 달한다”며 이중 1%(30조 원)만 한국의 첨단 기술산업 인수합병에 나서면 한국의 산업, 경제는 엄청난 태풍을 맞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 글로벌 M&A시장 공략. 한국에는 기업유치 공세

▲ 중국 친저우-한국산업원공단투자설명회

실제로 지난해 중국은 전세계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큰 손’으로 등장했다. 2008년 외환위기로 유럽과 미국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동안 8%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이 기업인수합병에 강자로 등극한 것이다.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말 포드의 ‘볼보’ 브랜드를 인수한 데 이어 제너럴모터스(GM)의 ‘사브’ 인수 추진에 나섰다. 이에 앞서 중국 쓰촨텅중공업은 GM으로부터 ‘허머’ 브랜드를 매입했다.

중국은 자동차 외에 에너지, 자원, 희귀금속 분야에서 저돌적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옌저우석탄은 지난해 호주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인 26억 달러에 호주 자원개발기업 ‘펠릭스 리소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중국이 성사시킨 최대 규모 M&A로 기록된 스위스 석유업체 아닥스 페트롤리엄 인수 건은 80억 달러에 이르렀다. 글로벌 컨설팅사 PwC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08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350억 달러에 육박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중국은 한국의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그 대신 한국의 기업을 중국에 유치해 현지화하는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 달 22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친저우(欽州)시가 주최한 한국기업 투자 유치 설명회는 그러한 양상을 잘 보여준다. 2008년 중국정부는 광시베이부완 경제구 발전계획을 승인하면서 광시지역을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7000억 위안(약 120조 원)을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건설에 쏟아부었다.

‘제2의 푸동’을 꿈꾸는 친저우시가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이유에 대해 가오푸 부시장은 “한국 기업 유치는 친저우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제발전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장샤오친 친저우시 서기는 별도로 한국 기업인들과의 회견을 통해 친저우시는 두산, SK, CJ, LG 등 한국 대기업들과 제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굴착기 제조업체인 두산그룹은 지난달 21일 친저우시와 두산인프라코어 협력업체 협동화단지를 건설한다는 데 서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 밖에 SK, CJ, 오리온 등 한국 기업들이 친저우 한국산업공단 입주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국익과 조화 필요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對중국 편향이 심화되면서 한·중관계의 국익이 자칫 기업들의 손익계산과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해 개성공단의 존폐 문제를 둘러싸고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보인 행태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당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경영난에 처하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북한의 책임에 대한 언급보다는 남한 정부의 전향적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점과 관련해 복거일 경제평론가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애쓸 것이고, 그들은 자발적으로 한국에서 ‘중국 로비’를 하게 된다”며 “사정이 그러하므로 우리에게 한반도의 핀란드화의 가능성은 실질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핀란드는 과거 냉전 시절 소련의 내정간섭을 받는 위성국이었으나 소련이 서구와의 경제협력을 위해 정략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허락했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사정은 아니다. 일본 역시 중국의 거대한 자본공세에 노출돼 있으며 일본의 첨단기업들이 중국의 M&A대상으로 리스트에 올라 있다. 결국 세계경제에 중국의 지나친 편중을 조정해야 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황의각 고려대 명예교수는 “마치 거미줄의 한 모퉁이를 건드리면 그 파장이 전 거미망으로 파급되듯이 세계경제에서의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중국경제의 충격은 세계경제의 지축을 흔들게 될 잠재적 화약고가 될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력을 균형 있게 키워 경제가 한 나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다국적간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요한 기자 yohan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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