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천적 이스라엘 기지개
북한의 천적 이스라엘 기지개
  • 미래한국
  • 승인 2010.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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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협력 반대 시위



2008년 12월 30일 오후 2시. 이스라엘 대사관이 있는 청계천 광장 주변에 수능시험을 끝낸 청소년들과 20대중반의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군중의 숫자는 약 400~500명. 그들은 가방과 차량에서 준비된 피켓과 플래카드들을 꺼내 들었고 한 목소리로 “가자지구를 해방하라!” “살인마 이스라엘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군중들 사이에서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꺼내 든 사람들도 보였다. 이들이 뿌린 성명서에는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노동자의 힘, 진보연합, 민변 등 반미 친북을 주도하는 단체들의 이름들이 도배돼 있었다.


시위의 목적은 그해 12월 2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폭격을 가함으로써 800여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시위는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방한했던 올해 6월에도 열렸다.
아시아 대륙 서쪽 저 끝에 존재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에 이렇듯 국내 종북 좌파단체들이 관심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나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국제적 양심을 갖고 있는 진보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일례로 지난 해 7월 중국이 자치 독립을 원하는 위구르 시민들을 유혈로 진압하고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코멘트도 없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일까.


종북좌파세력의 이스라엘 때리기, 왜?

이날 기자회견을 한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의 발언은 이스라엘을 보는 종북 좌파의 시각이 무엇인지 그대로 드러내 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권과 연관된 중동 문제는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진보 진영도 이스라엘의 학살을 반대한다.”

그들 눈에 비친 이스라엘의 위험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갈등문제가 아니라 중동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의 연계문제였다. 그렇다면 더욱 의문이 든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중동에서 연대하는 문제가 왜 한반도의 문제라고 이들 종북좌파는 여기고 있는 것일까. 북한은 이들에게 무엇을 지시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실마리를 주는 단서가 하나 있다. 지난 10월 10일, 평양에서 벌어진 무력시위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무수단 로켓이다. 구소련에서‘R-27’로 불린 SS-N-6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추측된 무수단 로켓은 1단 액체연료 로켓을 사용해 최대 2500㎞를 날아갈 수 있으며, 1Mt(메가톤)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무수단 미사일은 SS-N-6 미사일과 유사한 외형을 갖추고 있으나 사정거리가 SS-N-6 미사일보다 길어진 3200㎞ 안팎으로 알려졌을 뿐 그 정밀도나 성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다. 북한이 단 한번도 자체 발사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국내와 심지어 미국에서 조차 무수단 로켓의 정밀도나 성능에 의심을 보이는 관측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껍데기만 그럴듯한 쇼’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무수단 로켓의 위력을 제대로 알려준 존재는 바로 이스라엘 군사전문가들이었다.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가 있고난 4일 후, 항공기술 전문지인 ‘에이비에션 위크’(Aviation Week) 인터넷 판은 이스라엘 군사전문가들이 북한의 무수단 로켓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이란 미사일 기술이 북한에서 나타났다(Iranian Missile Tech Appears in North Korea)’라는 제목의 보도는 “북한의 무수단 신형 로켓이 다름 아닌 최근 이란이 개발해 발사실험을 마친 ‘샤합-3’(Shahab-3)와 동일한 탄두형태와 비행구조를 갖추고 있다”라는 군사전문가의 코멘트를 인용했다. 기사는 “북한의 첨단 미사일 기술이 이란에 완벽히 이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 북한은 이란에 무수단 신형로켓 기술을 밀수출해서 샤합3를 완성했으며 이란으로 하여금 그 성능을 대리시험토록 했다.

이란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이 ‘샤합’미사일은 과거 스커드 미사일보다 정확도가 크게 개선돼 이스라엘의 도시들을 100m오차 범위 내에서 정밀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미사일 성능이 이스라엘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다.

결국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고 이란을 통해 그 성능을 실험하면서 계속 개량해 나가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북한으로서는 이를 간파해서 한국과 미국과 공조하는 이스라엘이 눈엣 가시일 수 밖에 없다.

 
▲ 샤합3 발사 장면


북-중-아랍 커넥션 對 한-미-이스라엘 동맹

흔히 이제까지 동북아 세력균형에 대해 ‘북-중-러 對 한-미-일’구도를 이야기 해왔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이 중동에서 아랍국가들과 연대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 지역에서 새로운 동맹자가 필요로 함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의 유력한 싱크탱크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에서 중국의 중동진출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틴 린 박사는 “중국의 유력한 ‘중국전략관리사회’(CSSM)가 2000년에 발간한 보고서는 중국의 페르시아만 전략에 대해 이란과 함께 가야 한다고 추천하고 있다”며 “시리아는 이란의 대리인이고 북한은 또 레바논 시아파무장단체인 헤즈볼라에 무기 뿐 아니라 특수작전, 정보수집, 고급기술을 이용한 지하땅굴 파기 등의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크리스틴 린 박사는 결론으로 “북한, 이란, 시리아가 대량살상무기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에 위협이며 한국과 이스라엘이 이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자원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한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 역시 본지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과 북한이 세계평화를 위협함에 있어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과 이스라엘은 이러한 북한과 이란의 제재에 서로 협조적으로 동참하고 있는데 이란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비롯, 핵개발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그 최전선에 서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 이스라엘 여군

北-이슬람 공조

실제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북한의 핵무장을 지렛대로 미국을 견제하고 중동에서는 이란 및 아랍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의 석유자원 확보를 견제한다는 전략이 시행되고 있다고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중국의 암묵적 동의 하에 이들 아랍국에 핵을 비롯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할 경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로서는 중동에서 북한이 불법으로 입수하는 무기수출과 핵전략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고 이스라엘은 북한의 동향에 대한 우리의 고급정보를 필요로 한다.

최근 참여연대, 민노당등 종북 좌파세력이 이스라엘과 한국의 공조를 비판하는 집회에서 이슬람회교도들의 참여가 눈에 띄는 점은 주목할 만한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미니 씨는 지난해 열린 反이스라엘 시위에서 “진정한 테러리스트는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스라엘 및 이란에 대한 입장은 철저하게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좌파매체 민족자주신보의 한 사설에서 잘 드러난다. 민족자주신보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한반도 전쟁에 앞서 미국의 실질적인 주인인 이스라엘을 향한 북한의 대리전이 중동에서 일어나는 것은 두 나라간의 전쟁 전략상 불가피하다. 문제는 실질적인 당사자인 북측의 무력과 미국과의 무력 불균형 어느 쪽이 더 강한가에 따라 한반도에서 대리전이 먼저 일어날 것인지 중동에서 먼저 일어날 것인지의 시차가 생긴다. 한반도에서의 충돌은 아직 국제사회에서의 명분도, 남한내부 문제를 보더라도 덜 익었다. 물론 충분히 기능할 정도의 명분은 있으나 전쟁까지 가려면 좀 더 많은 모순들의 충돌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내용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승리를 얻어내기 위해 중동지역에서 이란-시리아 및 반미 이슬람단체들과 연계하는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다시 말해 중동지역에서 끊임없이 미국을 괴롭히고 지치게 함으로써 거꾸로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받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린 박사는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동아시아의 이스라엘 대접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이를 강력히 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7년 시리아에 영변형 원자로를 몰래 짓다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모두 파괴되었으나 단 한마디도 항의한 적이 없었다. 이러한 북한은 이스라엘과 한국의 공조를 방해하기 위해 이슬람 국가들과 단체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중동에 의존하는 원유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린 박사는 주장한다. 
 

양국 군사-과학기술 교류 한층 강화해야

한국과 이스라엘은 오랜 역사적 경험이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아울러 상호 신뢰의 정도도 여타국가보다 높다. 이러한 조건은 양국간에 필요한 안보기술의 교류면에서 유리하다. 문제는 우리의 태도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의 페레스 대통령이 수교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그의 방문지위는 정상급에서 실무급으로 격하됐다. 방문 이틀 전 이스라엘 특공대가 가자로 향하는 국제 구호선을 공격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문제는 유엔의 결정을 보고 정해도 늦지 않을 사항이었다.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국우주항공연구원(KARI)의 태도다. 페레스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한국의 우주항공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 2009 한국-이스라엘 기술이전사업화 포럼

이스라엘은 9번의 발사실험 끝에 인공위성 ‘쉐빗’(Shevit)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을 정도로 우주항공 기술에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 그가 과학기술 사절단을 이끌고 대전의 우주항공연구원을 방문하고자 했을 때 연구원은 그의 방문을 받아들여 놓고는 하루 뒤 거절하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나로호 발사 문제로 이스라엘 대통령을 영접할 인사가 없었다”라는 것이 연구원 측이 본지에 제공한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페레스 대통령의 방한은 이명박 대통령의 큰 관심과 우호적 영접하에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지만 이스라엘이 가진 역량을 한국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나로호 문제가 러시아와의 불편한 관계로 풀리고 있지 않고 있고 설령 풀린다해도 기술이전 등 우리 측의 실익이 없다면 나로호의 문제를 이스라엘과 전향적으로 풀어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서 이스라엘리 대사는 “신중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페레스 대통령의 우주항공연구원 방문의 의사는 향후 한국의 우주항공기술과 관련해서 협력의 의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한정석 편집위원·前 K BS PD
kalito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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