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분노가 김정일을 꺾었다”
“국민들의 분노가 김정일을 꺾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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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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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대표는 목소리가 작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뭇 짐승들을 숨죽이게 하는 사자후(?子吼)처럼 압도적이다. 그러한 그의 힘은 다름 아닌 진실에 대한 열정에서 온다. 김정일의 연평 도발에 공포를 넘어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켜 세운 조갑제.
결국 김정일의 남남갈등 전략은 이 작은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인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열댓평 남짓한 그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 북한의 연평 도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에 심지어 좌파보다 더 가혹한 비판을 하셨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북의 이번 연평도 도발 후 일어난 우리 사회의 반응 과정을 보면 재미 있는 점이 있습니다. 먼저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공포가 있었어요. 저에게도 많은 분들이 그런 전화로 문의를 해왔죠. 그런데 대통령이 ‘확전하지 말라’라는 메시지가 TV 화면 자막에 나오자 사람들의 공포가 분노로 바뀌었어요. 저는 그때부터 김정일의 의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김정일은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전쟁공포증을 불러 일으키고 남한의 종북세력들이 그 전쟁공포증을 확산시켜주기를 바랐죠.

그런데 대통령의 ‘확전하지 말라’는 말로 국민들의 분노가 공포증을 눌러버린 겁니다. 대개 전쟁에는 공포와 분노 두 가지 감정이 존재합니다. 전쟁에서 공포가 분노를 누르면 비겁해지지만 분노가 공포를 누르면 용감해지는 거죠. 결국 확전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바람직한 방향을 만들었어요. (웃음)

문제는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확전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나온 것은 종북세력, 반대한민국 세력의 눈치보기와 공포심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당당하게 대응하라’하면 이 종북세력이 들고 일어 날 것이라는 심리적 위축이 있었다고 봅니다. 북의 도발에 분노한 것은 애국시민들입니다. 결국 청와대의 안중에 애국시민은 없었던 거죠. 어차피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나중에 국민들 다수의 반응이 애국시민들과 같은 분노로 바뀌자 말을 바꾼 것 아닙니까. 그러한 태도는 비겁한 겁니다.


북핵 위협 받는 당사자의 핵무장은 당연한 것

-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군인인 합참의장의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합니까?

청와대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공격명령의 의사는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합참의장은 폭격을 감행하고 이렇게 조치를 했습니다 라고 보고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해도 왜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안함 사건 이후에 북을 응징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어요.

특히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방송을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정보의 폭격, 진실의 폭격 만큼 강력한 대응은 없습니다. 그것을 안했기 때문에 이번 연평도 도발이 이뤄졌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우리 쪽에서 방송하면 타격하겠다는 북의 엄포에 기가 꺾여 버린 것 아닙니까.

- 최근 우리의 핵무장을 주장하셔서 찬반 논의가 떠들썩한데…

원론적으로 이야기 해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고 그 핵으로 인해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갖지 않겠다고 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현상이지요. 그런 현상 자체가 재미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한번 봅시다. 중국이 핵무장하니까 그 위협을 느낀 인도가 핵무장을 했고 여기에 대응해 파키스탄이 핵무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적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데 그 위협의 당사자가 핵무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것도 미국이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이 국방을 해외에 의존하고 자기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방관자적 입장이라는 겁니다.

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핵확산 금지조약 즉 NPT 가입국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조항이 있습니다. 주권국가의 안전에 관해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미리 통보하고 NPT를 탈퇴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우리의 상황은 그 선을 이미 훨씬 넘어간 거 아닙니까. 지난 20년 동안 국제사회가 북의 핵포기를 종용해 왔으나 실패했고 사실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지원해 온 것 아닙니까. 지금도 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말도록 부추기면서 감싸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국은 군사적으로 이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만일 북한이 핵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을 때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북한이 핵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상태에서 이번 연평 포격 같은 도발을 해왔을 때 우리는 반격할 수 있느냐, 불가능할 겁니다. 결국 우리는 그러한 상황이 오면 북한의 식민지가 되든지, 뜯어 먹히며 사는 상황이 온다는 거죠.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논리적 귀결은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이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핵무장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의 여부 없이 그러한 선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미국도 우리의 그런 전략에 반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 거죠.

- 우리 군의 정신력이 허약한 문제는 어떤 이유에서 라고 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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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기가 아니라 정신력입니다. 군의 정신력 붕괴는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사대(事?)국방 때문이에요. 자기의 국방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것, 다시 말해 과거 명나라가 미국으로 바뀐 것 아닙니까. 반면 북한은 자주국방을 하고 있고 한국은 사대국방을 하고 있는 차이가 있는 것이죠. 그것이 국민과 대통령과 군대의 정신력을 붕괴시키고 있는 겁니다. 외국의 군대가 보호를 명목으로 주둔하고 있는 나라의 정신력은 반드시 붕괴된다는 이야기를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고 있어요. 이스라엘은 미군의 보호를 원하지 않습니다. 미군이 있으면 이스라엘로서야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편한 만큼 대가를 치른다는 걸 이스라엘 국민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자주적 한미동맹이 필요하다

-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말씀이신지…

우리가 힘을 기른 다음의 문제인데 어려운 일이죠. 지금 당장은 안 됩니다. 노무현식의 자주국방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고 박정희식 자주국방의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식 자주국방은 북한군이 쳐들어 오면 한국군이 대응한다, 그러나 북한군이 만일 중국이나 소련의 도움으로 참전하면 미군의 도움으로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박정희식 모델은 한미동맹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죠. 문제는 중국이 저렇게 북한 편을 드니까 우리의 한미동맹은 유지돼야죠. 그러나 자주적 한미동맹이라야 합니다.

- 지난해에는 칼럼을 통해 6자회담을 사기라고 주장하셨는데...

6자회담에 참여하는 나라의 모든 지도자들은 그것이 사기라는 걸 내심 잘 알고 있어요. 심지어 클린턴도 6자회담은 서로 알면서도 속아주는 사기극이라는 걸 잘 알죠. 아니, 군사적으로 핵무장을 하겠다는 걸 어떻게 외교적으로 해결한다는 겁니까. 얼마 전 위키리크스에서 중요한 정보가 나왔어요. 싱가포르의 이광요는 등소평의 개방개혁을 지지하며 많은 조언을 해 준 사람입니다. 등소평의 가장 깊은 속을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광요라는 거죠. 그 이광요가 미국 국무부의 고위관리에게 해 준 이야기가 위키리크스에 나왔는데 내용은 이런 겁니다. ‘중국은 일본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을 견제해 줄 수 있다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오히려 선호한다’우리와 완전히 다른 해석 아닙니까?

우리는 미국이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이 핵무장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북한이 핵무장을 함으로써 미국의 군사력을 견제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결국 중국은 6자회담이라는 쇼를 하면서 외교적 주도권까지 잡으니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중국에게 북한의 핵무기를 좀 없애달라고 빈다면 정신 나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6자회담은 중국이 주도하는 사기극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 중국 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국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중국은 지난 100년 동안 수모를 당해왔어요. 그 큰 제국이 서구 열강에게 짓밟히고 뜯어 먹히고 나중에는 일본에게 까지 당했지요. 그 피해의식이 중국 지도부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중국이 유례없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이 앞으로도 100년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봅니다. 어떤 이들은 중국이 분열될 것이라고 보는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을 떠받치고 있는 힘은 경제가 아니라 문화의 힘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느 나라든 국력이 성장하고 있는 동안은 분열하지 않습니다. 대개 쇠퇴기에 접어들 때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죠. 돈이 많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있어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 미국에 투자한 돈만 1조 달러 가까이 되지 않습니까. 결국 미국과 중국의 관계란 어느 한쪽의 이익만을 구할 수 없게 돼 있죠.

중국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변화가 올 겁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중국의 길’일 겁니다.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자본주의 윤리를 대체하는 이념으로 ‘유교식 공산주의’가 아닐까 하는 전망이 있지요. 유교 안에는 의외로 현대적 요소가 많아요. 동양적 관점의 자유, 평등, 법치 등이 모두 담겨 있지요. 두고 볼 문제입니다.


중국은 ‘중국의 길’ 갈 것

-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질문은 우리 사회의 지역갈등입니다. 어떤 해결 방법이 있겠습니까.

한국사회 전체 바닥에는 이념문제와 지역문제가 있어요. 이념문제는 서로 대놓고 이야기하니까 어느 정도 드러난다고 해도 지역문제는 터부시 되는 경향 때문에 잠재하지요. 저만해도 지역갈등 문제를 잘 언급하지 않는데 이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 소통이 아니라 갈등만 더 확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계층갈등이나 지역갈등 보다 더 큰 가치를 이 갈등보다 상위에 두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든 계층이나 지역갈등은 있는 법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것을 통합하고 지양할 수 있는 상위의 더 큰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 가치란 무엇인가. 바로 애국심입니다. 그리고 법치입니다. 그래서 애국심과 법치가 계층갈등이나 지역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숭고한 가치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지역갈등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데 그것이 이념갈등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지역갈등을 없앨 수는 없죠. 없앨 필요도 없습니다. 서로 다른 로컬리티는 다양성을 만들어 내니까요.

미국의 남부에 가면 링컨 미워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습니까. 남북전쟁이 150년 지나도 지역정서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애국심과 법치라는 더 큰 가치 안에서 그러한 갈등을 소화해 내는 것이죠.  #             


인터뷰·김범수·한정석 편집위원
사진·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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