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사기극’ 재개되나
6자회담 ‘사기극’ 재개되나
  • 미래한국
  • 승인 2011.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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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회담의 주인공은 중국 한반도 주도권 확보의 노림수
▲ 다이방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 6자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의 연평도 기습도발 이후 한국은 미국, 일본과의 동맹관계 강화 및 공동 대응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을 감싸며 내내 6자회담의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6자회담에 목을 매는 이유는 대체 뭘까.


연평도 기습 도발 후 튀어나온 6자회담

지난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기습도발 직후 중국은 예고도 없이 한국을 방문해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났다. 다이빙궈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곧 중국으로 돌아가 ‘중대발표’가 있다고 발표했다. 몇 시간 후 그가 밝힌 ‘중대발표’란 6자회담 제의. 이 황당한 ‘중대발표’에 한국과 6자회담 당사국은 물론 세계가 중국을 비난했다.


중국은 이런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지금까지도 “6자회담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의 지속적인 불법무력 도발과 핵무기 개발이 완전 중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6자회담은 북한에 퍼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중국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그동안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던 러시아 또한 6자회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해 “무력도발과 핵개발은 역내 안정에 불안감만 조성한다”며 비난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연평도 포격 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UN 안보리 긴급소집을 요청하는 동시에 6자회담에 대해서도 한미일이 전제한 5대 조건을 지지했다. 5대 조건이란 ▲우라늄 농축 계획(HEU 원심분리) 중단 ▲IAEA 사찰단 복귀 수용 ▲핵 폐기 목표를 명기한 9·19 공동성명 이행 ▲핵시설 모라토리엄(가동 중단) 선언으로 북한이나 중국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이처럼 ‘6자’ 중 4개국이 중국이 제안한 ‘무조건적 6자회담 개최’에 부정적인데도 중국이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단순한 중국-북한 간의 동맹관계 때문이 아니다. 6자회담이 사실은 중국이 북한을 이용하는, 일종의 전략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 6자회담 모습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알려면 지난 두 번의 정권 당시 한국 정부와 외교통상부가 취했던 ‘대중굴종(對中屈從)’적인 태도 이후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여당 핵심 간부들은 중국 공산당 산하 정보기관 담당자들과 연례 회의를 갖고, 종북적 시각을 가진 486정치인들은 ‘중국이 21세기의 패권국가’ ‘중국과의 친선우호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중심을 서방 진영에서 중국으로 옮기고자 했다.

지난 정권 당국자들과 종북 486정치인, 기업인들이 이런 태도를 보였을 때 중국의 태도는 1999년 WTO 가입 전 한국을 대하는 태도와는 전혀 달랐다. 스스로를 ‘대국’이라 칭하고 한국을 ‘변방의 속국’ 정도로 보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 중국의 속내

이런 근거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2003년 8월 말부터 열린 6자회담 이후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처럼 ‘설쳐대기 시작한 것’은 물론 한국과의 교역 문제에 있어서도 수시로 시비를 걸고, 한국의 EEZ는 물론 영해까지 들어와 불법조업을 하면서도 단속을 당하면 뻔뻔스럽게 항의하거나 무역제재를 가하는 것, 북한 당국과 손을 잡고 탈북민 단속에 나서는 것, 2008년 4월의 ‘성화 봉송 보호’를 빌미로 한 서울 시내에서의 폭동, 중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마치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체포당한 것’처럼 하면서 정작 중국 내 한국인이 말도 안 되는 이유(숙소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옮겼다거나 모르고 사진을 촬영했다는 것 등)로 구금되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한국 정부를 윽박지르는 것 등에서 나타난 중국의 태도는 한국을 ‘속국’ 취급하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이제는 중국 관영 언론도 이런 태도를 공공연히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홍콩 봉황위성TV>와 <환구시보>는 천안함 폭침사태에서부터 최근의 연평도 기습도발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편을 들면서 ‘모든 게 한국의 도발 때문’이라는 식의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관영 매체들의 논조는 보통 중국 공산당의 속내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유심히 봐야 한다.

연평도 기습도발 직후 <홍콩 봉황위성TV>는 소위 ‘군사전문가’를 초청해 “한국이 연평도 지역에서 사격훈련을 한 것이 북한에 심각한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식의 보도를 해대는가 하면, <환구시보>는 ‘아태학회 한반도연구위원’이라는 사람의 평론을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6자회담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얼마 전에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적도 있다. 지난 19일 <중앙선데이>는 중국 공산당 관영신문인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총편집인)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후시진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중립을 원한다”면서 “한국이 생각하는 중립은 중국이 한국 편을 드는 것이지만 중국이 생각하는 중립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시진 편집장은 또한 “중국은 이웃 나라인 북한과 잘 지낼 권리가 있다. 중국과 북한은 혈맹이다. 중·북 관계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많은 피를 흘렸다. 중국은 두 번 다시 한반도에서 피를 흘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한반도 안정을 추구하느냐에 대해선 중국과 한국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도 말했다.

후시진 편집장은 이어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원한다”면서도 “한국이 핵개발을 원한다면 한번 해보라. 북한에 이어 한국·일본도 핵을 개발할 것이다. 그럼 중국은 더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변국들이 핵 경쟁을 할 때 발생할 불안정을 감당할 중국의 능력은 한국보다 훨씬 크다. 왜냐하면 중국은 대국이라서”라는 말을 내뱉었다.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은 정말로 한반도 안정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은 중국의 말을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의 전략에 세뇌당해 스스로의 전략적 판단력을 잃은 것 같다”며 한국을 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한국 언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G2’로 부상한 데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다. 최근 일어난 한반도 불안이 중국 공산당의 본심을 드러낼 기회라고 봤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는 중국의 시각과 6자회담

중국은 공산국가이면서 제국이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그렇지 않은 ‘척’한다. 중국은 2000년이 넘는 기간 중 1500년 이상을 이민족에게 지배당했음에도 “우리가 지배당한 게 아니라 이민족이 우리를 지배하려다 흡수당했다”는 주장을 하는 나라다. 이런 생각이 집약된 게 바로 ‘중화사상’이다.

▲ 중국의 군사페레이드

이 ‘중화사상’은 공산국가가 된 후에도 이어졌다. 냉전 시절 소련이 공산권의 맹주였음에도 모택동 일당은 중국을 ‘동구권 중심국가’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실제 50년대 반둥회의를 시작으로 펼친 제3세계 외교나 중소 국경분쟁, 50년대 초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공산 게릴라를 보내 수십만 명을 살육했을 때, 베트남 전쟁에 개입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공산화했을 때도 소련을 공산권의 맹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속내가 나타났다. 이런 중국의 외교 전략은 공산주의와 중화사상이 뒤섞인 것임을 드러낸다.

중국 공산당과 여기에 세뇌된 중국인들은 지금도 이 ‘공산주의+중화사상’이 뒤섞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때문에 그들에게 19세기와 20세기는 ‘치욕의 시대’이자 ‘상실의 시대’였으며, 서방 진영은 ‘감히 중국을 침략해 치욕에 빠뜨린 악의 무리’였다. 이런 서방 진영에 편입된 일본과 한국은 ‘서방 제국의 졸개’들이며 ‘타도의 대상’들이다.

이후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 등장하자 실용주의가 최우선이 된 것처럼 서방 언론들이 떠들었지만, 실상은 실용주의를 통해 힘을 기른 뒤 ‘원래의 상태’를 회복한다는 것일 뿐 기존의 시각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중국은 서방 언론들의 ‘호들갑’을 역이용했다. 자신들의 속내를 감추고선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돈’을 벌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서방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기 좋도록 제도를 바꾸고 공산당원들을 그들의 지원세력으로 배치했다.
남동부 지역의 신도시를 통해 자신들 또한 ‘서방 진영’에 편입되고자 하는 것처럼 보여주기도 했다. 그 노력은 1999년 WTO 가입과 함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일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화를 모았다. 중국 정부는 그 돈으로 공산당원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증강했다. ‘제3세계 외교’도 다시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50년대와는 달리 돈을 내세운 ‘원조’였다. ‘원조 대상’은 서방 진영에 맞서는 세계의 모든 ‘불량 국가’들이었다.

▲ 중국의 군사훈련

중국은 이와 함께 북한을 서방 진영에 맞서는 ‘대리인’이자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 ‘레버리지’를 한국과 일본에 사용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해도, 미사일 발사를 해도 중국은 점잖게 뒷짐 지고 않아 북한을 지원했다. 북한의 행동은 동아시아 역내에 불안감을 조성했지만 한편으로는 6자회담의 틀에서 보면 중국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조건이 되기도 했다. 실제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종용하는 한편 중국이 ‘당사자’인 협상에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중국의 세계 불량국가 지원 이유

이런 환경 조성은 정작 중국이 하고 싶은 일이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욕을 먹을 게 뻔하기 때문에 ‘평화적이고 인도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나쁜 짓’에는 북한을 내세우는 식이었다. ‘G2’ 지위를 곧 차지하게 될 시점에서 직접 문제를 일으키면 앞으로 ‘돈’을 못 버는 건 물론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 또한 날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10년 들어 일어난 두 개의 큰 사건, 천안함 폭침사태와 연평도 기습도발 사태는 이런 중국과 북한의 연결고리가 얼핏 드러난 중요한 사건이다. 중국은 지금도 천안함 폭침사태가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평도 기습도발은 한국군이 북한을 위협했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 중국은 지난 10년 사이 북한이 연어급 잠수정을 포함한 각종 무기를 이란에 수출하고,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미얀마에 핵시설 기술을 수출하는 것, 테러 집단들에게 무기를 수출하면서 자신들의 영해를 지나는 것도 눈감아 줬다.

이런 점을 이미 충분히 파악한 서방 국가들은 지금도 중국 공산당이 북한에 무력도발을 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의 전략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지난 12월 8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했던 캐나다 중국 전문가인 변호사 크리드 앤슬리도 “중국이 원한다면, (북한의 대남) 공격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럴 의지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 불량 국가를 지원하고 있다. 짐바브웨, 미얀마, 이란, 북한 등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틀에서 6자회담을 바라보면, 왜 지난 7년 동안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 연평도 기습도발 직후 중국이 무례한 행동까지 하면서 6자회담을 요구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즉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 ‘미친 사냥개’인 북한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나야말로 북한을 주무를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 선전해 ‘평화의 중재자’인 척하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한반도 주변에 긴장감을 조성해 중국만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든 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더 이상 없다’는 역내 여론을 조성해 미군을 철수시키려 한다. 그 후에는 일본은 제압해 동아시아 지역을 ‘원래의 상태’로 복귀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원래의 상태’란 역내 모든 나라가 자신들에게 조공을 바치며 노예처럼 살던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중국의 속내와 전략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북한을 길들이기 위해 6자회담이 필요하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6자회담의 중재를 맡은 시점부터 중국이 감독과 연출을, 북한이 주연을 맡은 사기극이기 때문이다. 물론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한민족이다.#


전경웅 객원기자·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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