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화공세에 놀아나지 말라
북한의 평화공세에 놀아나지 말라
  • 미래한국
  • 승인 2011.01.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근박사의 전략이야기]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북한정권은 2010년 내내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해, 북한의 지도층과 북한의 군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에 최대의 장애 요인이자 적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였다. 조선일보 2011년 1월 1일자 사설은 2010년 북한이 보인 황당한 행동들을 격정적인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북한은 21세기 벌건 대낮에 아비가 아들에게, 그리고 그 아들이 제 아들에게 나라를 물려준 나라다.”  “주민 양식 댈 돈을 핵무기와 미사일 제조에 털어 넣어 허기(虛飢)에 지친 제 백성이 국경을 넘어 남의 나라 땅에서 몸을 팔고 구걸하도록 내몰고 눈썹 하나 까딱 않는다.”

바로 우리가 2011년에도 계속 상대해야 할 나라가 바로 김정일, 김정은이  통치하는 나라라고 부르기도 곤란한 골치 아픈 집단이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이들의 도발 때문에 50명 이상의 목숨을 잃었다.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며 동족임을 강조하는 저들이 2010년 살해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저들과 민족이 다른 사람들이었다는 말인가? 북한보다 수백 배 막강한 국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이처럼 핏줄 같지도 않은 핏줄의 행패에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어야 했던 현실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작년 3월 26일 천안함 공격을 받은 후 거의 두 달이 지난 후인 5월 24일 우리 정부는 앞으로 북한이 우리 영토와 국민을 공격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결연하게 다짐했다. 그 다짐의 신빙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북성명 장소도 전쟁기념관을 택했었다.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지 6개월째 되던 11월 23일 북한은 아예 연평도에 무차별 포사격을 감행, 대한민국 국민 수천 명을 집과 땅과 재산을 버리고 피란을 떠나게 만들어 버렸다.

대한민국은 연평도 포사격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북한은 이번에는 김정은은 포사격의 달인이라며 추켜세웠다. 이번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다음번” 도발이 있을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강력한 어조에 대해 우습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행동이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는 커녕 자신들이 한 일 조차 아니라고 발뺌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치가들은 ‘천안함 출구 전략’을 운운 했다. 그러다가 북한이 홍수 피해를 입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쌀을 수천 톤 보내기로 결정했었다. 그 쌀들이 배고픈 수재민들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북한은 한국의 이 같은 비전략적 행동을 어떻게 보았을까? 북한의 화답은 연평도 포사격이었다. 연평도에서 피란 나온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기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 채 썰렁한 임시 아파트에서 추위에 떨며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인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언급이 아닐 수 없다. 연평도 정국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 출구를 찾을 때가 됐다는 말인가?

북한은 2011년 1월 1일자 신년공동 사설을 통해 대한민국을 또다시 모욕했다. 평화와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국이 평화와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결 책동을 지속할 경우 ‘핵전쟁의 참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제 곧 대한민국의 종북 좌파들은 북한의 평화와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사회는 앞으로 한동안 대북정책의 향방에 관해 논란을 벌일 것이다. 북한과 대한민국 내 종북세력들은 연평도 포격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안보 경각심을 해체시키기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이들에게 2010년은 기억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뭔데 북한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윽박지를 것이다.

북한은 우선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형성된 안보에 대한 인식,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기다리며 군사 도발을 당분간 자제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마음이 흔들릴 것이며 대한민국 보통 시민들도 역시 다시 대화를 해야 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의 전략 전술에 넘어가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대전략 목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접수하는 것이다. 사실 북한이 대한민국을 거의 접수할 수준에 도달한 적도 있었다. 전쟁과 평화는 같은 차원의 개념이 아니다. 평화는 목적이고 전쟁은 수단이다. 어떤 경우라도 전쟁을 수단으로 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듯이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오늘 당장 대한민국 군사력을 해체하라고 주장하라.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평화롭게 살 수 있을 테니까. 북한은 이처럼 국제정치의 본질을 혼동하는 정치가들이 수두룩한 대한민국을 한때는 평화공세로 또 다른 때에는 무력 도발을 통해 가지고 놀았다.

북한이 대화 하자는 것은 말로 할 테니 “항복하라” 는 것이다. 그러니까 북한의 의도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핵폭탄에 의한 파멸을 협박하는 것 아닌가? 북한의 핵무기는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 섞여 있는 종북주의자들과 북한 동포를 가련하게 생각하고 김정일정권의 교체를 추구하는 애국 시민들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신년 사설을 통해 대한민국 내 종북 주의자들이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 세력들에게 저항해야만 할 이유를 제공했다.

강력한 안보 태세를 전쟁하자는 주장으로 혼동하지 말자. 평화와 굴종을 착각하지 말자. 대한민국 국민들 중 전쟁을 하자는 사람들은 아무데도 없다. 전쟁을 각오해야만 우리는 전쟁을 회피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난 10년 좌파정권 시대를 평화가 유지된 시절이라 말한다면 그것은 일본에게 나라를 갖다 바친 이완용의 항복을 평화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옳지 못한 자에게 아부하고 굴종함으로 유지되는 평화를 더 이상 평화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

한국 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한 핵을 제거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북한은 대한민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파멸 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대화만이 대한민국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 방안이라고 생각되는가?# 

政博·이화여대 겸임교수
뉴라이트 국제정책센터 대표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