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도민 조직이 통일 준비기구 돼야"
"이북도민 조직이 통일 준비기구 돼야"
  • 미래한국
  • 승인 2011.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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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용옥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 평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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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응징 의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아가 북한의 급변사태 및 통일에 대한 실질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이에 <미래한국>은 북한에 대한 수복 의지로 1949년 설립된 이북5도위원회의 역할에 주목하고 박용옥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평남도지사)을 만나 위원회의 기능과 현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이북5도위원회는 언제 어떤 취지로 설립됐고 조직 구성은 어떻게 돼 있습니까.


이북5도청은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의 이북5도지사 임명과 함께 창설됐고, 이북5도위원회는 1962년 l월 20일 공포된 ‘이북5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거해 설치됐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근거해 북한 지역이 우리의 영토이고 비록 당장 물리적으로 가지 못하지만 북한 수복(收復) 의지를 표현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죠. 이북5도는 1945년 8월 15일 현재 행정구역상의 도(道)로서 아직 수복되지 않은 황해·평남·평북·함남·함북을 말합니다. 이북5도의 임시 사무소는 수복될 때까지 서울특별시에 두고 이북5도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처리하기 위해 ‘이북5도위원회’를 두도록 돼 있어요.

이 법에 따라 위원회는 이북5도가 수복될 때까지 다음과 같은 사무를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이북5도의 정치.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각 분야에 걸친 정보의 수집과 분석, 그리고 이북5도를 수복할 경우에 실시할 제반 정책의 연구를 하는 조사연구업무입니다. 둘째는 반공교육 등의 계몽선전업무, 셋째는 남하 피난민의 실태조사와 정착사업 조성 등 구호사업이 있습니다.

이북5도의 각 도지사는 정부로부터 임명되고 미수복지구의 명예 시장·군수, 읍·면장이 지명됩니다. 현재 97명의 명예 시장·군수, 911명의 읍·면·동장이 있고 전국 15개 시도에 연락사무소가 있어 각 지역의 이북5도연합회와 도민회 지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도민회는 강원도와 경기도의 미수복지구를 포함해 이북7도민회가 있죠. 이러한 체제는 헌법에 명시된 한국의 국토 관념을 명백히 하고 언젠가는 달성할 북한지역 회복과 통일 의지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향민 833만 명 추정, 2010년부터 DB작업 시작

-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북한 출신 실향민 규모가 얼마입니까.

1970년 가호적을 할 때 신고 받은 이북도민이 546만 명입니다. 이를 기초로 인구증가율 등을 감안해 현재 83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도별로 살펴보면 황해 208만 명(25%), 평남 172만 명(20.7%), 평북 128만 명(15.4%), 함남 183만 명(22.1%), 함북 91만 명(10.9%), 경기 33만 명(4%), 강원 15만 명(1.9%)입니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2010년부터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고 있는데 원적(原籍)이 없어져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이 사업을 해야 하는데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봅니다. 우선 2011년부터 10억 원을 책정해 조사 작업을 착수할 계획입니다.

- 이북도민 사회가 많이 약화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위원회나 도민회가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까.

실향민 1세대의 노령화와 후계세대의 참여 저조로 도민회 활동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지방에 있는 이북도민, 북한이탈주민 등을 포함한 후계세대의 참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 노력하고 있죠. 또한 해외에 있는 이북도민들이 조국의 발전상을 잘 알 수 있도록 매년 고국 방문사업을 실시하고 조국의 발전상과 참모습을 체험한 이들이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기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1996년부터 모두 2,630여명이 고국을 방문했어요. 올해도 미국 등 5개국 20개지역에서 260여 명이 안보현장 견학, 산업시찰 등을 하고 돌아갔죠. 이북5도위원회가 기존의 모습을 탈바꿈해서 청년세대가 참여할 때 보람을 찾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활성화될 것입니다.

- 이북5도위원회가 통일과 북한 수복을 위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주무기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 이북4도청 전경

이북5도위원회의 제1기능이 북한 수복에 대비한 정책연구입니다. 위원회가 통일을 상징하는 기구이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준비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 제도적. 법적. 행정적인 기능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그동안 이 기능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 작동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그동안 치중해온 사업은 체육대회, 백일장, 서예대전 등을 통한 실향민들의 화합 단결 지원, 1세대의 노쇠에 따른 후계세대 육성, 향토문화 육성, 북한이탈주민 관리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급변사태 시를 대비하는 것이 이북5도위원회의 본래의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이북5도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다보니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아예 없애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해요.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니 눈엣가시였겠죠. 그러나 선거 때 실향민 표를 무시할 수 없으니 그렇게 되지는 못했죠.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고 조직과 인력을 정비하고 예산을 투입해 북한 수복을 대비하는 중추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 북한의 급변사태가 올 경우 이북5도위원회가 실제 북한 지역에서 행정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규정된다면 현 조직이 대단히 강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수립했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실제행동계획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북5도위원회가 예산 80여억 원으로 833만 명에 이르는 실향민을 관리하고 연구조사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북한 수복 시에 대비한 행정, 구호.교육, 난민관리 등 제반 안정화 대책을 구체적으로 적극 강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수복된다 해도 현 도지사나 명예 시장.군수, 읍.면.동장이 현지에 가서 행정력을 행사하게 돼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이북5도위원회는 해방 당시 기준의 북한 행정구역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현재의 북한 행정구역을 반영한 행정계획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할 것입니다.

북한지역 행정계획 등 급변사태 대비할 비상기구 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계획이 수립돼 있다 해도 이북도민 조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한 차원에서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났을 때 구호를 무슨 수단으로 어떤 루트를 통해서 할지, 식량을 수송할 때 수송수단으로 군과 민간 자산을 어떻게 동원할지, 해안가 북한주민과 내륙주민에 대한 수송방법 등도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을지연습 같은 훈련을 통해 실제 운용을 테스트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북5도위원회가 을지연습에 참가할 필요성을 제기해 참여하려 했으나 40여 명의 행정 인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를 감당할 조직 여건이 안 돼 있어 금년 을지훈련에 실제로 참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통일부, 행정안전부, 국정원 등이 모두 관련되는데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합니다. 북한의 행정구역 조정은 행정안전부 관할이고 통일 정책 연구는 통일부, 정보는 군과 국정원 등이 분장하고 있는데 이를 총체적으로 통할할 기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 모든 부서가 본연의 업무를 제쳐 놓고 365일 통일만을 대비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어느 한 곳에서는 365일 국가의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게 필수적이죠. 예전의 국가비상기획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하죠. 매뉴얼에 따른 을지연습 같은 소집 훈련, 임무분장을 숙지하고 행동하는 훈련을 해야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 이북5도위원회가 탈북민 문제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0년 11월 현재로 한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이 2만명을 넘었습니다. 이들의 안정된 남한 정착이 관건입니다. 이들도 잘 관리하지 못하면서 통일을 얘기할 수 없어요. 북한이탈주민은 단순한 ‘문제 거리’나 관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을 통일을 위한 인적 자산이자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고 북한 수복을 위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 정부도 이런 점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실향민 1세는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거의 활동이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실향민 2,3세는 북한을 모릅니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들은 최근까지 북한에서 살다와 북한 실정을 잘 압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북도민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6·25 때까지 월남한 실향민 1세대의 후손인 2, 3세대와 최근의 북한이탈주민 사이에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잘 협력해 이북도민 조직을 이뤄 나가느냐 하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죠.

기존의 실향민 중심의 조직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잘 융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 현실에 어둡다보니 잘못된 길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이들 중에 지식인들이 많아 통일 과정에 이들의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북5도위원회는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장학금 지급, 취업 알선을 해주고 북한이탈주민과 이북도민 가족 결연 사업 등으로 남한 사회 정착 지원에 노력해왔어요. 최근 출범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 이북5도위원회 위원장이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북한이탈북민 지원사업에 이북도민들의 역할이 증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탈북민 지원·협력 사업 강화 할 것

- 정부가 최근 대북정책과 관련 그동안의 남북 교류.협력에서 통일로 그 중심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통일은 말로 부르짖어 될 문제가 아닙니다. 주변국의 경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독일도 통일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안보태세입니다. 또한 북한 핵,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합니다. 교류할 것은 교류하되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같은 무력 도발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 국방백서에 주적 북한의 개념을 넣는 문제가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주적 개념은 지난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박영수 북한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사용됐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고, 2008년 국방백서에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 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다’라는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전에도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북한 따위가 무슨 우리의 주적이냐, 우리는 더 크고 넓은 제반 주변과 세계의 정세를 모두 보고 국방 태세를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문제가 노무현 좌파정부 때 와서 불거지다 보니 논란으로 번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김범수·강시영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김동수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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