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경쟁을 논하다
美·中 패권경쟁을 논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2.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좌담]중국은 과연 미국을 따라잡을 것인가
▲ 美中 패권경쟁에 대한 좌담 (좌:김기수 가운데;이주영 우:복거일)

사 회  김범수 / 본지 편집인 (하버드대 정책학과) 
좌 담  이주영 / 건국대 명예교수, 아메리칸학회 회장 (서울대 사학과)  
복거일 / 소설가, 문화미래포럼 대표 (서울대 경제학과)
김기수 /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 (미주리대 정치경제학과)   


사회 : 지난 1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언론 보도들은 이젠 마치 무슨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도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내 위기감이 팽배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이에 과연 미국이 쇠퇴하는 것인가, 중국이 그만큼 미국을 위협할 만한 존재로 부상한 것인가라는 점을 진단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미중의 영향력 경중에 따라 국내 분위기와 대외정책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심도 있는 논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현재 거론되는 미국과 중국의 소위 패권경쟁에 대한 현상을 진단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 김기수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
김기수 : 미중패권이 시작됐느냐를 논하기 이전에 미국이 지금까지 중국을 어떻게 생각해왔는가를 봐야 합니다. 미국에는 일관된 대중정책이 없었어요. 1971년에 미중 데탕트가 벌어졌는데 그때는 소련을 제어하기 위해 그 카드를 쓴 거죠. 1978년에는 등소평이 자본주의를 하겠다니까 미국으로서는 나쁠 게 없었죠. 그 대신 중국이 부탁했던 것은 물건을 팔아야 하니 미국시장을 열어달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 상태가 지금까지 지속돼 온 겁니다. 미국의 대외정책의 핵심 내용은 민주자본주의국가끼리는 서로 전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미국은 중국도 번영할수록 좋다 이렇게 생각해 온 거죠. 

그런데 최근 중국의 태도가 이상한 거에요. 이게 키포인트인데, 그럼 중국이 미국에 도전장을 낸 거냐, 그건 아니에요. 지금 중국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내부 모순 때문입니다. 중국은 밑에서는 자본주의를 하고 위에서는 공산주의를 해요. 공산독재와 자본주의의 2중구조가 마찰을 빚고 있는데 문제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쇠퇴한다는 겁니다. 돈이 자꾸 들어가니까 당연한 결과죠. 그래서 공산당이 민족주의 카드를 꺼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힘을 바탕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고 민족주의를 국내에서 프로파간다를 하려니까 대외적으로도 중화민족의 우수성, ‘미국 너나 잘해라’ 등의 태도를 드러내는 거죠. 

G2는 미국이 붙여준 거죠. ‘네가 이렇게 컸으니까 국제사회에 의무를 다해라’라고 해서 별을 달아준 거에요. 그런데 오히려 중국이 싫다, 못하겠다고 나오고 있잖아요. 국제사회에 의무라는 게 엄밀히 말하면 미국이 만들어 놓은 룰에 따라오라는 것이니까요.


팍스로마나와 팍스아메리카나

▲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
이주영 : 저는 역사가이니까 시간적으로 좀 길게 보는데요. 미국사람들은 자신들을 현대판 로마제국이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그런데 로마제국의 번성기가 200년쯤 되는데 로마가 지중해세계 서아시아를 다 지배하니까 아무도 도전장을 내지를 못하니 전쟁이 일어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속된 평화를 팍스로마나라고 하죠. 그런데 미국은 스스로 로마제국이라고 자각을 하는 기점이 1941년입니다.

진주만 기습사건으로 2차대전에 참전을 하면서 뉴욕타임스가 헤드라인을 ‘20세기는 미국의 세기다’라고 뽑았어요. 꼭 과거가 반복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참고를 하면 미국도 로마제국처럼 200년은 갈 것이다, 지금이 1941년으로부터 한 70년밖에 안 됐으니 아직도 쇠퇴하기까지는 한 130년은 남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하게는 현재 미국을 능가할 만한 강대국이 보이질 않아요. 중국은 안 된다고 봅니다. 간단한 예로 항공모함 하나 제대로 없는 나라, 바다를 지배하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겠습니까.

▲ 소설가 복거일
복거일 :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추세입니다. 중국은 한 세대가 넘도록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중단 없이 해온 결과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커졌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아무리 속도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고 결국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에요. 미국을 앞지를지의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언제냐로 논의가 옮겨가고 있어요. 그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략 2050년 정도로 잡았는데 그다음에는 2030년, 지금은 2020년으로 잡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 개척적 연구를 한 사람이 경제사가인 알렉산더 거센 크롬입니다. 1940년대 50년대에 내 놓은 소위 ‘후진성 가설 backwardness hypothesis’은, 따라잡는 것이 처음 가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겁니다. 뒤에 가는 사람은 앞선 사람의 경험에서 얻고, 또 그동안 지식이 발달했기 때문에 단숨에 최신의 기술, 최신의 시설로 도약한다는 얘기죠. 지금은 정보가 값이 싸지고 인터넷과 컴퓨터를 가지고 빨리되니까 그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거죠. 또한 특히 기술 격차가 줄어들 경우에는 지식의 격차보다 인구가 중요하게 됩니다. 현재 중국과 미국의 인구 대비가 4대 1 정도인데 중국이 당장 붕괴하지 않는 한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닌가 하는 거죠. 이 사실을 깔아놓고 논의를 진행시켜야 할 것 같아요.  


중국 쇠퇴론 vs 미국 추월론

사회 :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오늘 주제의 주요 논점 중 하나가 중국에 대한 진단과 예측이 될 것 같습니다. 얼핏 이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적지 않은데,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기수 : 일본의 예를 들어보죠. 그렇게 잘나가던 일본이 1990년대부터 쇠퇴하게 된 이유를 보면 중국의 경우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는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노후복지제도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 개인들이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하느라고 소비를 못하죠. 일본정부가 그것을 활용한 겁니다. 낮은 이자율로 저축을 받아들이고, 낮은 이자율로 기업들한테 대출을 해요. 일본기업이 낮은 이자율로 사업을 하는데 왜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되면 기업 운영 자체가 미국식은 아닌 게 되요. 주주한테 책임질 필요가 없지요. 돈을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쉽게 가져오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발달이 안 되죠. 자본을 주식시장에서 끌어 쓸 필요가 없으니까 기업경영도 미국식으로 분리가 안 되죠. 여기서부터 디미니시리턴, 수익감소에 걸려요. 미국 같은 경우는 계속 시장에서 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회사가 기를 쓰고 새 기술을 만들어야 되는데 일본은 인센티브가 적으니 그럴 필요가 덜했던 거죠. 일본조차도 경제성장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개발을 충분히 못한 거죠. 이익률이 저하하기 시작하면 새기술이 나와야 하는데 그 준비는 안 돼 있는 거에요. 일본조차 상황이 그런데 그보다 훨씬 열악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중국은 아예 자본 배분을 국가가 하고 있죠.  

복거일 : 설령 중국이 개인당 소득에선 낮을지라도 원체 인구수가 많으니까 전체 GDP로 볼 때는 경제력이 미국보다 앞지를 거라는 점은 미국사람들도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앞서도 말했지만 현재 상태가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추세곡선을 봐야죠. 앞으로 어떤 곡선을 그리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향후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력을 보유할 것이라는 겁니다.

어떤 시나리오를 봐도 그래요.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로 공산주의국가가 경제분야만 자본주의를 한다는 지적이 있죠. 그래서 지금 북아프리카에서 나오는 식으로 언젠가는 자유로운 사회로 전환하는 데 굉장히 큰 불안이 온다는 전제가 나오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그게 경제성장에 그렇게 큰 걸림돌이 되진 않아요. 우리나라나 대만도 자유화를 겪었지만 그것이 경제성장에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았죠. 그래서 그 점을 우리가 고려하더라도 중국의 경제성장은 안정적이라는 겁니다. 

김기수 : 우리나라의 역사가 위대한 이유가 출발 자체가 민주주의 자본주의로 한 것이라고 봅니다. 도중에 독재도 했지만 본 축은 이 두 가지에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소유권이 완벽하게 보장돼 있었잖아요. 하지만 중국은 아예 시스템이 틀려요. 중국을 우리나라 모델에 적용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어요. 중국은 기본적으로 공산주의에요. 권력 자체도 배분이 안 돼 있는 절대권력입니다. 


“국력은 단순 통계나 추세화는 다른 문제”

이주영 : 통계나 추세가 상당히 중요하긴 해요. 그런데 전체적인 국력은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이 영해권 경쟁을 치열하게 하면서 유틀란트해전에서 두 나라 함대가 결전을 벌였죠. 사흘 밤낮을 양쪽 함대가 싸웠는데 서로 지쳐 물러나 보니까 영국군함들이 더 많이 가라앉았어요. 유틀란트해전은 일단 독일이 이긴 겁니다. 그런데 이제 여러 날 회복하고 수리하고 나서 영국군함들은 다시 한판 더 싸우려고 나오는데 독일군함은 못 나와요. 단순한 통계가 아닌 뭔가 다른 저력이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중국이 경제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은 우리가 인정을 하고 경계는 해야겠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진단이 부족하다는 거죠.

저는 그것을 생활방식, 또는 문화 또는 문명이란 말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그 국민이 어떤 생활방식과 어떤 문화를 가지고 어떤 문명을 이루어 가느냐 하는 데 있어서 보면 아직 미국을 당할 나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미국의 생명력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사상이거든요. 미국과 중국의 엘리트를 비교해 볼 때 창조력면에서 미국 엘리트가 월등합니다. 지금 중국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특정한 계층의 사람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또 특혜로 나타나니까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사회 :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현재 미국사회 내의 위기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거기에 어떤 전략적 과장이나 엄살이 섞인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미국의 위기가 역사적 차원의 본질적인 것인지 아니면 미시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내외 정책 차이 등 일시적인 정치적 문제와 좀 더 연관돼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김기수 : 아무리 초강대국 미국이라 하더라도 힘이 달리면 위축될 수 밖에 없지요. 닉슨 대통령 때 미국이 월남전에서 워낙 지치니까 아시아에서 발을 뺐고 그 공백을 소련이 메우려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징조가 없어요. 아직은 동아시아나 중동이 힘에 부치지 않는다는 거죠. 현재 미국 국방비가 GDP의 4% 안팎인데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구요. 국방비가 8~9% 정도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현재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복거일 : 미국은 발달된 나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여온 것이 사실입니다. 유럽보다 평균 1% 정도를 더 많이 성장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듯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생각보다 적어요. 사회가 많이 발전하다보면 포퓰리즘으로 가거든요. 자산 거품이 나온 이유도 그렇고. 로마가 쇠퇴했을 때 나온 가장 큰 징조는 첫째 인구가 줄고 그 다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준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의 경우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제조업은 줄어들고 정부부문에서 일하는 인원이 더 많아졌어요. 살길은 서비스업이라는 말을 하지만 막상 국가가 대결할 때는 역시 군사력이고 제조업이거든요. 지금 미국의 경제가 잘 돌아가도 대결 국면으로 가면 상대를 완전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죠.

또 국가가 오랫동안 발전하면 그 대가로 안락함을 즐기게 되면서 퇴폐적이 된다고 하죠. 그런데 미국이 마약 등의 사회적 폐해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활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민국가이기 때문이죠. 계속해서 가난한 나라들부터 이민이 유입되는데 대개 이민하는 사람들은 그 사회에서 뛰쳐나온 패기를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미국이 이민을 막음으로써 원천적으로 활기를 잃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요. 이민국이라는 사실은 강점이면서도 약점이 될 수 있는데 지금 미국은 약점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주영 : 야구경기를 할 때 우리가 안타나 홈런을 많이 쳐서 이기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실수 많이 해서 이기는 경우가 많잖아요. 지금 미국도 공무원이 늘어나고 정부 역할이 커지고 민간부분이 줄어드는데 그게 러시아나 중국은 더 심하다구요. 미국도 문제가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더 심하니까 미국이 자체 진단을 할 때는 상당히 불안하지만, 다른 나라는 더 죽을 쒀주고 있으니까 그런대로 버티는 거라고 봅니다. 미국이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미국을 대신할 만한 나라가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 거죠.


친중·대륙 문명권 세력 그리고 핀란드화

사회 : 관점을 조금 옮겨보자면, 세계적으로는 중국이 갖는 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이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동아시아에서만 보면 중국의 역할과 존재감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중정상회담 직후 영향을 받은 미국이 우리에게 남북대화를 요청해 온 일도 있었고, 최근 일본에서는 향후 10년 내에 미국이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 내에서 보면 진보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급격히 친중세력이 세를 불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의 친북세력이 반미와 결탁하더니 이제는 그들이 친중으로 연결되는 듯합니다.

특히 통일의 당위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한반도 역내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힘의 균형이 어쩔 수 없이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는 과연 이 두 거인 앞에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주영 : 저는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 아놀드 토인비의 문명사관과도 닿아 있고.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어떻게 보면 문명충돌입니다. 문명은 결국 생활방식입니다. 미국적인 생활방식과 중국적인 생활방식이 충돌하는 거에요. 우리는 수천년 동안 중국의 대륙문명권에 속해 있다가 해방 후 이승만 대통령 이후에 확실하게 방향을 바꿔서 해양문명권에 붙었거든요. 해양문명권의 기본축은 미국인데 그 생활방식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에 토대를 두고 가능한 한 통제를 하지 않으려는 자유주의 방식입니다.

저는 오늘날 우리가 이 정도의 자유와 번영을 누리는 것이 해양문명권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위기가 오기 시작한 것은 대략 김대중 정부 무렵입니다. 당시 무역량이 처음으로 미국보다 중국이 더 많아지고 유학생도 중국에 가는 유학생이 미국에 가는 유학생보다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그 당시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앙케트를 냈는데 앞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미국보다 더 많았어요. 결국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나 좌우익의 갈등문제는 문명과 관련돼 있다고 봅니다. 공산주의자다 친북주의자다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중국 중심의 대륙문명권으로 돌아가자는 거고, 대한민국을 지키자하는 보수파는 역시 해양문명권에 그대로 남자는 이런 문명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복거일 : 그런데 중국의 굴기에 대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없어요. 이웃 나라가 강대국이면 어차피 우리가 현실적으로 눈치를 보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진전이 되면 ‘핀란드화’가 되지 않는가 걱정을 하는데 현실적으로 많이 진행됐다고 보거든요. 최근 중국 대사들이 하는 행동을 보세요. 중국 외교부에서 일부러 우리나라에 결례를 하거든요. 계속 하대를 하면서 너희는 우리와 같이 동렬에 설 수 없다는 걸 심어주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이미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바가 크잖아요.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목을 조이면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하겠어요. 살려달라고 우리 정부에 압력을 넣겠죠.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국 자체가 크다는 그 사실 자체에 힘의 비대칭은 외교의 비대칭을 부른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중국에 경제적으로 거의 예속된 경향이 있고 앞으로 그것이 더 심해질 거라는 겁니다. 일단 대책이 없다는 전제로 얘기를 해야 합니다. 대책이 있다는 것처럼 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우리의 대응방안

김기수 : 최근 미국의 전략이 동아시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유럽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됐고 중동은 석유자원이 문제인데 올해부터 철군을 한다고 하니까 이제 전략적으로 남은 것은 동아시아 밖에 없거든요. 그게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나 클린턴 국무장관이 계속 얘기했던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최근 연평도 사건, 천안함 폭침, 센카쿠열도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지요. 이처럼 미국이 관심을 쏟고 있는데 왜 한국에 옵션이 없다는 겁니까. 국력차이도 미국과 중국은 비교도 되지 않고요.

두 번째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얘기하는데 경제는 무역, 통화금융, 기술관계가 있는데 우리가 지금 자본과 기술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게 있나요. 오히려 중국이 우리나라에 의존하는 거죠. 무역도 우리가 충분히 팔고 있고, 상호 의존적으로 돼 있죠. 중국이 우리 수출을 건드리면 우리도 건드리면 됩니다. 그래도 중국이 억지로 나오면 WTO 가져가면 되고, 정 안 되면 미국에 중재 요청을 해도 되고.

이주영 : 중국이 우리한테 무례하게 구는 건 우리가 양다리를 걸치려고 하니까 그래요. 한쪽에 확실하게 붙어야 합니다. 여기서 무슨 자주노선을 걷는다든가 중립을 지킨다든가 하다보면 양쪽에서 얻어 맞는 동네북이 되는 겁니다.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고민은 지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한말부터 있어왔어요. 고종이 국권을 지켜보려고 별 궁리를 다 해보면서 러시아에도 붙어보고 그랬는데 붙을 수가 없었어요. 조선의 동맹국이 될 강대국은 영토적인 야심이 없어야 되는데 그런 나라는 미국 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끝판에 고종이 미국을 붙들려고 그랬지만 인연이 안닿다가 이승만 때 비로소 한미동맹이 맺어진 겁니다. 저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한반도에서 생존을 하려면 한미동맹을 통해 해양문명권에 확실하게 속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복거일 : 무엇이든 가치 있는 것은 공짜가 없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우리가 주체적인 것을 내세우게 되면 틀림없이 보복이 따르고 대가를 지불한다는 걸 알아야 됩니다. 그런 걸 치를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우리의 기준은 도덕적 행동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중국한테 얕보이기 시작한 것이 대만과의 관계를 정리할 때입니다. 대만은 독립운동 때부터 우리를 도와준 국민당 정권이고 무역량도 많았고 6.25 때는 실제로 같은 전선을 형성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우리가 중국과 국교를 트면서 대만을 너무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그때 중국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의리 없는 사람들로 본겁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도 기본적인 바탕은 도덕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도덕적으로 약한 행동을 하면은 멸시를 당하고 그 다음에는 대책이 없는 거에요. 도덕을 지키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고 용기를 지키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되거든요.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는 건 저도 강조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분열이 되고 중국에 대해 굴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동맹국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겁니다. 미국도 언젠가는 우리를 버릴 준비가 돼 있다고 봐요. 중국이 강해지면 너무 부담이 되니까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포기될 가능성이 있어요. 동맹도 자체적으로 시민들의 저항력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


정리 / 편집국
사진 / 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