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잘못된 훈수
미국과 중국의 잘못된 훈수
  • 미래한국
  • 승인 2011.02.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뷰]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 .



미국과 중국이 모종의 묵시적 합의를 한 것 같다. 미국은 책임지고 한국이 북한과의 회담에 돌아오도록 하게 하고 중국은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책임을 지는 것이다. 최종 목적은 ‘안정’이다.


이 합의는 그동안 한쪽으로는 미국과 한국관리들 간에, 다른 한쪽으로는 중국과 북한 관리들 간에 이뤄진 수많은 회담의 결과인 것처럼 보인다. 그 절정은 지난달 있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이었다. 미국인들과 중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두 개의 한국이 싸우지 못하도록 하고 어느 때처럼 현상이 유지되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유사시 안보협약을 지킬 것이라는 약속을 제외하고는 한국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의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을 어떻게 상대하라는 구체적인 훈수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은 남북한 간 회담을 할지 아니면 베이징에서 하는 6자회담을 할지 한국에 회담을 하라고 계속 요구할 필요가 없다.

미국 관리들은 그들의 생각이 한국 관리들과 완전히 일치하고 남북한 대화는 좀 더 넓은 대화를 위한 서곡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왜 북한에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는 요구하지 않는가?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북한은 천안함 격침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간단한 해명을 하고 있다. 한국 해병들이 군사작전을 하며 북한 영해를 침범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2명의 민간인 사망자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하면서 바로 한국 해병이 먼저 발포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간단한 해명이다. 북한의 성명들을 어느 수준에서 체면을 살리는 것으로 수용할지는 한국이 결정할 사안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의 대(對)한국 영향력보다 더 회의적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비난도 거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2년여 전 중국에서 마지막으로 열렸던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촉구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은 것을 성과로 보고 있다.

지나친 자랑이다. 중국은 긴장의 정도를 누그러뜨리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그 성명의 전반적인 톤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중국은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년 동안 일체의 회담을 거부했던 북한은 지금 회담으로 복귀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어떤 양보를 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1991년 한국과 체결한 ‘한반도비핵화합의’를 비롯, 지난 20년 동안 핵무기에 대한 일체의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북한의 전과를 볼 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마디로 바보다.

하지만 미국은 지역전쟁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오바마와 후진타오 정상회담을 자축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회담이 원칙론적인 것 이상의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남북한 군사 실무회담은 북한이 준비돼 있지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미중 정상회담 후 북한이 제안한 남북 국방장관 간 회담 역시 본질을 다루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한국은 북한과 교섭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북한은 수십 년 만의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며 이 겨울을 나기 위한 목적 뿐 아닌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내년 행사를 위해 식량과 물품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해 도처에 손을 벌리고 있다.

미국 외교관들은 북한과의 이 협상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되고 그사이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교섭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회담은 시간 낭비이고 결과는 어느 때처럼 지키지 않은 약속들과 피를 흘리는 ‘사건들’만 있을 것이다. #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