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 - 그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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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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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수수 금지’ 이슬람율법 근거로 한 금융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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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창 가열됐던 ‘이슬람채권’(수쿠크, Sukuk)의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도대체 이슬람채권이 무엇이기에 정치권 종교계가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슬람채권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슬람금융을 알아야 한다. 이자의 직접 수수를 금지하는 이슬람율법을 근거로 한 방식이 이슬람금융이다. 이자수수가 금지되기 때문에 금융을 일으킬 때 부동산임대거래나 상품매매거래와 같은 실물거래를 매개로 금융이 이뤄진다. 따라서 이슬람채권은 외국인이 특정 국가에서 발행하는 외화 채권을 지칭한다.


발행 물량 10년 사이 130배 증가

이슬람채권인 ‘수쿠크’는 다섯 가지를 금지하는 금융거래다. 금지사항은 이슬람 율법(샤리아, Sharia, 물 마시는 곳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사전적 의미, 즉 진리, 신께 다가가는 길)이 규정하고 있다. ▲이자를 받지 못한다 ▲도박 사업은 하지 못한다 ▲과도한 위험과 불확실성, 즉 현실에 존재하지 않거나 가격정책이 불가능한 거래는 해서는 안 된다 ▲율법에 금지된 물품, 예를 들어 술이나 돼지고기 등에 거래를 해선 안 된다 ▲원금을 보장하는 약정은 금지한다 등이 그것이다.

이슬람채권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이후. 유가의 급등으로 오일 달러의 힘이 점점 커지면서 풍부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서방 기업들이 큰 관심을 기울였다. 발행 물량도 10년 사이 130배 늘었다. 2000년 3억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90억 달러로 크게 늘었다. 금융업계는 올해 450억 달러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성장 잠재력도 크다는 평가다. 이슬람교인 대비 이슬람금융의 비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 현재 세계인구 중 이슬람교인의 비중은 25% 정도지만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슬람금융은 1%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수쿠크’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말레이사아를 꼽을 수 있다. 세계 수쿠크 발행 물량 중 78%를 발행하고 있고, 이슬람 국가 중앙은행들이 세운 국제기구인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도 유치했다.

영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도 수쿠크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은 2003년 이후 법률 개정을 통해 수쿠크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른 채권과의 과세 균형을 맞췄다. 싱가포르는 2006년, 아일랜드는 2009년에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일본도 지난해 8월 발표된 ‘2011년 세법 개정 제안서’에서 이슬람채권을 ‘준채권’으로 규정하고 수익을 이자와 동일하게 면세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특히 일본의 국제협력은행은 샤리아위원회를 설치했고 도쿄증권거래소도 ‘샤리아증권지수’를 개발했다. 미국도 행정 해석을 통해 수쿠크의 조세 문제를 해결해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09년 10월 5억 달러의 수쿠크를 발행했다. 이들 나라 이외에도 금융강국이라 할 수 있는 호주, 프랑스,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이 이슬람금융 도입과 관련한 적극적인 정부 정책기조를 발표하고 도입을 준비 중이다.


세계 각국 주요 산업에 투자

수쿠크 발행을 못한다고 당장 한국 경제가 힘들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국기업들이 이슬람채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외자조달원이 미국과 유럽지역에만 의존하는 데에 따른 리스크 회피를 위한 외자조달원의 다각화다. 또 하나는 저리의 조달이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이다.

이에 따라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건설, 플랜트, 선박, 가전, 자동차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수출입대금 및 제반 프로젝트의 실행과 관련해 갈수록 커지는 이슬람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한상오 경제팀장  hanso1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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