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슬람 커넥션, 심상찮다
중국-이슬람 커넥션, 심상찮다
  • 미래한국
  • 승인 2011.04.14 0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이 중동사태와 급진 이슬람세력 부상에 침묵하는 이유.

 중동에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것인가?
지난 2월 튀니지에서 일어난 시민 저항이 이집트의 무바라크 축출에 이어 리비아의 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 중국과 유럽은 사태를 관망하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자국의 손에 쥐어질 손익계산서에 모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중동사태에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끈다.

 

중동 혁명, 중국에 나쁠 것 없다?  

‘컬러 리볼루션’(Colour Revolution).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중동의 소요사태를 이렇게 부른다. 아직 국내에는 이 명칭에 대한 마땅한 해석이 없다. 직역하자면‘색깔 혁명’이겠지만 그 의미는 1980년대 말, 체코 시민들이 빨간 카네이션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비폭력 시민 저항, 즉‘부드러운 혁명’(Velvet Revolution)에 닿아 있다. 컬러 리볼루션은 2000년대 들어 옛 소련국가들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2003년 그루지아의 ‘장미 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에 이어 2005년에는 키르기즈스탄에‘튤립 혁명’이 있었다. 2011년 튀니지와 이집트의 소요를 ‘재스민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지난 1월 30일,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은 이러한 중동의 컬러혁명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구시보는“중동의 컬러혁명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환구시보는 “중동과 아프리카 인민들이 서방국가의 성공적인 발전모델을 동경해 민주주의를 원하지만 과연 그런 시스템이 그들에게 적합한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라는 것. 같은 날 중국의 <인민일보> 역시 같은 논평을 내놓았다. <인민일보>는 칼럼에서“미국과 서방이 중동을 비롯, 아프리카에 잘못된 옷(민주주의)을 입히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이 최근의 중동사태를 바라보며 아랍세계에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닌 새로운 통치 모델을 주문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슬람과 테러단체들에 대한 뛰어난 분석과 정보를 내놓는 미국의 ‘템플턴 재단’이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템플턴 재단의 최근 한 보고서는‘중국이 이집트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먼저 중국의 모든 연구소들의 관심이‘이집트의 혁명적 상황이 미국과 이집트 간의 준동맹체제(quasi-alliance)를 어떻게 바꾸게 될 것인가’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결론은 ‘미국의 입장 곤란’으로 모아진다. 보고서는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국제관계 전문가 리시모의 예측을 인용했다. 그는 ‘만일 이집트와 주변국들에서 진정한 선거가 일어난다면 투표 박스에는 무슬림들의 이름만이 가득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 스타일의 민주주의는 물론, 미국의 석유 생산시설 마저 축출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 템플턴의 보고서는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09년 이란에서 발생한 소요사태 당시, 미국이 시민저항세력을 지원하려 하자 중국이 반대에 나섰다는 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차이나 데일리>는 지난 2009년 6월 18일자 사설에서 “이란의 혼란적 상황에서 컬러혁명을 더욱 조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같은 시기에 중국의 <아시아 타임스> 역시‘이란의 불안정사태는 중동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고 거들었다.

중동에 구축될 새로운 질서 

 그렇다면 중국은 최근 중동사태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까지 국내 분석은 대체로 중국이 재스민 혁명이 자국 내 침투할 것을 우려하는 문제에만 천착해 왔다. 하지만 템플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실제로 우려하는 것은 그러한 문제가 아니라‘중동에 구축될 새로운 질서’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템플턴재단은  중국 내에서 튀니지, 이집트와 같은 수준의 컬러혁명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현재 경제성장의 국면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성장 기조가 퇴보할 것으로도 예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동사태가 가져올 새로운 역내질서와 그로 인한 세계질서의 재편 가능성이다. 힐러리 미 국무 장관은 지난 3월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입장이 중동지역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과거와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편 중국은 이번 중동사태를 보며 아랍과 아프리카국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배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중동에 차라리 이슬람세력이 안정적인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길 원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견고해지는 중국-이슬람 커넥션 
          
중국이 아랍과 이슬람에 거는 기대는 한마디로 지대하다. 일단 지정학적으로 중국은 유럽과 러시아*인도와 같은 군사강국에 의해 둘러싸여 있으며 동쪽으로는 미-일 해양함대로부터 견제받고 있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군사외교 원리는 중국입장에서 볼 때 이들 가까운 강대국들은 언제든 자신의 적대국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 아랍과 아프리카, 남미 등과의 원교(遠交)는 생존의 논리가 된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석유를 적어도 2030년까지 필요로 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세계에너지 전망 2007>에 의하면,“2030년 중국은 국내 석유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앞으로 20여 년간 전 세계와의 에너지 합작이 중국 경제 외교의 핵심문제가 될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됐다.

 이란 하메네이드 대통령(左)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右)

이와 관련해 코트라의 2009년 한 보고서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미래 경제 패권의 관건이 자원 확보에 있음을 간파하고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전세계 에너지 시장에 매물로 나온 모든 기업 인수와 프로젝트 참여에 혈안이 되어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으로서 아랍과 아프리카에 들이는 원교(遠交)의 핵심은 바로 ‘에너지와 자원’이라는 점이다.

2009년 코트라가 EU의 통계를 인용한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석유 총수입량의 75%를 중동 및 아프리카로부터 도입하고 있으며 최근 석유 관련 투자는 160억 달러에 달한다.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10여년간 미국과 유엔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하는 사이 중국은 이란과의 교역량을 2000년 25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293억 달러로 10배 이상 늘렸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해 이란으로부터 182억 달러 어치의 석유를 수입했다.

2006년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카이로에서 열린 제1회 중-아랍교류포럼에서 “중국은 전세계적인 그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아랍과 이슬람을 지지하는 원칙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배경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에너지는 중국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중국-이슬람은 가장 위대한 인류문명”

중국이 이슬람을 지렛대로 삼고자 하는 이유는 비단 중동, 아프리카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은 2009년 카스피해 지역의 에너지에 모든 관심을 쏟아 부었다. 이 지역의 석유 매장량 30%를 보유한 산유국 카자흐스탄과 전 세계 천연가스의 1/4이 매장된 투르크멘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은 상하이에 기구를 세워 에너지 합작을 도모했다.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모두가 이슬람 세계라는 점은 중국이 이슬람과의 커넥션을 어떤 차원에서 다룰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과 이슬람간의 커넥션은 8세기, 지금의 키르기즈스탄에서 사라센제국과 당(唐)이 충돌했던 탈라스 전투로부터 시작된다. 이 전투에서 당군은 완패했고 신장지역은 이슬람의 세력권에 들어갔다. 전쟁 중에 당의 제지술이 중동을 거쳐 유럽에 전파됐고 이후 수많은 물자와 지식이 실크로드를 통해 양대 세계를 오갔다.

2004년, 후진타오 주석이 카이로에서 열린 중국-이슬람 포럼에서 “두 세계는 가장 위대한 인류문명을 대표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소위 중화문명과 이슬람 문명 간의 공조를 통해 서구적 가치를 배제하고 세계를 이끌어 나가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아랍세계의 기대는 자못 큰 것이었다.

중국은 아랍과 이슬람세계에 경제교역만이 아니라 정치에도 개입을 시작했다. 2002년, 중국은 이례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미국의 불편한 심기에도 아랑곳 없이 중동특사를 파견했다. 중국은 이후에도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 회담 등을 개최하며 개입을 본격화했다

                                 ⓒ Political Grafhity

         미국의 금수지역 (자료: 美재무국)

2006년 6월에는 이스라엘 부총리가 베이징을 찾았고 12월에는 양국 고위관리 교환 방문이 이뤄졌다.
이러한 중국의 중동정치 개입으로 아랍세계 역시 중국을 하나의 지렛대로 생각해 왔다. 2010년 5월, 중국 천진에서 열린 제4차 '중국-아랍 국가협력 포럼‘에서 아랍측은 대놓고 중국에게 ’예루살렘이 향후 창설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중국 측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아랍 측이 이 내용을 천진선언문에 넣자는 요구를 중국이 거부하자 아랍세계에 영향력을 가진 이집트 일간지 <알 악바르(Al Akbar)>는 “중국은 아랍을 항상 좋은 친구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끝내 이-팔 문제에 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이것은 충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알 악바르>는 “중국은 22개 아랍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음에도 아랍의 정치적 이슈에 관해서는 가능한 관여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국제세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끝맺었다.

국내 反美세력, 親北 넘어 親中-親이슬람 구축 나서    
 
지난해 천진대회를 계기로 아랍세계가 중국에 대한 시각 교정을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사를 위해 우정을 이용했다”는 아랍 측의 배신감은 중국의 입장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중동사태에서 중국이 아랍세계의 요구를 지지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 핵심에 미국과 이스라엘 문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이번 중동사태가 서구식 민주정권이 아니라 이슬람-사회주의 연립정권으로 결론 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이 적극적인 개입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가 아닌 이집트 사태의 향방은 중동 전체에 방향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집트는 새로운 선거와 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나 컬러혁명을 주도한 연합노조와 군부 간에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 그리고 무슬림 형제단의 의회 장악은 기정사실로 보는 것이 국제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성들이 중국과 북한이 아니라 정작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말 민주노동당의 기관지 <레디앙>은 ‘이집트에 더 큰 놈이 오고 있다’는 제하의 분석기사에서 향후 이집트에 노동당 출현을 예고했다. 아울러 최근 이슬람 채권 수쿠크를 둘러싼 정부와 개신교 간의 갈등을 계기로 반미주의자들은 이슬람의 가치를 새로운 전선의 무기로 마저 동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종북매체 <민중의 소리>는 3월 2일,“미국은 중동에서 후퇴를 받아들이고 이슬람의 집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이희수 한양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장문에 걸쳐 보도했다.

이 교수는 “중동은 이미 미국과 서구와는 다른 가치와 체제를 구축할 역량을 확보했다”며 “ 미국의 중동 개입은 이란, 시리아처럼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한때는 아랍의 한줄기 빛‘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카다피는 2003년 국내 불교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로부터 불교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진관은 ”카다피의 리비아는 미국을 몰아내고도 얼마나 잘사는 나라가 되었는가“라고 포상의 소감을 밝혔던 것으로 보도됐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empa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