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주의는 새로운 사회주의”
“환경주의는 새로운 사회주의”
  • 미래한국
  • 승인 2011.04.23 13: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보수층, 환경보호 명목의 시장주의 파괴 시도 우려

 
 지난해 美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후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美 행정부서가 있다. 바로 환경보호부(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 연방하원은 지난 2월 환경보호부의 온실효과가스 규제 권한 금지 법안을 채택했다. 미 상원 역시 지난 3월 30일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한걸음 더 나가 환경보호부가 온실가스를 오염물질로 규정하지 못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정부지출을 대폭 감축한 예산안을 소개하며 환경보호부에 대한 예산을 절반 이상 삭감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가세하고 있다. 환경보호부의 이산화탄소 방출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제조업과 석탄 채굴이 주 산업인 펜실베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미시간 등이 지역구인 민주당 의원들도 환경보호부의 규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등 미국 보수층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환경보호부를 집중 공격하는 것은 이들이 지구온난화 등 환경을 이유로 이산화탄소 방출을 규제하면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약, 경제적 피해는 물론 시장경제와 자유가 침해를 받는다는 생각에서다.

환경보호부는 온실효과가스가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한 것인지, 이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있는 것인지 알아내라는 연방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2008년 7월 564페이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2007년 기후변화에 대한 UN정부간 패널보고서에 기초,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가스는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다며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산화탄소 방출 규제 대상을 연 250톤의 이상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곳으로 정했는데 거기에는 공장, 학교, 농장, 식당, 병원, 아파트, 교회, 자동차, 잔디 깎는 기계, 제트스키 등 수백만 개가 들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 26일 이산화탄소 방출 규제를 위해 환경보호부에 자동차 배출 검사 강화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오른쪽 끝이 리사 잭슨 환경보호부 대표

보고서를 발표할 당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방출을 전 지구적으로 규제하자는 교토의정서를 거부한 부시 행정부 때라 환경보호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이슈를 중요 공약으로 내건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하면서 환경보호부는 날개를 달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온난화의 주 요인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줄이기 위해 ‘cap and trade’ 법안을 적극 추진했다. 각 경제 주체들의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정해놓고 더 필요하면 이산화탄소가 남아 있는 다른 경제 주체로부터 구매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연방하원에서 채택됐다.

당시 공화당 등 보수층은 경제활동과 직결된 이산화탄소 방출을 규제하면 경제가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했다. 미 보수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cap and trade’ 법이 채택되면 2012년까지 19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2012년부터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9조 달러 가량의 손실을 보게 되며 2035년까지 전기료가 90% 올라가고 휘발유 값은 갤런 당 5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통해 에너지의 80%를 공급하고 있어 여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면 당연히 공급이 줄면서 전기,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올라간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도 규제를 받으면 활동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기업들은 이산화탄소 방출 규제가 없는 중국이나 인도로 옮겨갈 수 있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농장, 목장 등 에너지 소모가 큰 농·축산업도 이산화탄소 방출을 규제받으면 고에너지 비용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위축될 수 있다고 헤리티지 재단은 분석했다.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규제하는 정부 활동에 대한 비용증가, 각 경제 주체들이 허가를 받느라 준비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과 서류작업, 그 가운데 발생할 불가피한 소송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다.
연방정부가 환경보호를 이유로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제한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자유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라는 비판도 크다.

 

미국 보수논객인 찰스 크래스해머는 미국 좌파가 ‘빨간색’에서 ‘녹색’으로 자신들의 색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억압’과 ‘불평등’을 문제삼았던 좌파들이 이제는 ‘지구 살리기’라는 새로운 이슈를 들고 나온 것으로 중앙집권적 권력이 최선이라는 목적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전 체코 대통령은 “환경주의자들이 급진적으로 경제 및 사회를 규제하려고 한다”며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번영의 최대 적은 이제 환경주의라는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했다.
결국 ‘cap and trade’ 법안은 연방상원에서 채택되지 못했고 지난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현재로서는 채택이 요원한 상태다.

하지만 환경보호부는 여전히 이산화탄소 방출을 규제하는 다른 규정들을 갖고 있어 공화당 등 보수층은 법안 마련과 예산 삭감 등을 통해 이를 막고 있다.
미국 보수층은 이산화탄소 방출 규제의 근본 원인인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또 전기를 얻기 위해 석탄을 태우는 등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정말 초래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2009년 말 기후변화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이 터지면서 이 의혹은 증폭됐다. 당시 영국 기후변화연구소에서 빼낸 이메일들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관측이 조작됐다는 내용을 담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 예산에 태양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54억 달러를 배정하고 원자력 재개발을 위해 360억 달러를 융자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미국 보수층은 태양력, 풍력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 54억 달러의 예산 말고도 2009년 경기부양책 가운데 272억 달러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 명목으로 지원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해 시간당 메가와트(mkw)를 생산하는 비용을 소개했는데 태양력과 풍력은 23달러, 원자력은 1.59달러, 석탄은 0.44달러, 천연가스는 0.25달러였다. 보조금 때문에 태양력과 풍력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해 높은 에너지 가격을 초래하고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경쟁 없이 안주하면서 기술적 혁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재단은 지적했다.

미 보수층이 환경문제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해결 접근 방법을 문제삼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유시장에 기초해 민간분야 주도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