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파 학생운동의 숙제
[기고] 우파 학생운동의 숙제
  • 미래한국
  • 승인 2011.05.07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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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 한국대학생포럼 이사회장


변종국/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년 한국대학생포럼 초대 회장
 
지난달 새학기 대학캠퍼스는 ‘청소·경비 노동자 문제 해결’ 이라는 구호와 함께 투쟁으로 시작됐다. 유명 연예인이 모 대학의 청소·경비 노동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 등이 공론화하기에 이르렀다. 캠퍼스 밖의 노동운동 집단과 합세,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정치 쟁점화돼 주요 대학캠퍼스로 번져 일제히 총파업 및 집단 교섭으로 나아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례적으로 총장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학교는 원리원칙을 강조하던 애초의 입장을 버리고 총파업에 두손 두발을 다 들고 새학기의 봄날엔 좌파 운동권의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파 백화점’은 어디에?

단순하게 보면 일부 집단의 처우 개선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 선동적 구호로 연결되면 감정적으로 흐른다. 노동문제가 대두될 때 대학생들은 이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병폐 및 실패로 인식하기 쉽다. 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청소·경비 노동자’ 처우 개선 투쟁에 동참 서명했다는 것은 많은 대학생들이 감정적 구호에 쉽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뜨거운 가슴’ 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복잡한 사회 제반 상황에 대한 숙고 없이 일방적 주장이 난무해 집단이기주의적 이슈로 변질되는 듯하다.

좌파운동, 좌파학생운동을 비판하곤 한다. ‘좌파는 나쁘다’는 관점에서 신랄하게 비판만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캠퍼스 내에서 좌파의 선동논리에 많은 학생들이 동조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다.

우리 대학생들은 도대체 어느 곳에서 우파적인 운동의 가치를 접해 볼 수 있을까? 누가 속 시원하게 우파적 가치 및 관점을 캠퍼스 안에서 외친 적이 있던가? 이번 ‘청소·경비 노동자’ 문제는 대학생 4만여 명의 서명을 시작으로 학내집회, 선전전, 대학생들의 강의실 발언, 좌파 언론의 적극적 보도, 지지콘서트 등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목소리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주도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캠퍼스 곳곳에 좌파의 목소리가 있고, 순백색의 대학생들은 고스란히 그들의 목소리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노동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양한 선전과 행사들 속에서 내면으로 투영되고, 그것이 투쟁이라는 행동으로 옮겨지는 일련의 과정이 애초부터 계획돼 있었으며 이번 투쟁을 시작으로 또 다른 투쟁으로 이어지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국립대 법인화 반대, 핵발전소 폐기, 등록금 투쟁, 반전 평화 시위, 신자유주의 반대 등으로 계속될 것이다. 쇼핑으로 치면 3일장, 5일장은 물론 슈퍼마켓, 대형 마트, 백화점 등 좌파적 산물을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쇼핑센터들이 즐비하다. 또한 집단교섭으로 요구안을 쟁취하자 좌파는 ‘투쟁’의 실효성을 다시금 일깨웠다.

그들은 다른 캠퍼스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일일 학습지 교사, 골프장 직원 등 다양한 종류의 노동에 모두 ‘투쟁’으로 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대학생들은 그들의 투쟁에 동조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철저한 과정으로 물건을 팔고 있는 좌파와는 반대로 우파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파적 물건을 제공하는 백화점은 커녕 우파적 물건이 마련돼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우파 백화점이 캠퍼스에 즐비해야 대학생들이 좌·우가 균형 잡힌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파는 대학생들의 좌경화만 걱정하며 산발적인 일회성 행사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우파적 가치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심한 말인지 모르지만 우파운동은 만들어진 인재에만 관심이 있을 뿐, 만들어가는 인재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다고 본다. 그러니 대학캠퍼스 안에서 우파학생운동이 발을 디디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인재인 사람은 없지 않은가? 우파적 가치에 대한 커리큘럼조차 부족하고, 그저 일시적 행사만 가득하다 보니 우리가 전하려는 깊이 있는 가치를 결코 알지 못하는 것이다.

대학 1학년 때 좌파학생운동에 발을 들여놓으면 4년 후 졸업할 때까지 그들은 무섭게 ‘인재’로 만들어진다. 사상은 물론이거니와 대중 연설, 선전 활동, 조직 강화 등 모든 역량이  키워진다. 좌파학생운동이 내놓는 커리큘럼만 보아도 철저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과정이 없는 우파 운동

최근 ‘보수’ 및 ‘우파’ 라는 이름 아래 많은 대학생 단체가 생겨나고 또 많은 운동이 시작되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학내에 퍼지고 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우파 사회는 단결해 우파적 가치, 보수적 가치에 대한 면밀한 자기 분석과 반성을 통해 대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우리만의 대중적 활동’을 만들어 내야 한다. 성과를 단기간에 내지 못할 것이라면, 좀 더 철저한 ‘과정으로서의 운동’이 필요하며, 젊은 인재를 끊임없이 키워 내는 범우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서야 우파 학생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열정에 불타 오르던 우파 학생들은 많았다. 아쉽게도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말았을 뿐이다.

좌파학생운동의 경쟁력의 또 한 가지는 대단한 사명감이다. ‘과정의 정치 운동’ 에 능숙하며 과거를 거울 삼아 전진하는 순차적 과정에 매우 익숙하다. 그들은 그들의 중심 원리와 원칙을 저버리지 않는다. 위장을 하고, 선동을 할지언정 결코 사명감을 버리지 않는다. 현 정권에서 보여주고 있는 중도 실용, 원칙 없는 정책들은 결국 원칙에 대한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바, 우파학생활동 역시 원칙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없다면 결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본다.

우파학생운동을 하는 도중 나를 ‘친일파, 수구 꼴통’으로 비난하는 대자보가 교내에 많이 붙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고 청춘을 바치고 있는 가치와 열정을 저렇게 밖에 비꼬지 못하나 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냉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우리의 주장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무장한다면 물러설 이유가 없다. 대학생들의 내면을 잘 살펴보면 우파적 가치를 훨씬 더 많이 품고 성장해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우파적 가치의 발현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더욱 아니다. 개인 행복의 추구가 부끄럽고 잘못된 것인가? 정의는 이럴 때 발휘돼야 한다.

세상에는 젊은 우파를 이용하지 말고, 키워 달라는 부탁하고 싶다. 우파적 가치를 품고 사는 우리 청년에게는 솔직하고 당당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좀 더 단단하게 정진하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우파학생들의 단결 움직임이 한 순간 불어 온 바람이 아니라,  ‘꾸준한 바람’ 이 되기를 기대한다.

순간적인 강한 바람보다는, 은은하게 얼굴에 스며드는 봄바람이 더욱 가슴을 애태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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