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박근혜 대세론’의 사각지대는 2012년 총선
분석/ ‘박근혜 대세론’의 사각지대는 2012년 총선
  • 미래한국
  • 승인 2011.07.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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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없는 공천으로 총선 승리가 관건

 

4·27 재보선 참패 직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불리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등록금 촛불집회, 공공요금 인상,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등 각종 악재가 연일 이어지고 있고, 정당지지도에서도 민주당과의 차이가 사실상 없어진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은 32.5%를 기록해 민주당(31.8%)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그나마 한나라당과 우파진영에 위안이 되는 사실은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6월 25일 19세 이상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3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손한규 민주당 대표는 11.2%로 2위였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6.2%)와 김문수 경기지사(5.4%), 오세훈 서울시장(5.1%)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좌파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3.8%의 지지를 얻었다.

박근혜 대세론의 실제

박근혜-손학규 가상 대결에서는 박 전 대표가 59.4%로 손 대표(33.9%)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박근혜-유시민, 박근혜-문재인 등의 가상 대결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박근혜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또 한 가지 변수는 박 전 대표가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당선을 ‘정권 교체’라고 여기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월 8일과 9일 양일간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만약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명박 정권이 재창출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1%가 ‘정권 교체’라고 답했다. ‘정권 재창출’이라고 답한 사람은 34.6% 였고, ‘모름·무응답’은 15.3%였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7%p)

이 같은 ‘박근혜 대세론’이 계속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도 만만치 않다. 가장 보편적으로 제기되는 분석은 ‘야권후보들이 단일화를 해서 1:1 구도가 되면 판세는 혼미해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실증적-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야권 후보들의 지지도를 모두 합산하면 그 자체로 박근혜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야 하고,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를 할 경우 1+1이 2 또는 그 이상이 되는 상승효과가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 선거에서의 후보 단일화 사례를 보면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해도 지지층이 고스란히 옮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리한 2002년 대선 당시, 1+1은 2에 미치지 못했다. 2002년 11월 28일 단일화 직전에 문화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세 후보가 모두 출마했을 때 지지도는 이회창 30.4%, 노무현 24.8%, 정몽준 23.8%인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지지도가 단일화를 통해 모두 합산됐다면, 노무현 단일후보는 단일화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및 실제 투표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15%p 이상 앞섰어야 한다.
그러나 11월 28일 이후 실시된 노무현-이회창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는 이 후보에 7~10%p 가량 앞서는 데 그쳤다. 2002년 12월 19일 개표 결과에서도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 2.3%p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을 뿐이다. 이 역시 정몽준 지지층 중 일부가 노무현으로 후보 단일화가 된 이후 이회창을 지지했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야권 후보 단일화, 큰 변수되기 힘들어

또한 현재 야당 후보들의 지지도를 다 합치고 박근혜+오세훈+김문수+정몽준+이회창 등 우파진영 후보들의 지지도를 모두 합치면 여전히 우파 단일후보의 지지도가 10-20% 이상 높게 나타난다. 현재까지는 좌파진영의 후보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담보한다는 어떤 논리적-통계적 근거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변수는 내년 대선을 하기 8개월 전에 총선이 실시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4·27 재보선 이후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도는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의 승리에 힘입어 급상승했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 격차도 좁혀졌다. 이는 중요한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과 후보의 지지도가 상승하는 ‘꽃가루 효과’가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소규모 재보선에서의 승리도 이 정도의 효과를 냈는데, 전국 규모로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경우 꽃가루 효과의 차원을 넘어 ‘밴드 왜건 효과’까지 대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좌파 대세론’, ‘정권교체 대세론’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총선에 패배하면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견제 여론이 조성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유리하리라고 보지만, 이 또한 안일하고 근거 없는 분석이다. 역대 어떤 대선 정국에서도 중간선거를 이긴 정치세력이 승기를 잡은 게 일반적이었다. 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은 그해 4월 민주자유당의 총선 승리의 연장선이었다.

97년, 2002년 대선 패배, 우파 분열이 원인

97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1%p 차이로 당선된 건 이인제 후보의 탈당으로 우파진영 표심이 양분돼서였지, 96년 4월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이기면서 여당에 대한 견제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이인제 후보의 탈당 전까지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격차로 밀렸다.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영남+보수성향 지지표를 합칠 경우 김대중 후보를 여유 있게 누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 또한 그해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이는 순전히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때문이었다.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해주기 전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3위에 고정돼 있었고, 일부 조사에서는 20% 미만의 지지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이회창 대세론’의 영향이었다. 그랬던 노 전 대통령이 자신과 이념이 180도 다른 중도우파 성향의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역전에 성공했고, 2.7%p 차이로 힘겨운 승리를 거둔 것이다.
결국 92년, 97년, 2002년 대선 정국에서의 공통점은 대선 직전의 중간선거 성격의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서 일찌감치 ‘우파 대세론’이 조성됐다는 사실이다. 그 대세론이 무너진 건 견제심리 때문이 아니라, 이인제와 정몽준이라는 우파성향 후보들이 독자 출마를 하면서 우파의 지지기반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에는 중도우파 성향인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서 이회창 후보에게로 가야 할 중도보수표의 상당수가 노무현 후보에게로 건너갔다.
즉 선거 구도의 변화로 인한 역전이었지, 중간선거를 이긴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에 좌파가 승리한 게 아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직전까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여유 있게 1위를 달리고 있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지는 정당은 대선을 앞두고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유추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총선을 진두지휘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권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한나라당 정권의 ‘대안세력’으로 일거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유세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태다. 박 전 대표가 진두지휘해 치른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은 2006년 중반까지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다가 ‘정권교체 대세론’에 밀려 추락한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권 하에서 국민들로부터 ‘대안세력’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 계기는 2006년 5월 지방선거였다.

 

총선 이후 ‘좌파 대세론’이 조성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치러진 이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호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했다. 특히 최대 관심처인 서울시장-경기도지사-인천시장 선거에서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들에 20% 이상의 득표 격차를 보이며 압승했다.

지방선거 압승에 힘입어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도는 50%까지 솟구쳤다. 선거를 승리로 이끈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또한 청계천 복원과 서울시 교통체제 정비 등의 업적을 남기며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입은 사람은 고건 전 총리였다. 2006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범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며 대선후보 지지도 1~2위를 넘나들던 고 전 총리는 범여권 대선주자이면서도 노무현 정권과 차별화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 이후, 국민들이 느끼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대안’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대선후보들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2006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고건 전 총리의 대선후보 지지도는 3위로 굳어졌고, 그해 연말에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10%대 초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2007년 1월 결국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마찬가지로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며 의회 권력을 차지할 경우, 이명박 정부 하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차지하고 있던 ‘대안세력’의 입지를 총선에서 승리한 손학규-유시민 등 좌파진영 주자들이 접수해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년 하반기에 있을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보다는, 본선 경쟁력에 주안점을 둔 잡음 없는 총선 공천으로 일단 총선에서 승리하는 게 관건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원내 1당 자리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어렵게 출범시킨 우파정권은 5년으로 단명할지도 모른다.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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