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선거의 꽃’ 여론조사에 관한 진실과 오해
[분석]'선거의 꽃’ 여론조사에 관한 진실과 오해
  • 미래한국
  • 승인 2011.10.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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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선, 내년 총선 대선… 바야흐로 ‘여론조사의 계절’이 왔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두 달만에 다시 치러지는 큰 선거인데다가, 불과 6개월 후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린다는 점 또한 ‘여론조사의 계절’이 왔다는 사실에 힘을 실어준다.

최초의 공식 여론조사 1824년 美 대선

여론조사는 국민들의 생각이 국가 통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민주주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세계 최초의 여론조사는 18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였다. 당시 4명의 대선후보가 출마했고 ‘해리스버그 펜실베니언’이라는 신문이 기자들을 현장에 내보내 여론을 청취해 여론조사의 결과를 신문지상에 처음으로 발표했다. 기자들이 몇몇 사람에게 물어 조사한 결과는 잭슨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알았는데 실제로는 다수표를 아무도 얻지 못해 의회에서 결선투표가 이뤄졌고 대통령에는 아담스가 당선됐다. 이후 통계학이 발달하면서 여론조사는 공정한 표본 추출을 해야 실제 선거 결과에 근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정치에서 여론조사가 본격적으로 선거에 활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2년 제14대 대선이었다. 그 이전에는 여론조사 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거리 유세 현장에 어떤 후보가 더 많은 군중들을 이끌어 내는지를 보며 판세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뿐이었다. 1992년 대선에서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들이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의 당선을 적중시키면서 여론조사는 선거에서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현재 진행 중인 10·26 보궐선거에서도 야권은 후보단일화 과정에 여론조사의 비중을 30%나 포함시켰고, 내년 총선에도 당내 공천 및 후보단일화는 여론조사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서 깊은 여론조사기관들로는 한국갤럽, 리서치앤리서치, TNS코리아, 미디어리서치 등이 있다. 최근에는 리얼미터, 리서치뷰, 모노리서치 등의 여론조사기관들이 정기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ARS, 전화면접, FGI 등 조사종류 다양

여론조사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ARS(자동응답) 조사가 있는데 이것은 유권자가 자동응답 전화를 받으면 합성 음성에 의한 자동응답방식 또는 축적 음성을 통해 유권자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소규모 기관일 경우 직원 한 사람의 연봉 정도로 ARS 기기를 설치할 수 있기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동응답 시스템이기에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고, 불성실한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전화면접 여론조사는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라는 점에서는 ARS 방식과 동일하지만, 기계적인 합성 음성을 이용하지 않고 실제 전화면접원(주로 여성)이 유권자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람 대 사람의 대화로 조사가 진행되므로 ARS에 비해 응답률은 높지만, 면접원들을 채용해야 하므로 비용이 ARS에 비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좀 더 심층적인 여론조사 방식으로는 FGI(focus group interview)가 있다. 초점집단면접법이라고 하는데, 표적시장으로 예상되는 조사대상자를 일정한 자격기준에 따라 6~12명 정도 선발해 한 장소에 모이게 한 후 면접자의 진행 아래 조사 목적과 관련된 토론을 함으로써 자료를 수집하는 조사 기법이다.

수치화된 자료를 수집하는 정량적(quantitative) 조사방법과는 달리 토론을 통해 유권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정성적(qualitative) 조사방법이며, 정량적 조사에 앞서 탐색조사로 이용된다. 이 조사를 하면 단순한 정당지지도 및 후보지지도보다도 해당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 및 후보를 지지하는 ‘강도’가 얼마나 센지를 측정할 수 있다. 다만 ARS나 전화면접에 비해 조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는 500명에서 1,000명 가량의 유권자들을 표본으로 추출한 뒤,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통계학적인 표본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표본을 추출하는 ‘모집단’(population)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수십만 명의 모집단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표본 추출의 출처가 되는 ‘모집단’을 어떤 경로로 구축했느냐다.

모집단 추출이 정확도의 최대 관건

여론조사가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는 바로 이 모집단 추출의 ‘출처’가 정확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들 중에서 모집단과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보다 RDD(Random Digit Dialing. 임의전화걸기) 방식을 통해 전화번호부에 등재하지 않은 가구들에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RDD는 전화번호에 등재된 가구뿐만 아니라 등재되지 않은 가구까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나온 여론조사 기법으로, 전화번호부에 의존하지 않고, 전화번호의 지역번호와 국번 이외의 마지막 4자리를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생성해 전화를 걸어가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전화조사에서 표본의 대표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화번호부 비등재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과 한나라당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야당 성향이 강한 저연령층일수록 집 전화를 전화번호부에 등록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휴대폰 여론조사가 불법인 이유

최근에는 일반전화를 통한 여론조사 방식에 의구심을 가진 일부 유권자들과 언론의 영향으로 인해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기관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여론조사는 원천적으로 합법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체 유권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해서 여론조사 대상자를 추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 따르면 휴대전화 조사의 경우에는 정확한 표본 추출이 불가능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휴대전화번호를 ‘개인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여론조사기관이 이 리스트 전체를 모집단으로 보유한다면 법률 위반이다.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전원에게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이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집단’으로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휴대전화 조사를 종종 실시하는 일부 여론조사기관들은 ‘휴대전화 패널로서 가입을 동의한 일부 유권자들을 모집단으로 두고, 그들 중에서 무작위 추출을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집단의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3항은 ‘누구든지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피조사자에게 여론조사기관, 단체의 명칭, 주소 또는 전화번호와 조사자의 신분을 밝혀야 하고, 당해 조사 대상의 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들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모집단 패널로 가입하는 유권자들이라면, 일반 유권자들에 비해 정치 성향이 뚜렷하거나, 정치에 관심이 대단히 높은 ‘정치매니아’ 층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모집단 자체가 일반 유권자들과 괴리된 표심을 가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무더기로 패널 가입을 자원할 경우, 역시 모집단이 한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회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정상적으로 휴대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월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오해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앞서는 정치세력 및 그 지지자들은 기뻐하고 뒤지는 쪽은 언짢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온 진영에서 여론조사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며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와 관련된 몇 가지 오해들이 시중에 확산돼 있는데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확인되자, 당시 여당 소속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는 “할머니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걸 가지고 일등이라고 주로 발표하고 있다”며 “이런 가짜 여론조사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는 여론조사의 진행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여론조사에는 연령별-성별 비율이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들은 노인 및 주부를 상대로 낮시간대에 이미 할당량을 채우고, 밤시간대에는 표본을 못 채운 젊은층이나 남성의 의견을 묻기 위해 조사를 실시한다. 만약 정해진 시간 동안 젊은층의 비율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에는 추후 보정(calibration) 작업을 통해 젊은층의 표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조치하는 게 보통이다.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정치권과 일부 네티즌들이 가장 활발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마저도 “1,000명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응답률이 20%였으면 200명만 여론조사에 응한 것이기에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서슴없이 한다.

그러나 이는 여론조사의 기본조차 숙지하지 못한 주장이다. ‘1,000명의 표본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고, 응답률이 20%였다’는 여론조사기관의 발표는 1,000명 중 200명만이 응답했다는 뜻이 아니다. 1,000명이라는 표본수를 채우기 위해 총 5,000명의 유권자들에게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했다는 뜻이다. 결국 1,000명이라는 목표 표본수가 충족된 이상, 응답률이 1%인지 10%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실제 선거와 달리 여론조사는 일반적으로 1,000여 명 내외의 표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조사 방법 및 시점과 질문 형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수백만, 수천만 명의 유권자들이 가진 표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으로서는 여론조사가 가장 정확하며 과학적이라는 사실이다.

민심을 파악하는 더 정교하고 합리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여론조사기관들은 당분간 선거 때마다 ‘귀하신 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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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2011-10-15 14:47:49
선진국에서는 응답률 30% 미만의 전화여론조사 결과는 그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바이어스>가 결과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응답자가 1000명이라도, 1만명에게 전화하여 얻은 응답자 1천명과 3천명에게 전화하여 얻은 응답자 1천명은 그 통계적 질이 전혀 다릅니다. 응답률이 낮으면,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바이어스가 지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응답률 30% 미만은 쓰레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