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좋던 박원순, 연일 터지는 악재로 주춤
기세 좋던 박원순, 연일 터지는 악재로 주춤
  • 미래한국
  • 승인 2011.10.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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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문제에 더해 병역-학력-불법모금 논란 등 속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가운데, 줄곧 우위를 달리던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연일 터져나오는 각종 악재로 인해 예기가 꺾였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서울신문이 지난 10~11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3.1%포인트)에서 나경원 후보가 47.6%로 박원순 후보(44.5%)를 근소하게 앞섰다. 나 후보가 박 후보에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1일 실시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나 후보가 박 후보에 1.5% 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적극투표층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후보는 지난 9월 중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자신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후보에 10~20%p 가량 앞선 바 있다. 이후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의 좌파진영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며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10%p대의 격차를 유지하나 했으나, 결국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우파진영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박원순 후보와 관련된 각종 악재가 속출하면서 판세가 급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낙선 운동’의 선구자의 이어지는 낙선거리들  

최근 박원순 후보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악재는 병역문제다. 박 후보가 과거 행방불명된 작은할아버지에게 입양되면서 박 후보와 그의 형이 모두 독자(獨子)가 돼 병역단축 혜택을 받았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이두아 의원은 지난 10일 “의혹의 핵심은 박 후보 형제의 ‘기획 입양’과 ‘호적 쪼개기’를 통한 일석이조의 병역 단축”이라고 주장했다. 병역법 개정 2년 후인 1969년 박 후보가 작은할아버지에게 입양될 당시 박 후보는 13세, 박 후보의 형은 17세로, 병역법상 18세 이전에 독자가 돼야 병역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양손 입양은 당시 관행이었으며 박 후보의 할아버지가 작은할아버지의 대리인으로 입양에 동의했다”고 해명했으나 한나라당은 “법적으로 작은할아버지의 실종이 2000년에야 선고돼 그때까지 법적으로 생존해 있던 작은할아버지를 누가 대리하느냐”고 반문하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원순 후보의 학력과 관련된 논란 또한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 후보는 서울대 1학년을 마치고 제적된 뒤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문제는 그의 일부 저서에서 ‘서울대 법학과’라고 학력을 기재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선대위는 11일 오후 “ 박원순 후보의 학력 위조 사실이 계속 늘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 법대 위조에서 더 나아가 단국대 사학과 입학과 졸업도 불투명해 그의 학력은 총체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원순 후보는 서울대에서 제적당한 이듬해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 졸업했다는데 재학년도가 군 복무와 강원도 정선 등기소장, 사법연수원 및 대구지검 검사 시절과 대부분 겹쳐 학업을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악법은 법이 아니다'(2000년),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2003년), '야만시대의 기록'(2006년), '마을에서 희망을 만나다'(2009년), '마을이 학교다'(2010년), '마을 생태가 답이다'(2011년), '마을 회사'(2011년) 등 박 후보의 저서들에는 모두 서울대 법대라는 학력기록이 적혀 있는데,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지적이다.

박 후보는 지난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다가 1학년 때 학생시위에 가담해 제적당했다. 당시 서울대 사회계열은 지금의 학부제와 유사해 1학년 재학 중에 제적됐다면 ‘법학과’를 선택할 2학년이 되기도 전에 학교를 떠나게 됐다는 의미다.

이에 박 후보 측은 ‘출판사가 알아서 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통상적으로 저서를 출판할 때는 저자 본인이 최종 감수를 하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저자의 프로필과 학력, 경력 등은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부분 중 하나다. 따라서 박원순 후보가 대한민국 최고 학벌의 상징인 ‘서울대 법학과’라는 타이틀에 편승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하나의 치명적인 의혹은 박원순 후보의 ‘불법 모금’ 논란이다. 박 후보가 지난 2002년부터 2011년 9월까지 상임이사 및 총괄상임이사로 재직해 온 ‘아름다운재단’이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단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928억300만원을 모집 사용하면서 행정안전부나 광역시도 자치단체에 기부금품 모집등록 기피는 물론 사용내역감사 보고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자 행정안전부 지방행정국 홈페이지에 게시된 모집 및 사용계획서 제출단체는 2011년 5월 12일 현재 대한적십자사, 굿네이버,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 13개 단체와 이들 중 2개 단체가 모집금액을 변경 신청한 것을 포함해 총 15개로서 아름다운재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도 2010년 기부금품 모집 및 등록 현황에 양천사랑복지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회, 세계재난구조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24개 단체가 게시돼 있으며, 2009년 15개 단체, 2006년 33개 단체가 게시돼 있으나 아름다운재단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참고로 기부금품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하면, 1000만 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매년 연간 단위로 <기부금품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 10억 미만은 광역시도 자치단체에, 10억 이상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모집등록신고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할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게 법 조항이다. 박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검찰에 의해 기소된 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당선무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북성 논란, 강남표 이탈의 결정적 요인 될 가능성

박원순 후보의 이념과 관련한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SBS 토론회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북한 소행은 맞지만, 북한을 자극한 우리 정부 탓’이라는 발언을 했다. 북한의 호전성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무력 도발을 했다는 충격적인 논리다.

이에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에는 살갑고 따뜻하게 북한을 잘 도와줬는데도 불구, (북한은) 연평도 사건뿐만 아니라 핵실험.미사일실험을 실시했다”며 “이를 두둔하는 박 후보는 평양시장도 아니고, 대한민국 수도의 서울시장이 된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자유주의진보연합’도 “북한은 우리가 대북 유화책을 쓰든지,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쓰든지 간에 가리지 않고 군사적 도발과 대남공작을 감행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을 우리 정부의 탓으로 덮어씌우는 박원순 후보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라고 박 후보를 비난했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박원순 후보의 논리를 빌리자면,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면 가해자가 아닌 여자 본인의 잘못이라는 얘기와 뭐가 다르냐”며 박 후보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급증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의 종북적 이념성향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0년대 후반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 유명했던 박 후보는 자신의 저서 ‘국가보안법 3’에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이념을 받아들이고 보장해야 민주주의”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그는 2004년 9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의 자유를 포기하고, 이를 억압하겠다는 뜻”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6.25 남침 전범인 김일성에 대한 찬양행위조차 ‘표현의 자유’라고 인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헌법의 영토조항과 국가보안법이 존속하는 한 북한과의 협상은 '반국가단체 수괴와의 협상'이다. 이런 모순과 혼란으로는 결코 통일을 이룰 수 없다. 대북방송 재개와 조문탄압에 대한 북한 측의 항의는 당연한 귀결로, 김일성 조문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며 김일성에 대한 조문을 두둔한 바 있다.
 
이념문제는 강남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후보는 ‘무소속’ 후보라는 사실로 인해 한나라당의 아성인 강남권에서도 40% 이상의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강남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30%대)에 비해 높은 것이다. 강남권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강하기에,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박 후보에게는 상대적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의 이념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됨으로써 보수우파 성향이 강한 강남지역 유권자들이 박 후보를 ‘종북주의자’라고 인식할 경우, 강남에서 박 후보가 얻고 있는 지지세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박원순 후보의 각종 의혹과 이념문제로 인해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중간 판세는 혼전으로 접어들었다. 한나라당과 우파진영이 박 후보에 대한 추가 정밀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후보 지지자들에겐 투표 당일까지 남은 13일이 더욱 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김주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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