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대상은 월가가 아니라 워싱턴 정부
분노의 대상은 월가가 아니라 워싱턴 정부
  • 미래한국
  • 승인 2011.10.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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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하튼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를 바라보며 현재의 경제 침체를 초래한 주된 책임은 금융기업들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펼쳐온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월가 시위대들의 구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 사설에서 시위대 대다수가 청년들이라며 미국 북부 지역에서 청년 실업률이 18%에 이르는 것을 볼 때 이들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지만 분노의 대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시위대는 지난 12일 금융기업인 JP 모건 체이스 본부를 향해 행진했고 전날에는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회장 집 밖에서 시위를 했다. 저널은 JP 모건은 미국 금융위기의 주원인이었던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이자로 주택융자를 주는 서브프라임(subprime)을 하지 않았고 정부가 나중에 금융기관들을 살리기 위해 긴급히 조달해준 구제금융(TARP)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위자들은 헤지펀드의 귀재인 존 폴슨 집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는데 그는 오히려 주택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며 자신의 돈을 쓴 사람이라고 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월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있다며 이들 역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뉴욕주 토마스 마니폴리 조정관은 지난 11일 월가에서 내년 말까지 1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지난 4월 이후 4,100명, 2008년 이후 총 2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들은 미국 납세자들의 수조 달러 구제금융으로 살아난 은행과 투자회사들이 고액의 보너스를 간부들에게 지급하며 자신들의 배만 두드리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들 때문에 금융위기가 초래됐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야기된 금융위기는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피터 왈리슨 미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주택시장 거품을 가져온 배경을 상세히 소개하며 그 근거를 밝혔다. 미 정부는 1992년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이라는 융자회사들에게 저소득층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고이자율로 주택융자를 주는 서브프라임 융자를 지시했다.

정부는 이 두 기업을 후원했고 처음에는 전체 융자의 30%만 서브프라임 융자를 하도록 허용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를 늘려 2000년에는 50%, 2007년에는 55%까지 확대했다.

연방주택행정부(FHA)가 가담하면서 3개 회사들 간에 서브프라임 융자 경쟁이 붙어 이들은 능력도 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 기준을 계속 완화하며 서브프라임 융자를 해줬다. 2008년 당시 미국 융자의 절반이 서브프라임 융자였고 그 결과 미국인들의 집보유율은 65%에서 69%로 증가했다.

집 구매가 늘어나면서 집가격이 올라갔고 주택시장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7년 말 이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융자들이 공중 분해되면서 집값은 하락했고 정부의 지시대로 했던 페니 매와 프레디 맥은 파산했다.

정부는 2008년 3월 투자회사인 베어스턴에 긴급구제를 해줬지만 이는 정부가 다른 금융기관들을 구제할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만 가져왔다. 그와 달리 또 다른 투자회사인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하도록 정부가 방치하자 투자가들은 공포상태가 됐고 은행과 투자회사 등에서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돈이 부족해진 은행과 투자회사들은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서 지금의 금융위기가 터졌다.

美 행정부의 경제 실책들

왈리슨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잘못된 정책을 펼친 정부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사기업들의 탐욕과 무모한 위험 감수 때문에 금융위기가 왔다는 시위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정부와 의회의 잘못된 결정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계속 줄이고 있다며 몇 가지 예를 들며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3년 간 추진해온 캐나다 동부에서 미국 일리노이, 오하이오 더 나아가 걸프만까지 연결하는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은 1만3,000개의 일자리가 직접 생겨나고 부수적으로 11만8,000개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 파이프라인이 환경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환경주의자들의 반발로 현재 이 건설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전기파워 회사는 5개의 석탄발전소의 문을 닫았다. 새로운 환경 규제 때문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의 전국민의료보험,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강화 법안, 내년에 중단될 예정인 부시 대통령 당시의 감세정책 등으로 기업들은 추가 고용을 꺼리고 있다.

신문은 뉴욕 월가를 점령한 이들에게 이렇게 설명해봐야 쇠귀에 경 읽기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들은 금융위기와 경제침체의 원인이 월가에서 200마일 떨어진 곳(워싱턴 DC)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 월가를 점령한 이들 시위대를 풀뿌리 보수운동인 ‘티파티(Tea Party)’운동과 유사하게 보는 것을 두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치수석고문이었던 칼 로브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티파티는 제한된 정부, 지출감소, 빚감소, 감세, 오바마 케어 철폐를 주장한 중산층 운동이지만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는 무정부주의자, 반유대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은행, 투자가, 부자, 부루주아적 가치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뉴욕도시 공원을 장악하고 브루클린 다리의 통행을 막아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티파티는 사전에 허가증을 받고 집회를 했으며 집회 후에는 쓰레기를 치웠다. 반면,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는 경찰차에 오물을 던지고 공개적으로 마약 판매를 했다.  

티파티는 공화당 후보 공천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미국의 양당 정치인들에게 이슈를 가르치며 활동해왔다. 하지만 월가를 점령한 시위자들은 미국 정치시스템과 무관하고 구체적인 의제도 없으며 정치기관이 되려는 계획도 없다고 그는 밝혔다. (미래한국)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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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만 2011-12-10 07:57:49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제목: "Occupy!-새 시대의 아이콘"
일독 바랍니다-장동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