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월가 점령 시위의 전말
[진단] 월가 점령 시위의 전말
  • 미래한국
  • 승인 2011.10.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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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시민회의 세미나 발표 /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뉴욕 월가를 넘어 상위 1%의 주거지역인 어퍼 이스트 사이드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월가 점령 시위는 뉴욕 59번 스트리트와 5번가 교차점에서 시작됐는데 이곳엔 뉴욕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시위대는 최근 ‘5적’의 명단을 발표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억만장자인 코흐인더스트리의 데이비드 코흐, 헤지펀드계의 큰 손 존 폴슨 회장, 부동산 재벌 하워드 밀스테인,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이다. 시위대는 이들에 대해 “99%의 희생으로 부를 축적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의 ‘분노한 사람들’ 시위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5월부터 이미 스페인에서 ‘분노한 사람들’ 시위를 벌였던 청년 수백 명은 10월 9일부터 벨기에 브뤼셀 쾰켄베르크 엘리자베스 공원에 모여 유럽연합(EU) 내 긴축정책에 반대하고 경제적 불평등과 무능·부패한 정치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분노한 사람들’은 지난 5월 15일부터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푸에르타델 솔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며 스페인 정부의 긴축정책과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있는 청년 시위자들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말 출간된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인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 라는 저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기존 권력을 거부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자발적 비폭력 시위를 원칙으로 한다. 지난 6월 19일에는 스페인 전역에서 10만여 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는데 스페인은 지난 8월 실업률이 21.2%로 유로존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실업난을 겪고 있으며 특히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40%가 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월가 점령 시위에는 요란한 정치구호가 없고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여러 형태로 표시할 뿐 요구사항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월가 시위가 퍼포먼스나 공개적 포럼 같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면에 흐르는 공통적인 정서는 월가에 문제가 많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아마추어리즘이 호소력을 갖는다고도 한다. 예를 들어 공화당이 공개적으로 이 운동을 비난하지만 ‘공화당을 응징하자’라는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

시위는 리더를 인정하지 않는데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업무를 나눠 맡고 일정을 관리하며 결정은 모두가 모인 총회에서 이루어진다. 시위대의 언론인 ‘점령된 WSJ’ 1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총회는 수평적이며 만장일치에 바탕을 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뿌리는 무정부주의에 있다”고 소개했는데 이러한 모습이 민초들의 행진이라는 명분을 키워주는 요소일 수 있다.

비폭력에 충실한 점도 특징인데 가두시위가 격화돼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다수가 체포되는 상황도 있었지만 경찰의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는 편이며 많은 사람이 노숙을 같이하고 있지만 질서는 그런대로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무리더, 무정치성, 비폭력성이 사회적 동조감을 키워준다는 평가도 있다. 목표를 가지고 정치세력화까지 겨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렇게 되는 순간 월가 점령 시위가 빛을 잃을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 시위가 단순한 좌파운동으로 규정되기에는 주장의 다양성의 폭이 너무 넓다고 할 수 있다. 아니러니 한 것은 월스트리트가 내는 세금이 지난해 뉴욕 세수의 7%를 차지하고 있고 뉴욕시 일자리 7개 중 1개, 뉴욕주 일자리 13개 중 1개가 월가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부실기관 구제금융제도(TARP)의 지원을 받은 주요 8개 기관의 CEO 보수의 평균치는 2007년의 경우 2740만 달러(약 330억원)였고 2009년에는 2070만 달러(약 250억원) 정도였다.

인센티브를 통해 고액의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 CEO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통해 높은 위험의 투자를 실행할 유인이 크므로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금융위기 이후 지적됐다. 1990년에는 미국 CEO의 연봉이 일반직원 연봉의 107배 수준이었으나 2007년에는 344배로 대폭 확대됐다. 50위권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매니저의 평균 연봉(2007년 기준)은 5억8800만 달러로서  일반 직원 급여의 1만9,000배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의 경우 급여가 5억원대(42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KB 지주 급여가 성과급까지 감안하는 경우 국내은행 최고 수준임을 고려하면 총 보상액이 160만 달러로서 시티은행 CEO 급여의 4% 수준이다. 미국의 1인당 소득이 미국의 우리나라의 2.5배 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문제를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인다.

최근 위기의 와중에서 우리가 비록 힘들어지기는 했지만 2009년 0.2%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OECD 3위를 기록했고 2010년 6.2%의 성장률로 OECD 2위를 기록했다. 대규모 공적자금투입, 부실대출비율 10%, 대량예금인출사태 등이 위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바 공적자금투입은 없었고 부실대출비율은 1% 후반 정도였으며 대량예금인출사태는 저축은행에만 일부 존재한다. 90여개 저축은행 전체 자산이 85조 정도로서 국민은행 자산의 3분이 1이 안 되는 수준이므로 국가경제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저축은행 사태에 있어서 저축은행 대주주 경영자와 감독당국이 보여준 행태는 분노를 자아낼 만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를 감지하지 못한데다가 전직 직원이 감사로 취임해 친정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점에서 감독당국도 비판을 받아야 하며 저축은행에 대해 은행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정책당국도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감독 당국 문제는 시간을 가지고 열심히 해결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극화 문제, 금융문제, 경기둔화, 청년실업 등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상당 부분 선방을 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지나친 금융회사 때리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상당 부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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