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삼키는 야권연대, 누가, 어떻게?
민주당 삼키는 야권연대, 누가, 어떻게?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1.11.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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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새로운 정계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를 놓고 親李계와 親朴계간에 날선 공방을 주고 받는 가운데‘친박계 신당론’마저 회자됐다. 현재의 한나라당 이름으로는‘백약이 무효’라는 인식이 그만큼 팽배하기 때문. 한편 민주당 역시 박원순, 안철수로 대표되는 제3세력 앞에서 친노계, 민노계, 정통계 등으로 원심분리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 원심분리력의 엔진은 민주노동당이다. 그리고 그 리트머스가 한미 FTA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노당이 견인하는‘야권연대’가 이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리고 민주당은 여기에 맥없이 끌려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왜 87석을 가진 민주당이 6석의 소수인 민주노동당과 의석조차 없는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일까. 이 배경을 이해하려면 지난해 소위‘7.28광주대첩’이라던, 민주당과 민노당간에 치열했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건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민노당의 지방선거 약진에 민주당 무릎 꿇어

2010년 7월 28일. 전남 광주 남구에서는 민주당 장병완 후보와 비민주 단일후보였던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맞붙었다. 광주는 진보진영의 정치적 메카였고 민주당의 심장이었다.‘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고 여겼던 이 호남에서 민주당은 의외로 고전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가 터진 것은 선거 이틀 전이었다.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과 시의원들이 민노당을‘대안 없는 반미 정당’‘한나라당 2중대’라고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것. 난데없는 성명에 정작 놀란 것은 민노당이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였다.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은 6월 지방선거부터 재보선에 이르기까지 야권연대의 원칙에 합의하고 있었고 광주를 제외한 서울 은평을에서는 민노당이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장병완 민주당 후보가 득표율 55.91%로 당선됐다. 하지만 정작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는 민노당 오병윤 후보였다. 그는 민주당의 아성 광주에서 44.08%를 얻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민주당은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뿐 아니라 당 지도부까지 총출동해 장 후보에 대해 화력을 지원했다. 더구나 장병완 후보는 전직 장관 출신이라는 프리미엄도 있었다. 그래서 장 후보의 '백중우세'는 내용상으로 패배한 선거라는 지적이 당내에서 일었다.“뼈아픈 승리”,“이제 막대기 시대는 갔다”,“광주가 무서워졌다”라는 평가들이 쏟아졌다. 광주에서 일어난 반 민주당 심리였다.

7.28 광주 재보궐 선거가 민주당에 결정적인 카운터 블로어가 됐던 이유는 한 달 전인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견인한 민노당이 민주당과 더불어 한나라당에 대해 압승을 거뒀던 배경이 있다. 민노당은 6.2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23명, 기초의원 116명을 합쳐 142명을 당선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총 447명의 출마자 가운데 32.2%가 당선돼 영호남 지역에서는 공히 제2당을 차지했다.

2006년 지방선거의 당선율 10%와 비교하면 엄청난 약진이었다. 경기, 인천, 충북, 전북, 광주, 전남, 경남, 울산, 제주 등 9개 시도에서 광역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민노당의 야권연대 힘은 한나라당의 텃밭을 교란시켰다는 점에 있었다. 민노당은 울산북구 지역을 한나라당으로부터 탈환했고 울산지역에서 기초단체장 1명(북구청장), 광역의원 7명, 기초의원 17명이 당선되면서 '울산 제1야당'이 됐다. 영남지역의 경우 경남도의원 3명, 경남과 부산에서 각각 25명, 9명의 기초의원이 나왔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기초의원, 광역의원을 대거 뽑아주셔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어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노당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우세지역인 호남에서도 약진했다. 전남도의원 2명, 전북도의원 1명을 비롯해 광주에서는 9명의 기초의원이 당선됐다. 이런 민노당의 약진을 광주의 민심이 눈여겨 보고 있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야권연대의 맹주 자리를 놓고 민주당이 소위‘패권’을 추구하며 알찬 민노당을 힘으로 밀어붙이자 광주가 엄중한 경고를 내렸고 이에 민주당 유력주자들이‘어마 뜨셔라(?)’라고 판단했던 셈. 민주당에는 이를 계기로 때 아닌‘좌클릭’붐이 일었다. 정동영, 천정배를 비롯 민주당의 실세들이 선명경쟁에 나섰다. 혹자는 이를 ‘진보 콤플렉스’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민노당의 헤게모니 전략은 제대로 맞아 떨어져서 민주당이 민노당을 섬기며 야권연대는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키는 기염을 또 한번 토해내기에 이른다.

2011년 11월 현재 이‘야권연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진영에 대항하는‘중핵’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중핵을‘시민단체’라는 위성이 돌고 있다. 중핵과 위성으로 구성된 진보좌파진영의 집권전략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핵을 구성하는  세력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야권연대와 관련해서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민노당은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사회는 단일화 압력을 높이며, 민주당에서 쇄신을 통해 통 큰 리더십을 만들도록 견인한다’는 세 가지 방법을 지난해 7월 제시한 바 있다.

1년이 지난 현재 구도로 보면 이 대표의 방안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먼저‘자체역량’과 관련해서 민노당은‘민노학위’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생조직을 통해 전국에 약 1만여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초‘대학생지지 정당 1위’를 목표로 내걸었고 최근 대학생 등록금 반값 투쟁 등을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시민사회의 압력은 이번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공천을 놓고 대회전을 벌임에 있어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야권 내 민노당의 헤게모니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길항적 관계는 종북을 반대하며 민노당에서 갈려나온 진보신당의 경우 민노당에 대해 야권 내 누구보다도 비판적이라는 점이 말해준다.

안철수 신당, 야권 연대 최대변수 될 것

지난 10일 진보신당 측은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간의 통합 논의에 대해“국민참여당은 진보통합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민참여당의 합류 문제는 통합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진보좌파 진영 내 상호 비토(Vito)의 정서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비토 정서는 참여정부 시절 불거진‘87년 對 97년’ 체제 논쟁에서 나타나듯 학생운동세력과 노동운동세력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즉 노동운동의 성과를 중요시 하는 진보신당이 과거 학생운동의 세력인 유시민에 대해 비토론을 확산시켰다는 분석이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야권연대의 앞날이 순탄치 않다는 전망을 낳게 한다.

또 운동권 내부에 종북적 민족주의 자주파(NL) 對 마르크시즘 평등파(PD) 간의 투쟁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을 초래한 바도 있다. 구시대적 이념 대립이 현재까지도 지속되면서 진보간의 통합을 어렵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희 민노당 최고위원이“오는 12월  초까지 새로운 진보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진보통합의 모멘텀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러한 통합 논의에 안철수 신당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까지 진보좌파진영의 통합 논의가 제3자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철수의 진보통합에 대한 시각과 대응은 야권연대를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시화되는‘안철수 신당’과 관련해서 야권연대의 키를 쥐고 있는 민노당의 입장은 미묘하다. 안철수 교수 자체가 민노당이 수용하기 어려운‘자본가’라는 점, 그리고 그가 대학생을 비롯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민노당의 지지층은 안철수의 지지층과도 겹칠 수 있다. 민노당이 어떤 형태로든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의미인데 만일 실패하면 야권연대의 키가 안철수 신당에 넘어가고 민노당이 거꾸로 신당에 흡수되거나 고립돼 독자노선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안철수의 정치노선이 민노당을 끌어 안을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호 포섭이냐 배제냐 라는 문제로 놓고 볼 때 민노당의 진짜 고민은 민주당이나 진보신당, 국참당이 아니라 안철수 정치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결국 안철수를 견인할 수 있는 것은 단일화된 좌파 시민단체의 압력이라는 것이고 민노당은 이들의 오너 박원순과 협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그렇기에 민노당은 한미 FTA와 같은 현안에서 동력을 유지하고 헤게모니를 잃지 않아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다.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서“한미 FTA가 비준되면 ISD조항을 3개월 내 재협상하겠다”라고 했을 때 민노당이“先재협상이 아니면 민주당과 공조를 깨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은 이유도 이런 배경이다. 야권연대가 안철수 신당세력과 어떤 관계를 모색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한나라당 모두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며 그래서 정국은 어떤 길이든 서로 180도 다른 두 개의 방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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