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하는 교회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하는 교회
  • 이근미
  • 승인 2011.12.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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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열전]개포동 두레교회 남용우 목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하면서 가장 인내심이 강한 단체는 어디일까. 인터넷을 검색해서 답을 얻는다면 ‘기독교’라는 답이 나올 듯하다. ‘개독교, 먹사’라고 놀리고 세계적인 규모의 교회들이 무차별 공격을 당해도 기독교인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회를 향해 할 말은 하고 행동해야 할 때 과감히 달려 나가는 교회가 있다. ‘당하기만 하는’ 기존 교회와 다른 속성을 보이는 곳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두레교회이다. 이 교회 남용우 담임목사는 “우리 교회는 우파매체들은 기억을 못해도 좌파매체들은 기억한다”며 웃었다. 월간문학을 통해 동화작가로 등단하고 시인으로도 활동하는 남용우 목사의 필명은 남민우이다. 현재 남민우 뉴라이트 상임대표가 바로 남용우 목사이다.

성도 대부분이 20~30대

두레교회는 개포동의 단독 건물이 아닌 업무용 빌딩에 위치하고 있다. 80평 본당은 매입을 했고 교육관으로 쓰는 7개의 공간은 임대를 했다. 인근의 경기여고 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으나 “공립학교가 왜 기독교에게 공간을 허용하느냐”는 항의성 기사가 불교신문에 실리는 등 반발이 많아 2009년에 철수했다.

두레교회 교인 500여명 가운데 300명은 대학생이고 200명도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들이다. 교인이 20대와 30대로 구성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교회이다.

남용우 목사는 애초에 사랑의교회 부교역자로 옥한흠 목사의 신임을 받는 ‘비정치적’ 인물이었다. 33세 때인 1985년에 청소년선교의 꿈을 안고 방배동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몇 년 되지 않아 200명에 이를 정도로 부흥했는데 대부분 장년 교인이었다. 1990년대 초반 현재의 장소로 교회를 옮겼을 때 교인들이 남 목사에게 “청소년 목회를 그만 둘 수 없느냐”는 요청을 했다.

“그대로 가면 훨씬 편하게 목회할 수 있지만 고민 끝에 ‘청소년 목회는 나의 꿈이다. 그만둘 수 없다’고 답했죠. 그랬더니 대부분이 교회를 떠났어요. 1994년에 청년과 대학생 30여 명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레이트비전청소년선교회를 조직해 인신매매, 마약, 성적타락, 폭력 등을 몰아내기 위한 사회윤리회복촉구 캠페인을 활발하게 벌였다. 2,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사람 사랑’ 운동에 나서 거리 행진도 하고 가수 이문세, 하덕규, 변집섭 씨 등이 참여하는 희망페스티벌을 열어 남용우 목사가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청소년 대상으로 목회를 하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부터 두레교회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두레교회는 문화운동을 펼쳤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캔들데이와 크리스마스 축제이다.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 대신 촛불을 켜자는 것이 캔들데이 운동입니다. 자기를 희생해 세상을 밝게 하는 촛불은 기독교의 삶을 상징합니다. 큰 호응을 얻어서 발렌타인데이 때마다 9시뉴스를 장식하죠. 국회의원들과 함께 촛불상을 제정해 지금까지 이지선, 김장훈, 션 등 8명에게 상을 줬습니다. 앞으로 아시아 촛불상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2001년부터 시청 앞에 성탄트리를 세우게 된 것도 두레교회의 힘이다. 고건 시장 재직 시절 남 목사가 서울시에 “성탄 트리를 세우고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관계자가 “트리 세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 못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두레교회 교인들이 시청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올리자 “트리를 직접 세우고 행사도 하라”는 답변이 왔다.

“트리 만드는 데 6,000만원이 들더군요. 우리 교회 혼자 힘으로 힘들어 한기총에 연락해서 트리를 세웠고 크리스마스 공연은 매년 우리 교회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제가 설교를 할 때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이 듣지요.”

크리스마스 행사 때마다 강지원 변호사,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 김상철 <미래한국> 회장이 와서 축사를 해줬다. 이명박 대통령도 시장 시절 축사를 한 적이 있다. 첫 해에는 대형교회에서 노래단도 보내주고 무대도 만들어줬으나 이듬해부터는 관심이 끊어져 두레교회 단독으로 축하공연을 꾸리고 있다. 지난해 느닷없이 인터넷 좌파매체에 ‘서울시청 앞 성탄트리 뉴라이트가 세우다?’라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좌파들에게 유명한 교회

남용우 목사는 1989년에 <지하문서>라는 책을 내면서 좌파의 행태를 고발했다. <지하문서>는 남한에 좌파정권이 들어설 것을 예견하는 내용으로, 나오자마자 미국 CIA에서 50권을 사가고 서울의 대학교 도서관에 비치됐다.

“어떤 분이 일본에서 구한 자료를 주면서 ‘우리나라가 대단히 위험하다, 남한에 혁명이 시작됐다. 이거 누가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400만원을 들여서 냈죠.”

1997년에 박홍 신부와 함께 <레드 바이러스>를 발간했다. 대학생들과 군인장교들이 그 책을 보고 공부할 정도 반응이 좋았다.

“공격을 많이 당했지요. 기도하는 중에 내가 공격당하는 환상을 봤다며 조심하라고 전화해주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책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어요. 학자들도 두 권의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1980-1990년대 변혁주의 연구에는 두 권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남 목사가 좌파를 알리는 책을 내고 좌파의 행태를 고발하는 이유는 대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선배들과 엠티를 갑니다. 술을 권할 때 교회 다닌다고 하면 ‘신은 관념이지 실재하는 게 아니다’라며 의식화 교육을 시킵니다. 좌파가 안티기독교라는 걸 알고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좌파의 실체를 알리는 강의를 했죠. 전교조 교사에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우리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르다’며 교회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남 목사는 이래저래 교회 부흥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해왔다.

“교인을 모으는 데 주력하기보다 일꾼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나라를 건져낼 일꾼, 좌파를 이길 수 있는 일꾼을 기르는 거죠. 좌파를 물리쳐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반기독교적이고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좌파에서 두레교회를 더욱 경계하게 된 것은 두레교회 학생들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돼 학교에서 실질적인 실력 발휘를 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고려대 총학생회, 경희대 총학생회, 숙명여대 총학생회 회장에 두레교회 학생이 당선된 적이 있었다.

“동성연애를 비롯해 학교에서 예수님이 싫어하는 일은 다 반대했죠. 학교에서는 우파들이 늘 벌벌 떠는데 두레교회 학생들은 ‘좌파들 나와. 싸우자’ 하니까 놀란 거죠. 한총련에서 제 설교를 녹음해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드러내놓고 좌파와 싸우는 유일한 교회일 겁니다.”

남 목사는 설교를 1시간 30분 가량 한다. 예전에는 2시간 넘게 했으나 요즘 그나마 시간을 줄인 것이다. 짧게 하자 “멀리서 1주일에 한 번 오는데 길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낮예배와 저녁예배를 같은 본문으로 하되 저녁에는 좀 더 심도 깊은 설교를 한다.

실력으로 대학생들과 소통한다

대학생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는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 목사는 오랜 기간 공부하면서 다수의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목사님들이 설교하면서 자연과학을 예로 들 때 잘 몰라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면 청중들이 신뢰하지 않아요. 과학자들이 들으면 복음의 본질까지도 의심하게 됩니다. 말씀을 제대로 전하려면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은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집에서 하나 학교에서 하나 시간이 비슷하게 걸리니 아예 학위를 따면서 공부하자고 생각했죠.”

남용우 목사는 연세대에서 역사학, 총신대에서 신학,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국문학과 농학까지 총 4개의 학사학위를 받았다. 단국대에서 국문학 석사, 건국대에서 농학 석사,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 석사학위와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정만 마친 것으로는 국민대 사학 석사 수료, 경희대 국문학 박사 수료가 있다. 건국대 농학 박사과정은 1학기만 하고 그만두었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 중에 농학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2005년 경희대에서 국문학 박사과정을 마쳤는데, 아직도 논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전공에 관한 구체적인 대화가 가능한 만큼 학생들에게 확실한 멘토 역할을 한다. 남 목사는 대학생들에게 연애금지령을 내렸다.

“연애하면 시간 뺏기고 문제가 생기면 고민하느라 아무 것도 못합니다. 연애하는 에너지로 공부해서 장학금 받고 주님나라 위해 싸우라는 거죠. 연애만 안 해도 시간이 많아집니다. 졸업하고 연애하라는 말에 반발해서 나간 학생들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부흥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는 데다 결혼과 취업으로 때가 되면 다른 지방으로 가는 청년들이 많다. 남 목사는 두레교회에서 훈련받은 인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한다.
뉴라이트 참여는 타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구리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가 뉴라이트를 시작할 당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뉴라이트 창립 당시 공동대표로 참여했고 현재 뉴라이트 상임대표이다.

“정권 바꾸기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시스템을 가동해서 좌파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라는 뜻으로 밀어준 건데, 결과가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을 만나 건전한 보수 시민단체가 일어설 때 도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건성으로 듣더군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나라는 생각지 않고 자기 배만 불린 사람들이 있어 유감입니다.”

뉴라이트는 좌파세력이 벌이는 다양한 이벤트를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한다.

“뉴라이트 조직이 약화됐다고 하는데 아직도 건전하게 존재하며 일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실력 있고 주목받는 인사들이 합류하기 시작했고, 우파 쪽의 대선 후보가 가시화되면 본격적으로 일하게 될 겁니다.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해야지요.”

바람 불면 연을 날려라 

두레교회는 그동안 외로운 싸움을 해왔다. 기독교에 큰 문제가 터지면 두레교회 청년들이 인터넷에 항의 댓글을 달아 여론을 바꾸고 환기시킨 일이 여러 차례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어려움을 겪는 단체나 교회에서 두레교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잦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과 좀 달라요. 자기 앞날을 위해 다들 바쁩니다. 우리 교회 학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가 연합해 같이 안티기독교와 싸워야 합니다.”

남용우 목사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하거나 겁을 내는 목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요즘 젊은 목사들 가운데 좌파 사상을 가진 분들이 많아 문제입니다. 보수교단의 큰 교회조차도 좌파 단체를 가려내지 못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안티기독교 세력을 물리치는 일에 도움을 주다가 바로 중단해버립니다. 혹시 알려져서 공격당할까봐 그러는 겁니다. 그렇게 몸 사리고 겁내는 바람에 기독교가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까.”

남 목사는 어른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청년들은 희생을 하는데 어른들은 보신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큰 교회들이  몇 십 명으로 줄어 비가 새는 교회 건물을 고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교회도 퇴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지원하고 함께 나서야 합니다.”

남 목사는 성인 대상 목회를 했으면 교회가 훨씬 부흥했겠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재정이 빠듯해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남 목사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모임’을 곧 발족시킬 계획이다. 청년들의 활동에 어른들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했다.

“모두들 현실이 힘들다고 말하지만 바람 부는 날이 연 날리기 좋은 때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더 큰 연을 날려야지요.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연을 만들면서 주님 안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면 꼭 꿈이 이루어질 겁니다.”
글 / 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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