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 회사’에서 글로벌 식품사로 성장한 SPC그룹의 비밀
‘호빵 회사’에서 글로벌 식품사로 성장한 SPC그룹의 비밀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1.12.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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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획] 무엇이 일류를 만드는가

  “뜨거워서  호호  

 

    맛이 좋아 호호 
    온가족이 호호

대한민국에서 197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광고를 기억한다.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등장하던‘삼립호빵’. 추운 겨울, 지친 하교길. 아이들은 연탄 냄새 가득한 가게에서 이 뜨거운 호빵을 하나 꺼내 들면 세상을 모두 가진 행복감에 빠졌었다. 야채가 든 별미 호빵을 고르려다 잘못해서 단팥이 든 호빵을 베어물 때 느낀 안타까움도 있다. 삼립 호빵은 그렇게 70년대와 80년대 라면에 이어 3천만 국민의 사랑받는 간식이었다.

1945년‘삼미사’라는 이름의 해방둥이 기업으로 탄생한 호빵회사 삼립식품은 이제 굴지의 식품그룹 SPC라는 이름으로 성장했다. 샤니에 이어 파리바게뜨, 던킨 도너츠, 베스킨 라빈스,‘빚은 떡’을 계열사로 거느렸다. SPC그룹은 창립 60주년을 맞던 200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더니 2011년에는 3조 매출을 달성했다. 계열사 파리바게뜨는 미국에 17개 점포를 열었고 그 가운데 2008년에 문을 연 뉴저지 포트리점의 경우 외국인 고객이 40%가 넘어설 정도로 현지 마케팅에 성공했다.

중국에서 SPC그룹의 성장은 더 놀랍다. 유명 쇼핑몰이자 관광지로 유명한 베이징의 중심지 더 플레이스에서는 파리바게뜨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왕푸징과 톈진(화베이), 상하이, 항저우, 쿤산(화둥) 등에서도 파리바게뜨의 인기는 맥도널드를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파리바게뜨는 중국에서 주는 거의 모든 상을 독점하고 있다. 명성점, AAA 브랜드, 중국 10대 브랜드, 5성급 브랜드, 베이징 올림픽 공급상, 네티즌 선정 인기 브랜드 등 전문가와 소비자가 손꼽는 브랜드로 매년 선정되고 있다.

이렇듯 굴지의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떠오른 SPC그룹이지만 그 걸어온 뒤안길에는 눈물 겨운 사연도 있다. 45년 창립된 삼림식품은 IMF 경제위기를 맞아 계열사들의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서야 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삼립식품은 법정관리 기간 동안 매출이 20%나 증가하는 기이한 상황에 놓였는데 그 배경에는 삼립식품이 쌓아온 소비자에 대한 신뢰와 임직원들의 투철한 자구 노력이 있었다. 삼립식품은 법정관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에 이어 99년 동계 아시아경기대회의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객만족, 이웃사랑 그리고 기업가 정신

SPC그룹의 이러한 성공에는 무엇보다 고객지향적인 마케팅과 제품에 대한 철저한 품질관리가 그 배경이라는 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SPC그룹은 1998년 경제위기 기간에 푸드뱅크(Food Bank)사업을 지원해 왔고 1년 뒤에는 가장 큰 후원자가 됐다. 그 공로로 허영인 회장은 2000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2011년 현재 SPC그룹의 푸드뱅크 공헌 누적액은 약 400억원에 달한다.

SPC그룹은 2008년 상생 차원에서‘우리밀’사업도 시작했다. 군산, 강진, 해남 등 지자체와 수매협약을 맺었고 재매와 수확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해 현재 약 1300억원의 네트워크 론을 제공해 왔다. SPC그룹의 이러한 상생정신은 서울대 등과 협력을 통해 우리 밀과 쌀에 대한 생명공학적 응용연구 등을 실시하는 사내대학 설립으로 결실을 이뤘고 유능한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이러한 SPC그룹의 사회 공헌과 고객 밀착 마케팅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SPC그룹은 쓰촨성 대지진 피해 복구를 지원하고 고아들을 돌보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빵 기술을 가르치는 등의 공헌 활동을 통해 중국인들로부터 단순히 돈을 벌기위해 중국에 온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다.

SPC그룹의 가장 독특하고 창의적인 사풍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신입사원 채용 때 실시하는 미각과 디자인 감각 테스트, 즉 관능(官能) 면접이다. 지원 부서에 상관없이 모든 입사 지원자들에게 적용된다.

2004년 처음 도입된 이 테스트는 파리바게뜨, 베스킨 라빈스, 던킨 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식품회사인 만큼 임직원들 모두가 맛과 향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지녀야 한다는 허영인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실시됐다. 또 입사 지원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평가하기 위해 디자인 역량 평가를 실시한다. 각 브랜드의 많은 매장을 운영하며 한발 앞선 트렌드를 제시해야 하는 SPC그룹 직원들에게는 꼭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이다.

65년 역사의 SPC그룹은 오늘날 현대화되고 국제화되었지만 그 옛날 호빵에 담았던 기업가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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