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동네북인가?
국정원은 동네북인가?
  • 김상백
  • 승인 2011.12.0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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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상백 한국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언제부터인가 심심하면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동네북 치듯 두들겨대는 것이 정치권 특히 야당의 체질이자 일상처럼 돼버렸다.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일단 국정원부터 걸고넘어진다. 속된 표현으로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다.

민주당이 또 물 만난 고기가 됐다. 10.26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책임론’에다 ‘의혹설’까지 제기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지난 6일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 의장이 원내대책회의(국회)에서 국정원이 당시 디도스 공격을 탐지한 뒤 퇴치시킬 수 있는 능력과 시간이 있었는데도 투표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가) 2시간 동안 방치됐다며 국정원 책임론을 제기했다. 국가기관 등의 정보통신망을 각종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기능을 하는 국정원 사이버안전센터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정원은 사이버안전센터 운영 근거인 ‘전자정부법’이 선관위나 국회, 또는 헌법재판소 등 입법.헌법기관을 보안관제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어 관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3권분립 원칙 상 일반 정부부처가 아닌 선관위 등의 서버를 국정원이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럼에도 재.보선 당일 북한 등 외부의 불순세력으로 인한 선거방해 등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집중 모니터링하다 접속 지연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선관위와 행정안전부에 통보해 조치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홈페이지 접속 지연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디도스 공격 사실은 알 수 없었다며 이는 국정원이 모든 국가기관의 전산망을 다 볼 수 없도록 한 현행 전자정부법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전자정부법’ 제56조는 선관위와 국회 등 헌법기관의 경우 국정원의 정보통신망 보안대책 수립은 해당 기관의 요청이 있어야만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사건과 관련한 민주당의 국정원 책임론 제기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국정원의 반박은 설득력이 있다. 민주당이 이번 사건에 대해 국정원의 책임을 물으려면 먼저 법제를 마련해주거나 보완해주고 나서 했어야 옳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의 손발을 묶어놓고 전쟁에서 졌다며 책임을 묻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박영선 의장 문제 제기 뒤 참고자료를 내고 ‘선관위 공격 국정원 배후설’ 의혹까지 제기했다. 민주당은 디도스 공격은 ‘수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작업’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막연한 뜬구름 잡는 식 추론을 근거랍시고 제시한 민주당의 경솔함도 한탄스럽지만, 의혹 먼저 제기해놓고 보자는 경거망동은 공당으로서 차마 할 짓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의혹 제기가 새로운 유언비어의 근원으로 될 수 있음은 물론 기존의 유언비어에 휘발유를 끼얹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생각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했다.

유언비어는 사람들 사이에 믿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빠르게 퍼져나간다. 유언비어는 모호한 상황을 그럴 듯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급속히 전파돼 나간다. 그리고 그 유언은 이 입에서 저 입으로 전해지는 동안 눈사람처럼 조금씩 부풀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불과 몇 사람만 지나도 전혀 엉뚱한 얘기가 나오는 귀엣말 이어가기에서 충분히 입증된다.

그저 단순한 사실의 전달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민감한 논쟁거리가 입에서 입을 거치면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함부로 억측을 해서는 안 되고, 의혹을 멋대로 제기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의 이번 문제 제기는 그동안 시중에 떠돌고 있는 각종 유언비어에다 기름을 붓는 격이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에 정치적 불만과 불신이 가득한 때에는 유언비어가 날개를 달게 돼 있다. 그러나 유언비어는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확실한 근거를 갖춘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면 저절로 소멸된다. 유언비어의 급속한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의 진실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그 책임 또한 엄중히 물어져야 한다. 다만 그것이 정치 공방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 민주당처럼 반대당인 한나라당을 불집으로 만들기 위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을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가 사이버보안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한 급선무는 법제 보완 작업이다.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안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의 처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2008년 발의된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안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지금 국회에 표류 중이다.

야당은 국정원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법제를 보완한 뒤 책임을 물어도 물어야 한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만 해도 그렇다 동법 제7조 3항 규정에 따라 국정원은 정부와 공공기관 이외에 민간부문의 사이버 안전에 대해 두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의 경우에도 대통령훈령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관위와 같은 헌법기관이나 민간기관의 경우 국정원은 접근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개인 정보가 저장된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무시로 접근하게 되면 개인 정보 유출로 사생활 침해를 부른다며 관련법 제정과 개정을 반대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은 마땅히 해야 한다. 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면 된다. 국정원의 민간 사이버 안전 활동은 허용하되 사생활 침해를 막는 감시.감독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민주당 등 야당과 정부 및 여당은 하루 빨리 국정원이 신 안보 위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법제를 마련함으로써 묶어놓은 국정원의 손발부터 풀어줘야 한다.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국정원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

우리의 안보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국정원 등 안보.수사 기관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정원도 반대 세력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이버 관련 법령 제정과 개정을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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