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동상 파괴가 예술이라고?
대통령 동상 파괴가 예술이라고?
  • 미래한국
  • 승인 2012.01.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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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자칭 ‘조각가’라고 알려진 도겐우(dogandwoo. 본명 이석영)의 충격적인 동영상이 인터넷 공간을 발칵 뒤집었다. 도겐우는 지난 1월 20일 한 동영상 사이트에 ‘가카에게’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자신을 “김대중 대통령 흉상을 100만원에 만들어 준 조각가”라고 소개한 이 씨는 파란색 죄수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동영상 속에 등장했다. 이어 그는 동영상 자막에 “각하, 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각하께서 4년 전에 경제만은 반드시 살려 놓겠다고 다짐하셨지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비판하셨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보다 성장률이 더욱 떨어져 있습니다”라며 “각하! 사촌처형, 처남, 조카, 조카사위, 사돈, 사촌형, 오촌조카, 친형, 셋째사위, 셋째사위사촌, 사촌처형조카! 각하의 친인척 비리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각하, 어떻게 이것이 공정사회란 말입니까!” 라는 내용을 넣었다.

이 씨는 동상을 종이뭉치로 때리며 말을 하다가 결국 망치를 들고 와 동상을 머리부터 산산조각 내는 과격하고 잔인한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소수의 네티즌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 등에서 열광하며 이 씨를 극찬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정치중독자들의 새로운 아이콘(ICON)이 탄생한 것이다.

이에 이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물신주의의 화신인 대통령의 허상을 깨버리고 싶었다. (동상을 깨뜨린 것은) 그런 상징적인 예술 행위”라며 “사회는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지금은 극단적으로 물질적인 것, 돈만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테러’에 가까운 과격행위

정치적으로 증오하는 상대방의 형상을 동상으로 만들어 놓고 망치로 박살내는 것은 가장 공격적이고 과격한 형태의 정치테러에 속한다. 이석영 씨의 행위가 최근 몇 년간 극심해진 ‘정치테러’의 하나로 분류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난 2009년 2월에는 서울역에서 열린 불법 야간집회를 마치고 이동하던 폭도 200여명이 동대문운동장역과 종로5가역 사이 노상에서 정보과 형사 2명 등 경찰관 9명에게 테러를 가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는 집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폭도들이 경찰관 2명을 10여분간 집단 구타했다.

2009년 3월에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소속 회원들이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을 폭행했다. 이들의 테러에 의해 각막이 손상된 전 의원은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또 지난 2009년 2월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연 중이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에게 한 괴한이 철제 흉기를 집어던졌다. 이날 조 전 대표는 아슬아슬하게 불상사를 면했다.

또 지난 2008년 촛불정국 당시에는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와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 등 자유진영 인사들이 일부 폭도들의 기습적인 테러에 의해 중상을 입은 바 있다.

불과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에는 FTA 반대 집회를 하던 시위대가 종로경찰서장을 집단 폭행했으며 11월에는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트리는 테러를 한 바 있다.

이 같은 폭력은 정치권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체벌 금지 조치 이후 불량학생들이 약한 학생을 집단으로 구타하고 왕따를 시키고 금품을 갈취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난무하며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정부와 경찰이 나서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다.

도 넘은 방종... ‘정치적 편향성’ 논란도?

이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에 분노해 이런 폭력적인 퍼포먼스를 실행에 옮겼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에도 대통령들을 겨냥한 퍼포먼스로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이 씨는 노무현 정권 첫해였던 2003년에 전.현직 대통령들의 동상을 나란히 놓은 뒤 입에 물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대통령이 입을 벌리고 있는 흉상을 단상에 세워놓고, 동전을 놓으면 우스꽝스러운 말을 내지르거나 관객들이 물총을 쏘아 실제 대통령의 입에 물을 먹이기도 하는 코믹 퍼포먼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씨의 이번 퍼포먼스가 예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그의 정치적 편향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각종 측근비리와 대통령 친인척들의 비리는 끊이지 않았지만 특정 대통령 한명의 동상을 놓고 망치로 박살낸 과격한 퍼포먼스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씨는 야권 지지자들의 인기 콘텐츠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법원 최종 판결에 의해 1년 징역형을 선고받자 그는 판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봉주 형님 수감복을 구해서 나도 형님과 같이 조금이나마... 애이 써그넘덜”이라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미래한국)

김주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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