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재벌 성토 퍼레이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재벌 성토 퍼레이드
  • 미래한국
  • 승인 2012.02.0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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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년간 수많은 말을 쏟아낸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대개 ‘너희가 내 말을 믿느냐’로 끝났다. 그의 위상과 무게를 고려해 보면 한마디로 나라 전체가 우롱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재벌기업에 대한 그의 여러 말정치는 피곤만 누적시켜 왔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대통령 직속의 미래기획위원회가 삼성전자를‘비효율적 재벌기업’으로 단정했을 때 모두들 아연했고 긴장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매출 극대화에 골몰한 탓에 2, 3년 뒤밖에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애플은 살아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역할을 등한시해 전자산업 전체가 동력을 잃고 있다.”
곽 위원장은 애플의 스마트폰 공세가 시작됐던 2009년 삼성전자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폐지한 이후 IT산업의 콘트롤 타워가 부재했고 이에 기업들은 정부의 인허가와 규제 방침을 몰라 우왕좌왕했다는 점이다. 곽 위원장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시대가 예견됐는데 아이폰 쇼크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안철수 같은 사람이 삼성의 국민연금 측 사외이사였다면 충분히 지적했을 것이다.”

곽 위원장은 마치 스마트폰 시대가 정부만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비판하며 뜬금없는 연기금 주주 참여론을 주장하더니 삼성전자 이사에‘안철수 같은 사람’을 운운하기에 이른다. 그런 곽 위원장은 1년만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자 낯 뜨거운 찬사를 표시한다.

“1년 사이에 삼성과 LG가 굉장히 빠르게 진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는 50점 미만이었다면 올해는 90점 이상”

이러한 곽 위원장의 근시안적 태도를 놓고 주변에서는 곽 위원장의 대기업 참견은 쓸데없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의 발언은 계속됐다.

재벌이 무서워서 연기금 주주포기?

“이제는 대기업도 똘똘한 중소기업, 중견기업, 1인 창조 기업을 끼고 있지 않으면 스마트 시대에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물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산업생태계가 중요하다. 작은 게임도 소프트웨어 노래 이런 것이 하나의 복합체로 스마트폰, 스마트TV로 나오기 때문에 생태계라는 개념이 훨씬 중요한 개념으로 본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기업의 생태계가 필요하면 기업이 알아서 조성할 일이고 정부는 거기에 맞춰 제도를 정비하면 될 일이다. 바로 1년 뒤의 스마트폰 사업의 동향도 예측하지 못하는 곽 위원장이 산업 현장의 정보와 흐름을 꿰고 있는 기업들에게 훈수하는 모습은 딱 한마디로‘너나 잘 하세요’라는 조롱을 받기에 충분했다.

곽 위원장의 결정적인 헛수고는 바로 연기금 주주제도에 있다. 그는 연기금 주주제도에 대해서 처음에는‘사회적 공헌’을 내세우며 서슬 퍼렇게 요구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재벌이 세게 나와서’라는 곽 위원장의 변명이었다. 연기금 주주제가 나왔을 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나쁠 것 없다’고 흔쾌히 승낙한 바도 있다. 그런데 재벌이 무서워 포기했다는 그의 변명은 무슨 연유일까? 비겁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처음부터 연기금 주주제는 논리적 모순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연기금의 수익성 제고와 사회 공헌이라는 목적간에 충돌하는 의사결정 구조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깨끗하게 자신의 주장을 접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왜‘재벌이 세게 나온다’라는 같지 않은 핑계를 댔을까. 그것도 한 국가의 미래정책을 기획한다는 수장의 입에서 말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곽승준 위원장은 기존의 보수를‘지루한 보수’라고 하며 자신은‘쿨 보수’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그 연유가 가관이다.

“버핏세를 왜 버핏세로 부르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버핏은 미국의 가장 부자이다. 부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세금을 더 내겠다고 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진화된 자본주의에서 필요한 것이다. 기업이라는 것도 이윤추구의 나눔, 배려, 기부 이런 것들이 합쳐지는 그런 개념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기득권을 지켜려고만 하면 따분한 보수이다.”

따분한 보수 vs 쿨 보수?

이러한 곽 위원장의 말은 그가 한국의 대기업과 재벌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 지 잘 드러내준다. 그에게 한국의 재벌기업이란 제 잇속만 차리는 수구집단이라는 인식이 전제돼 있다. 동시에 현재의 재벌기업이 생존하며 일궈 놓은 것을 간단하게 ‘기득권’으로 단정하는 그의 사고로부터 그가 왜 자신을‘보수’라고 칭하는지 의문이 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버핏세를 언급하며 미국의 부자들이 서로 세금을 더 내려 한다는 엉터리 주장을 내세우는 배경은 정말 궁금하다. 월스트리트의 최근 여론 조사에 의하면‘미국 부자들의 대부분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감세를 지지하며 만일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하다면 부자들의 세금을 높이는 것에 70%가 찬성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만일 세금이 더 필요하다면’의 전제가 붙어 있음에도 이런 사실을 무시한 주장은 종종 재벌과 대기업을 때리는 수단으로 인용된다. 그리고 곽 위원장의 이런 좌충우돌은 이제 그의 본심을 담은 발언으로 밝혀졌다.

“대기업은 국가와 국민에게 일종의 빚을 지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기업들이 스스로 노력한 점도 크지만 산업화를 위해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맸고 정부는 기업을 적극 지원했다. 대기업들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문에 대기업이 이룬 성과물의 일정 부분을 국가와 국민에게 되돌려 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곽 위원장의 머리에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로 30개 재벌기업 가운데 정확히 16개가 도산했으며 살아남은 재벌기업들의 피나는 자구 노력 따위는 없다. 그리고 왜 그 많은 재벌기업들 가운데 지금의 기업들이 살아 남아 있는지에 대한 성찰도 없다. 모두 정부의 지원 덕택이라는 거다. 하지만 과거에, 그리고 지금 얼마나 많은 규제들로 인해 기업들이 기회 손실을 보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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