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기세 좋던 민주통합당, 연이은 악재
[심층분석]기세 좋던 민주통합당, 연이은 악재
  • 미래한국
  • 승인 2012.02.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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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대선 전초전이 될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에 암초가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과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비리 의혹, 한나라당의 디도스 해킹 혐의에 이은 돈봉투 논란 등으로 승기를 잡은 듯했으나 최근 잇따라 터진 몇 개의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이에 일찌감치 민주통합당의 낙승이 점쳐졌던 총선 분위기도 뒤바뀔 태세다.

곽노현 교육감의 유죄 선고

민주통합당에게 타격을 입힌 첫 번째 악재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유죄 선고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19일 법정 벌금 최고형인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열린 곽 교육감 선고 공판에서 “후보 매수 행위는 선거문화 타락을 유발하기 때문에 곽 교육감을 엄히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후보직 매도매수 행위의 주체가 곽 교육감이 아니었던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원은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 곽 교육감 측으로부터 2억 원을 건네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는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또 곽 교육감과 박 교수 사이에서 2억 원이 전달되는 데 관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곽 교육감이 선고받은 벌금 3,000만원이 대법원 최종심에서도 확정될 경우 그는 교육감직을 박탈당한다. 그러나 현행 법규에 따르면 1심에서 집행유예 이하의 형량을 선고받을 경우 일단 교육감직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에 당분간 곽노현 교육감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화장실 돈봉투’ 논란

곽노현 교육감 지지자들과 좌파 네티즌들 중 상당수는 곽 교육감이 교육감직에 복귀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판결 이전까지 결백을 확신하던 곽노현 교육감 본인과 그 추종자들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셈이 됐다. 특히 과거 공정택 전 교육감의 사례와 비교하면 좌익의 이중성까지 드러난 전형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공 전 교육감이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자 좌파 언론과 네티즌들은 자진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곽노현 교육감이 복귀와 동시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강행해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의 반발도 심해지는 상황이다. 전교조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지난 1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화장실에서 돈봉투가 오고갔다는 증언과 언론 보도 또한 민주통합당에겐 악재다. KBS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번 경선에 참여했던 민주통합당 모 후보 측 관계자가 “예비경선 당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2층 행사장 옆 화장실에서 투표 30∼40분 전에 모 후보 측 관계자가 일부 중앙위원들과 돈거래를 하는 것을 봤다”고 KBS에 폭로했다. 예비경선 현장은 물론 예비경선 직전인 24일과 25일에도 150만∼300만원씩 뿌려졌으며 다른 후보도 돈봉투 돌리기 경쟁을 벌였다고 했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진상 파악에 들어갔지만 소극적이다. 당직자들은 “공개된 장소인 화장실에서 어떻게 돈을 돌릴 수 있겠느냐”며 보도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선거에 나섰던 후보들도 한결같이 “나는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도 꾸리지 않았다.

앞서 오마이뉴스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돈봉투 살포 의혹을 보도한 바 있지만 민주통합당 내에서 더 이상의 내부 고발이 나오지 않자 이 논란은 묻히게 됐다. 그러나 KBS와 뉴시스 등의 이어진 보도로 이 문제는 더 이상 쉬쉬할 수 없게 됐으며 검찰도 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민주통합당의 돈봉투 논란이 사실이라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4년 전인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혐의로 민주통합당 및 좌파진영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으며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상황에 따라서는 정계를 떠나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돈봉투 논란은 불과 한 달 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서는 맹렬히 공세를 취하면서 자신들의 의혹에는 입을 닫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황영철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1월 20일 서면 브리핑에서 “새 정치를 하겠다고 시작한 민주통합당의 첫 전당대회가 돈봉투로 얼룩졌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민주통합당도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도 “설 밥상에 화장실을 올려놨다”고 비꼬며 “대한민국 제1야당 지도부가 경선장 화장실에서 태동했다니 기가 막히다”며 “지난 9일 제기된 영남 지역 돈봉투 의혹은 흐지부지 덮을 수 있었지만 이번 의혹은 덮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관련자를 조사하고 현장 CC(폐쇄회로)TV를 확인해 화장실 돈봉투 사건 내막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비자금 특종, 사실이면 치명타

지난 1월 18일 보도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 논란도 민주통합당에겐 메가톤급 악재다. 조갑제닷컴이 이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조갑제 대표가 지난 1월 8일 만난 이균호(미국명 제임스 리) 씨는 자신이 2009년 1월 1만원짜리 지폐가 꽉찬 돈상자 7개(총 13억원·당시 환율로 100만달러)를 비밀작전으로 전달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 돈상자들을 찍은 사진까지 증거물로 제시했다.

그는 운반과정에서 미국의 형 이달호 씨가 전화를 바꿔준 경연희 씨의 지시대로 돈상자들을 지정하는 사람에게 전달했고 수령증까지 대신 써줬다고 증언했다. 이균호 씨는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 씨 측으로부터 돈상자 일곱 개를 받아 경연희 씨(노정연의 지인)쪽 사람에게 넘겨줬고 그 돈은 100만달러로 환치기 돼 미국의 경 씨에게 전해졌다”고 밝혔다.

조갑제 대표는 “수사대상자가 자살했다고 다른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더구나 수사 자료까지 비밀에 부친 것은 법치국가에서 보기 힘든 경우”라며 “수사가 계속됐더라면 노무현 세력은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고 정치 재개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이균호 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 대표의 지적대로 이는 친노.좌파진영의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민주통합당과 좌파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제외한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를 잃게 되는 것이다.

믿었던 안철수는 정치 참여 보류 선언

민주통합당이 내심 ‘불쏘시개’로 염두에 뒀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정치 참여를 보류하겠다고 밝힌 사실도 민주통합당에겐 잠재적인 악재다.

안 원장은 지난 1월 21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미국에서 보니 민주통합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면서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정치 참여) 고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두 정당이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현 단계에서 정치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재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는 달라진 스탠스다. 당시 보선을 앞두고 안 원장은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에 반대한다”며 한나라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했고 민주통합당과 함께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적극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다”는 안 원장의 이번 발언은 적어도 4월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의 패배를 위해 민주통합당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풀이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보선 당시 한나라당은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적극 지원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서울 양천구, 충북 충주, 강원 인제, 부산 동구 등 민주당 후보와 맞대결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전승을 거둔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결국 안철수 원장이 총선에서 발을 뺀다면 4월 총선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 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명숙 대표 등이 이끄는 민주통합당의 대결이 된다. 박 비대위원장이 대선 후보 가상대결에서 안 원장에게는 뒤져도 아직 문 이사장에게는 여유 있는 우세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에게는 해볼 만한 승부라고 할 수 있다. 탄핵 역풍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사실상 빈사상태에 빠졌던 지난 2004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보수층의 결집과 박근혜 당시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힘입어 121석을 얻는 선전을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입지가 더 강해진 이번 총선에서 기존의 텃밭인 영남권을 수성하고 수도권 접전지역에서 승리한다면 130석 이상의 의석을 얻어 원내 1당의 위치를 지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성근 5·18묘지 상석 논란도 악재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 도중 묘소의 상석을 밟은 사실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부 언론 매체는 지난 1월 20일 문 최고위원이 참배 도중 묘소 상석에 발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

이에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어제 묘역 참배 중 박관현 열사의 상석에 발을 올리는 실수를 해 광주 영령과 시민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박 열사 유족께 전화를 드렸으나 안 받으셔서 사죄의 말씀을 녹음했는데 다시 전화 드리겠다”며 “묘비를 살피던 중 ‘문형과 동갑이시네’ 하는 주위의 말에 묘비 옆면을 보려는 마음이 앞서 묘 주변 참배객이 빈틈없이 서 있는 상태에서 엉겁결에 발을 내디뎠고 인지하는 즉시 내렸지만 저의 큰 실수였다”고 거듭 해명했다.

문 최고위원의 이날 해프닝이 이 자체로 파급력을 가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명숙·문성근 등 친노좌파 인사들이 민주통합당의 당권을 장악함에 따라 기존 동교동계 및 호남권 인사들은 2선으로 밀려난 상황이며 공천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민주통합당 내 내분이 확대될 경우 이 사건도 호남 민심을 자극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미래한국)
김주년 객원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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