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첩보사상 가장 어려운 정보목표 북한, 대책은?
세계 첩보사상 가장 어려운 정보목표 북한, 대책은?
  • 미래한국
  • 승인 2012.02.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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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 세종연구소·한국국가정보학회 공동 개최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우리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능력 문제가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김정일 사망 사실을 12월 19일 북한이 공식발표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휴민트 와해 주장은 비현실적

우리 정부가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 김정일 사망 후 북한당국의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50시간 동안 김정일 사망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일반국민들에게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김정일의 사망이 어느 정도 예견돼 왔는데도 김정일 사망정보 수집에 실패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구심을 표시하는 여론이 대두됐고 대북 정보력 강화와 국정원장의 사임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정보실패가 이명박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과 국정원의 잘못된 내부개편으로 인간정보(HUMINT) 수집망이 와해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함으로써 대북정보 수집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북한은 세계 첩보사에서 가장 어려운 정보목표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첫째, 북한은 대륙의 끝인 반도에 위치하고 있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인적 왕래가 적고 비합법적인 침투가 어렵다.

둘째, 한민족은 단일민족이어서 제3국인이 침투하기가 어렵다. 이런 점에서는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유럽이나 아랍권과는 전혀 다른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이 엄격한 주민통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배급제가 붕괴됨에 따라 주민이동이 훨씬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교통·통신 여건의 불비, 거주·이전 자유의 제한, 주민 간의 철저한 상호 감시체제 등으로 첩보활동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넷째, 북한인의 외국왕래가 적고 해외주재 북한요원들은 엄격한 감시체제하에 있어 이들을 활용한 정보수집도 매우 어렵다.

다섯째, 북한의 안보사범에 대한 벌칙이 매우 가혹해 북한주민을 활용한 정보수집도 매우 어렵다.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으로 햇볕정책 추진과정에서 생성된 휴민트 수집기반이 와해됐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북한의 소위 ‘대남일꾼’들은 10~20년 이상 대남분야에 종사해 온 인물들로서 이들을 통해 수집한 정보는 모두 북한이 의도적으로 유출한 정보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정보의 경우 이 정보를 김정일 사망 직후에 입수했다 해도 북한의 공식발표가 있은 후에 알게 된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왜냐하면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정책결정을 해야 할 사항은 북한에 대한 조문표시 문제와 김정일 조문을 위한 방북신청을 허가문제 등 사소한 문제에 불과한 데다 김정일 사망 발표 후에도 정책결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일 사망정보를 50시간 앞당겨 수집하는 것이 실제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스티브 잡스의 사망 사실을 사망 즉시 알았다거나 사망 3-4일 후 알게 됐다 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냉전 시절 소련에서 스탈린,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 등 4명의 지도자가 갑자기 사망했으나 미국 정보기관들이 소련정부의 공식발표 이전에 정보를 수집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 CIA가 쿠바 카스트로와 리비아 카다피의 암살하기 위해 40년 내지 50년 동안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오사마 빈 라덴의 소재 파악에 10여년이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폐쇄적인 독재국가인 북한정권 핵심부의 동향을 신속히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북한 집권층 내부의 주요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로 생각된다.

폐쇄 국가에서는 정보수집 활동에 한계

특히 한국 정보기관의 대북한 정보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의 도발억제와 변화촉진에 두어져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사전에 탐지하기 위한 조기경보 체제의 유지, 북한의 군사력 및 중요한 내부 정세에 관한 정보수집, 대내외 정책 및 대남공작 관련 동향 수집이 최우선 수집목표가 돼야 할 것이며 모든 대북정보 역량은 이 분야에 투입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발표 이전에 김정일 사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정보 실패’로 간주하거나 이를 이유로 정보기관의 대북정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은 세계 첩보사에서 유례가 드물 정도로 어려운 정보목표이다. 따라서 적절한 정보목표의 설정, 다양한 정보출처의 개척, 과감한 정보수집 노력의 전개, 정보수집과 분석의 조화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보기관은 대북한 정보활동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정보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며, 정책결정자와 일반 국민들이 ‘정보의 한계’를 인식하고 정보기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한 나라의 정보능력은 총체적인 국력 및 국민적 신뢰와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기관은 국가안보를 위해 ‘더러운 일’(dirty work)을 과감히 수행해야 하는 조직이며, 정보요원들은 국민적 기대와 성원을 먹고 살아 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 실패’는 일반인들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나 대부분의 정보기관들이 수시로 겪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정보업무가 매우 어려운 업무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1961년 4월 미국 CIA의 쿠바침공(Bay of Pigs) 공작이 실패한 후 케네디 대통령이 “정보기관이 잘 한 일은 하나도 알려지지 않지만 정보기관이 잘못한 일은 낱낱이 밝혀진다”는 말로 CIA 직원들을 격려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래한국)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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