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갖춘 자만이 국가지도자의 자격이 있다
철학을 갖춘 자만이 국가지도자의 자격이 있다
  • 박경귀
  • 승인 2012.04.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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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著 <국가>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국가>는 플라톤의 정치철학의 백미이다. ‘서양철학의 모든 결과물들은 플라톤 저술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화이트 헤드의 말이 통용될 만큼 다양한 논쟁적 테마들이 1권부터 10권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국가>에서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철학과 이상국가의 꿈을 그리고 있다.

여러 번 통독을 해도 여전히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전이다. 올바른 국가체계를 세우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그러한 것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속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당시 지식인 사이에 대화 형식으로 진리를 탐구해 나간 진지하고 생생한 기록물이다.

처음 이들을 뜨겁게 달군 주제는 ‘정의란 무엇인가’이다. 트라쉬마코스는 ‘정의란 강한 자의 이익‘이라는 현실론을 편다.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지배자는 지배자인 한에는 실수하는 일이 없고, 그가 부과하는 법은 자신에게 최선의 일이므로 이를 이행하는 것은 피지배자의 당연한 일이고, 강한 자의 이익이 되는 일을 행하는 것이므로 그게 곧 정의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지배자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서는 안 되며, 피지배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며, 정의로운 것이라고 반박한다.

플라톤은 바람직한 국가수호자는 철학과 기개, 민첩함과 힘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철저하게 국가의 자유를 확보하는 일에 몰두해야 하며, 시민들 간의 관계를 교화하고 조화시키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가수호자는 국가 전체의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시민 각자 자신의 두드러진 재주를 갖도록 권장해서 자기 위치를 지키도록 해야만 나라가 번영하고 국민 전체의 행복이 증진된다는 ‘본업 충실론’을 설파한다.

아울러 이상국가의 바람직한 덕목으로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네 가지를 제시한다. 나아가 플라톤은 사적 소유욕을 차단하고, 공동선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국가수호자에게 ‘재산과 처자 공유제’의 실시를 주장할 만큼 국가 전체의 행복 추구를 위해 국가지도자의 희생과 절제를 요구하는 이상정치를 추구했다.
또한, 적합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선원들이 서로 배의 키를 잡겠다고 경쟁하면서 빚어지는 혼란을 비유로 들며, 이상국가의 정치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철학자가 국가의 통치자가 돼야 함을 역설한다. 곧 ‘철인이 통치자가 되거나 통치자가 철인이 돼야 한다’는 ‘철인왕(哲人王)론’이다.

플라톤은 참다운 철학적 삶 이외에 정치적 통치도 바람직한 삶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올바른 통치자의 자질을 갖추기 위해 거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지도자 수업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음악과 체육을 통한 건강한 심신의 단련, 전쟁 기술 습득, 기하학, 천문학 등을 30세까지 학습하도록 하고, 이후 언론에 참여해 사람들과의 문답 수련에 5년, 군사관계의 지위나 관리 등 실무 경험 15년을 거쳐 50세가 돼 학문적 지식이나 모든 점에서 우수하게 된 자만이 비로소 국가지도자의 직무를 수행할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통치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 통치권을 원하는 일이 가장 적은 국가’가 가장 잘 다스려진 국가라는 이상을 말한다. 현실의 우리 지도자들은 국가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갈고 닦는 데 얼마나 노력했을까? 총선, 대선에 나선 사람들의 면면을 생각해 볼 때, 과연 국가지도자의 직무를 수행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플라톤은 자유에 대한 무한한 탐욕이 민주정을 무정부적 상태로 만들어 결국 참주제를 낳게 된다며, 극단적 자유의 추구가 오히려 예속을 초래하는 민주정의 타락에 대해 경고한다. 자유의 양이 극도로 넘치게 될 때 나타나는 사회상의 예시가 2400여년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의 자유방임적 모습과도 흡사해 전율하게 한다. 국가 유지에 필요한 권위와 법치가 무너져 경박해지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세태를 질책하는 듯하다.

플라톤이 추구했던 이데아(idea)의 세상은 공동선과 전문성, 덕을 갖춘 완벽한 지도자에 의해 통치되는 <이상국가>이다. 아테네가 전성기를 지나,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스파르타에게 패배하고 몰락해 가는 시점에서 전통적 가치관의 혼돈과 변화의 격류를 보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절치부심하던 그의 고뇌와 노력의 총체적 산물이 바로 이 책이다.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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