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는지 졌는지도 구분 못하는 새누리당
이겼는지 졌는지도 구분 못하는 새누리당
  • 김광동
  • 승인 2012.04.2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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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편집위원
나라정책연구원장

제19대 국회를 구성하는 4·11 총선 결과를 받아든 각 당의 평가가 흥미롭다.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은 이겼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졌다는 것으로 반응하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174석에서 152석으로 22석이나 잃었고 민주당은 81석에서 127석으로 무려 46석이나 증가한 놀라운 변화에도 새누리당은 이겼다는 식이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 185석, 진보 89석이었는데 이번 선거로 그 구도가 157석 대 143석으로 뒤바뀐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이 됐으니 이긴 것이라고 계속 우기고 있다.

총선 결과를 자세히 보면 어디에도 새누리당이 이겼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공천된 후보가 득표수에서 진 것은 물론이고 정당 득표를 보더라도 새누리당은 913만표로 자유선진당까지 합해 982만표였지만 야권연대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998만표를 획득했다.

크게 보면 75만표 차로, 작게는 16만표 차로 새누리당이 패배한 것이 맞다. 더구나 주목해야 할 것은 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통합진보당이 220만표, 10.3%를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국회에서 불과 5석을 갖고도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을 포함한 국회 전체를 좌지우지했던 진보당이 13석에 200만 이상의 유권자 지지를 확인한 이상 향후 국면 전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더 우려스런 것은 새누리당이 전통 지지층을 심각하게 상실했다는 사실이다. 호남에서 이번에도 새누리당은 광주 5.5%, 전남 6.3%, 전북 9.6% 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반면 부산, 대구, 경남 등 영남에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연대에 각각 40.2%, 26.4%, 36.1%를 내주었다.

다시 말하면 보수의 호남 진출은 다시 한번 완벽히 봉쇄당했지만 영남지역에서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율로 진보세력의 확장 진출이 이루어졌다. 비록 영남에서 민주진보세력은 불과 의석수로 4석밖에 가져가지 못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40%를 넘나드는 득표를 획득했다는 사실이다. 총선에서는 사표(死票)였지만 대선에서는 그대로 살아 있는 표다.

결국 새누리당이 이겼다는 것은 과반을 1석 넘긴 의석수일 뿐 득표 내용으로는 모든 영역에서 패배한 것이다. 바로 그 한 두 석이 거대한 착시를 불러오고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는 보수가치는 실종시키고 진보좌파 가치의 깃발만 나부끼는 나라로 치달아왔다.

무상급식에서 확장된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물론 반값 등록금이나 앞뒤도 맞지 않는 ‘경제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진보가 만들어 세우지 않은 깃발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국민 심판도 받기도 전에 진보에 패배했고 진보좌파는 지든 이기든 이미 그들의 사회구조와 선거구도를 만드는 데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이겼다며 우길 때가 아니라 사면초가와 같은 상황을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새 길을 여는 각오와 준비를 갖춰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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